[정치] 與 원로들, 野와 불통 정청래에 쓴소리 “악마와도 손잡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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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대표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취임 후 처음으로 당 상임고문단을 만난 자리에서 쓴소리를 들었다. 민주당 원로들은 “집권당은 당원만을 바라보고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며 여당 대표로서 여야 협치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는 이날 국회에 9명의 상임고문단을 초청해 간담회를 진행했다. 정 대표는 인사말에서 “뿌리 없이 줄기가 없고, 줄기 없이 꽃과 열매가 어찌 있으며, 어제의 역사 없이 어찌 오늘의 역사가 있겠느냐”며 “민주당의 자랑스러운 역사와 전통을 후배로서 잘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세력을 단호히 척결하고 정의와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에 선배님들이 많이 도와주시면 좋겠다. 민주당의 앞길을 밝히는 등대가 돼 달라”고 했다.
이날 고문단은 정 대표에게 가감 없이 쓴소리를 했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정 대표를 향해 “컷오프 동지, 내 몫까지 해주세요”라고 반가움을 건네면서도 “단, 잊지 말아야 할 건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며 운을 뗐다. 문 전 의장은 “폭풍처럼 몰아쳐서 전광석화처럼 처리하겠다는 (정 대표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지나치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 자체가 붕괴한 상황에 처해, 새로운 정치를 모색하는 길은 그것(속도감)만으로는 안 되는 걸 잊지 말라. 그걸 하려다 죽도 밥도 안 되는 게 될 수 있다”고 했다.
협치에 보다 힘을 쏟아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은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당원 중심 정당’을 거론하며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게 아니다. 집권당은 당원만을 바라보고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 전 의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만나는 데 1년 8개월이 걸렸다. 윤석열 정부가 파멸한 원인은 정치 실종”이라며 “당원 아닌 국민으로부터도 존중을 받고, 함께하는 정당으로 발전해줘야 미래 지향적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했다. 이용득 전 의원도 “정치는 국민을 위해서 하는 건데 악마와도 손을 잡아야 한다”며 정 대표가 내세운 ‘내란 세력(국민의힘)과는 손잡지 않는다’는 원칙을 비판했다.
고문단은 각종 현안에 대한 기민한 대응도 주문했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2030년에 중임제 대통령을 선출하는 방향으로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개헌안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경제 관료 출신 김진표 전 국회의장은 “한·미 관세 협상으로 발생하는 국내 제조업의 공동화 문제를 해결하는 입법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통일부 장관인 정동영 의원은 “북·미, 북·일 수교라는 오랜 공약이 이재명 정부에서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다.
간담회 후 정 대표와 고문단은 50분간 오찬을 함께하며 교육 문제 등 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고 한다. 정 대표는 이날 “3개월에 한 번씩 (고문단을) 모시겠다”라고 약속했다.
정 대표는 이날 오후엔 불교계 지도자를 잇따라 예방했다. 전날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인 진우스님을 만난 정 대표는 이날 한국불교태고종 총무원을 방문해 상진스님을 예방했다. 전날 진우스님은 정 대표에게 “지나치게 감정이 들어가 버리면 법을 위반하게 된다. 자기감정을 절제하고 지나친 감정을 넣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신명(信心銘)의 한 구절인 ‘지도무난 유혐간택(至道無難 唯嫌揀擇)’이라는 표현을 인용하면서였다. 정 대표는 이에 “제가 감정을 빼고 탕평 인사를 했다”고 했다.
정 대표는 2021년에 경남 합천 해인사의 문화재 관람료를 ‘통행세’라 칭하고, 사찰을 ‘봉이 김선달’에 비유했다가 조계종으로부터 거센 반발을 불렀다. 이후 불교계와의 관계 회복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며 2022년엔 사찰이 문화재 관람료를 감면할 경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문화재 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해 본회의 통과를 이끌었다. 정 대표는 불교계 숙원을 해결한 공으로 2023년 5월 25일 조계종으로부터 ‘문화재 관람료 문제 해결에 기여한 바가 크다’며 감사패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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