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황금알에서 미운 오리 된 공항 면세점…롯데만 웃고있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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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이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 등으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인천공항 면세점이 ‘미운 오리’로 전락했다. 공항을 찾는 여행객은 늘고 있는 반면 면세점 이용객 수는 이에 미치지 못하면서다. 높은 자릿세를 감당하지 못한 대기업 면세점들이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상대로 임대료 조정을 요청하고 나섰지만 합의에 이르기는 어려울 전망. 달라진 관광 형태에 맞춰 유통가 면세사업의 판을 다시 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골칫거리 된 공항면세점

12일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 4~5월 신라·신세계면세점이 제기한 임대료 감액 민사조정 신청과 관련해 법원의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오는 28일로 예정된 2차 조정에도 참석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측은 “현 임대료는 신라와 신세계가 10년 간 운영권을 낙찰 받기 위해 직접 제시한 금액으로, 사업권 획득 후 2년 만에 감액을 요구하는 것은 입찰의 취지와 기업 경영책임을 회피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법률 자문 결과 현 상황에서 임대료 조정에 응할 경우 배임 또는 특정경제범죄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계약절차의 공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임대료 조정 요청을 미수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갈등은 지난 2023년 인천공항 면세사업자 입찰 당시 변경한 임대료 산정 방식 때문에 불거졌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엔데믹 이후 여행 수요가 회복되면 면세점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고정된 금액 대신 출국 여객수에 비례해 임대료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신라는 객당 8987원, 신세계는 9020원의 임대료를 내는 조건으로 10년짜리 사업권을 따냈다. 하지만 인천공항 여객 수가 2022년(800만명)에서 지난해 3500만명까지 늘어나는 등 임대료가 급증한 반면 매출은 그만큼 오르지 않자 신라·신세계면세점은 잇따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임대료를 40% 인하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면세점 대신 올리브영·다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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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관광객들이 서울 올리브영 명동타운 매장에서 쇼핑을 하고 있다. 사진 CJ올리브영

변수는 여행객들의 달라진 쇼핑 패턴. 국내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은 면세점 대신 올리브영, 다이소 등으로 발길을 옮겼다. 면세점 큰 손으로 꼽혔던 중국 따이궁(代工, 보따리상)도 지난해 2월부터 시작된 면세품 해외 화물운송 규제 이후 크게 줄었다. 해외 여행을 떠나는 국내 여행객들도 가격 비교가 편한 온라인 면세점을 이용하거나 아예 현지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제품을 직구(직접 구매)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면세업체들의 실적은 쪼그라들고 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면세점 매출은 14조2249억원(104억 달러)으로 달러 기준 3년 연속 감소세다. 신라면세점(호텔신라 TR부문)은 지난해 영업손실 697억원을 기록하면서 적자로 돌아섰다. 신세계면세점을 운영하는 신세계디에프도 지난해 영업손실 359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인천공항 면세점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면세업계에 따르면 신라·신세계면세점 인천공항점은 매달 50억~60억원 규모의 적자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업체는 임대료를 조정할 수 없다면 없다면 약 2000억원에 이르는 위약금을 감수하더라도 입점을 철회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신라·신세계 관망하는 경쟁업체

경쟁업체들은 이들의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인천공항 재입성을 노리는 롯데면세점으로서는 재입찰 상황 발생 시 2023년보다 약 40% 낮은 가격에 면세사업권 낙찰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1분기 면세사업에서 영업이익 153억원을 기록하며 2023년 2분기 이후 첫 흑자를 기록했다. 올해 초 중국 따이궁과의 거래를 중단하는 등 수익성 위주의 전략을 펼친 덕이다. 현재 김포공항에 자리 잡은 롯데면세점의 경우 인천공항과 달리 출국객이 아닌 매출액 대비 임대료를 지급하고 있어 신라·신세계와 같은 상황을 피할 수 있었다.

인천공항에 입점한 현대면세점도 ‘강 건너 불구경’을 하기는 마찬가지다. 현대백화점은 2023년 당시 인천공항 명품 부티크 면세구역에 입점하며 객당 임차료 1109원을 제시했다. 신라·신세계의 8분의 1 수준의 금액이다.

유통업계 면세사업 재편해야

달라진 관광 환경에 맞게 유통업계 면세사업을 재편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패키지 여행 대신 소규모 개별 여행이 주를 이루고 시내 관광을 즐기는 외국인 MZ 관광객에 대응해 새로운 방식의 면세 사업을 고민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삼일PwC경영연구원은 지난 2월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시내면세점 간 합작법인(JV), 공항면세점의 품목별 독점 사업권 등 규모의 경제를 통한 가격 경쟁력 향상”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관광의 형태가 바뀐 만큼 기존의 면세 사업이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고가의 명품 대신 실속형 제품을 중심으로 한 면세 운영 형태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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