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대선 전부터 '문제적 인물'…건진·명태균까지 줄줄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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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가 12일 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중앙포토]
한국 정치사에 김건희 여사만큼 크고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퍼스트레이디가 있었을까. 김 여사는 늘 ‘문제적 인물’이었다. 영부인이 되기 전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았고, 대선 후에는 줄곧 정권의 불안 요인이었다. ‘윤석열 정권’은 그 불안 요인을 끝내 제어하지 못했고, 결국 사상 초유의 전직 대통령 부부 동시 구속이라는 비극을 자초했다.
김 여사는 애초부터 현모양처형의 기존 영부인들과 달랐다. 주체적, 능동적 사업가였던 만큼 영부인으로서도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길 원했다. 문제는 그런 특성이 부정적으로 발현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는 사실이다.

허위 이력 등 각종 논란에 대해 공개 사과한 김 여사. [중앙포토]
그는 대선 때부터 ‘뜨거운 감자’였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모친의 요양급여 부정 수급 의혹에 무속 의혹, 허위 이력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더불어민주당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됐다. 하지만 그는 자중하는 대신 오히려 돌발행동을 이어가면서 캠프 참모들을 힘들게 했다.

전두환 옹호 발언 후 이른바 ‘개사과’ 논란을 야기한 SNS 게시물. [중앙포토]
대표적인 예가 이른바 ‘개 사과’ 논란이다. 2021년 10월 ‘전두환 옹호’ 발언으로 거센 비판과 사과 요구에 직면한 직후 윤 전 대통령의 SNS에 느닷없이 반려견 ‘토리’에 사과를 건네주는 사진이 올라온 적이 있었다. “국민을 조롱하는 거냐”는 비판과 함께 논란을 오히려 증폭시킨 기행이었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한 캠프 관계자는 최근 중앙일보에 “그건 김 여사 작품이었다”며 “김 여사가 캠프와의 상의 없이 한밤중에 개를 사무실로 데리고 가 직원과 함께 사진을 찍은 뒤 남편의 SNS에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캠프가 발칵 뒤집힌 건 말할 필요도 없었다.
이른바 ‘서울의소리 7시간 녹취록’ 이슈도 대선 정국을 집어삼켰다. 인터넷 매체 ‘서울의소리’ 기자와 52차례 통화했던 내용이 김 여사 육성 그대로 공개된 사건이다. 거기에는 진보 진영의 ‘미투 이슈’를 비롯해 선거 캠프 구성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내 대선 후보 경선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논란이 될 만한 내용이 대거 포함돼 있었다. 특히 김 여사가 일부 언론사를 지칭하며 “내가 청와대 가면 전부 감옥에 넣어버릴 것”이라고 밝힌 대목이나 “내가 정권 잡으면 거긴(서울의소리) 완전히 무사하지 못할 거야”라고 발언한 것은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다. “남편이 아니라 자신이 권력을 쥐고 행사하겠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비선 보좌’ 논란이 제기됐던 스페인 방문 후 귀국길에 오르는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중앙포토]
그는 잇따른 논란과 관련해 2021년 12월 16일 공개 사과를 하면서 “남편이 대통령이 될 경우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대국민 약속을 했다. 그러나 이 약속은 끝내 지켜지지 않았다. 대선 승리 후에도 김 여사는 긍정적 이슈보다 부정적인 일에 휘말리는 경우가 잦았다. 영부인이 된 직후인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스페인을 방문할 때 민간인 신분인 이원모 대통령실 인사비서관 부인 신모씨를 순방에 동행시켰다가 구설에 올랐다. 이른바 ‘비선 보좌’ 논란이다. 당시 김 여사가 착용한 6000만원 상당의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에도 곱지 않은 시선이 쏠렸다. 특검팀에 의해 서희건설이 건넨 뇌물성 상납품으로 지목된 바로 그 목걸이다.
명품백 수수 논란은 보다 심각했다. 재미교포 최재영 목사가 2022년 9월 김 여사에게 300만원대 디올 가방을 선물하면서 그 장면을 손목시계 몰래카메라로 촬영해 공개한 사건이었다. 비판이 쏟아졌지만, 김 여사는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
그리고 ‘명태균 사태’가 터졌다.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가 국민의힘 공천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두 사람은 “수사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보다 엄중한 비판에 직면했다. 이 사태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단행으로 이어져 결국 몰락의 직접적 원인이 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물론 김 여사를 제어하려는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대선 당시 참모들 사이에서는 내부 문제를 선제적으로 스크린하는 ‘레드팀 구성’ 방안이 제기됐지만 이내 벽에 부딪혔다. 당시 상황을 아는 한 인사는 “‘김건희 레드팀’을 제안했던 인사가 윤 후보에게 완전히 박살이 났다”며 “그 뒤로 캠프에서 ‘김건희’ 이름 석 자는 금기어가 됐다”고 전했다. 집권 이후에도 ‘특별감찰관 임명’, ‘제2부속실 설치’ 등 여러 방안이 제시됐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지난해 총선 직전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윤 대통령 혹은 김 여사의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김 여사 견제에 나섰지만 되려 자신이 쫓겨날 위기를 맞았다.
김 여사는 그렇게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존재가 됐고, 이는 결국 정권과 부부의 동반 몰락으로 이어졌다. 12일 청구된 그의 구속영장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 공천개입 의혹, 건진법사 청탁 의혹과 관련된 혐의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또한 공교롭게도 해외 도피 중이던 ‘김건희의 집사’ 김예성 전 IMS모빌리티 대주주가 김 여사의 구속과 맞물려 이날 귀국했다. 김 여사의 고난기는 이제 겨우 막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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