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건희 구속, 전 대통령 부부 첫 동시수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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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4시간25분 동안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김건희 여사가 서울남부구치소로 이동하기 위해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동시에 구속 수감됐다. 법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및 건진법사 청탁 등 3개 혐의로 김건희특검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12일 발부하면서다. 남편 윤 전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재구속된 지 33일 만이다. 다만 김 여사는 윤 전 대통령이 수감된 서울구치소 측 요청으로 서울 구로구 천왕동 남부구치소에 수감됐다.

정재욱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자정무렵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피의자 대기실에 머물던 김 여사는 13일 오전 수용복으로 갈아입고 정밀 신체검사, 머그샷 촬영 등 입소 절차를 거쳐 여성 수용자동 독방에 수감된다. 12일 오전 10시10분부터 중앙지법 서관 321호 법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4시간25분 만인 오후 2시35분쯤 끝났다. 김 여사는 최후진술에서 “결혼 전의 문제들까지 지금 계속 거론되고 있어 속상하다. 판사님께서 잘 판단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김 여사는 지난 6일 특검에선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며 사과한 것과 달리 오전 9시25분쯤 법원에 도착해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카메라 앞에서 고개를 한번 꾸벅 숙인 뒤 법정으로 입장했다. 영장 심사가 끝난 뒤 오후 3시쯤 법원 청사를 나와서도 “혐의를 모두 부인하느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법무부 호송차를 타고 서울남부구치소로 이동해 구인 피의자 대기실에서 결과를 기다렸다.

이날 영장 발부의 결정적 계기는 특검팀이 ‘히든카드’로 재판부에 제출한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의 자수서와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 진품 및 김 여사 오빠의 장모집에서 확보한 모조품이었다.

“김건희, 계엄직전 목걸이 반환”…김 “안 받아” 부인하다 구속

이 회장이 11일 특검팀에 제출한 자수서에는 “2022년 3·9 대선 직후 목걸이를 구입해 아크로비스타 지하 식당에서 김 여사를 직접 만나 당선 축하와 함께 전달했으며, 김건희특검법이 재추진되던 지난해 말 계엄 직전 돌려받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회장은 “이후 김 여사를 다시 만나 맏사위인 박성근 전 검사가 ‘윤석열 정부에서 일할 기회가 있는지 알아봐 달라’는 취지로 요청했다”고 사실상 뇌물공여 혐의를 시인했다고 한다.

실제 사위인 박 전 검사는 대통령직 인수위원으로 합류했고, 윤 정부 출범 후인 같은 해 6월 한덕수 초대 국무총리의 비서실장에 임명됐다. 이 회장은 11일 서희건설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 등 특검 수사가 확대되자 선제적으로 혐의를 인정하는 자수서를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이 재판부에 가품을 함께 제시한 건 김 여사가 진품을 서희건설 측에 되돌려준 뒤 “나토 순방 때 착용한 목걸이는 모조품”이라고 주장하기 위해 사후에 뒤늦게 마련한 제품으로 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목걸이는 2010년 홍콩에서 모친 선물용으로 구입한 모조품”이란 지난 6일 김 여사의 특검 진술이 허위였으며 조직적, 계획적으로 증거 인멸을 시도한 정황이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이와 관련, 오정희 특검보도 이날 영장실질심사 종료 직후 브리핑에서 “서희건설 측에서 윤 전 대통령 취임 직후 목걸이를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했음에도 김 여사가 수사 과정에서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동일 모델 가품이 인척의 주거지(오빠의 장모집)에서 발견된 경위를 철저히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목걸이는 2022년 6월 29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 순방 당시 김 여사가 동포 만찬 행사에서 착용하면서 공개됐다. 이후 대선후보자 및 공직자 재산신고 누락(공직선거법·공직자윤리법 위반) 의혹이 불거졌고, 특검 수사 결과 이 목걸이의 구매자가 이 회장의 비서실장인 최모(50)씨란 사실이 드러났다.

이날 영장심사 말미에 정 부장판사가 김 여사에게 던진 유일한 질문도 목걸이 수수 여부였다. 이 회장의 자수서 내용과 같이 “목걸이를 받은 것이 사실이냐”고 묻자 김 여사는 “받지 않았다”고 부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팀은 나토 순방 당시 김 여사가 착용해 논란이 일었던 1500만원대 까르띠에 팔찌, 2000만원대 티파니 브로치 등 명품 수수 의혹에 대한 수사도 확대할 방침이다. 특검팀은 남은 수사 기간 중 구속영장에 적시한 도이치모터스·명태균·건진법사 등 3개 의혹을 제외한 김 여사 특검법상 나머지 13개 수사대상과 새로 인지한 사건 수사에도 본격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앞서 영장심사에서 특검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을 수사해 온 한문혁 부장검사를 포함해 총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최지우·채명성·유정화 변호사가 참석했다. 특검팀은 앞서 총 848쪽에 달하는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며 김 여사에 대한 구속 수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여사 측에선 80쪽 분량의 파워포인트(PPT) 자료를 준비했다. 이 자료엔 김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단순 투자자일 뿐 주가조작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기존 입장에 명태균·건진법사 의혹도 전면 부인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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