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北노동자들, 러 건설현장서 하루 18시간 363일 노예처럼 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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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건설 현장. 기사 본문과 직접적 관련 없는 자료사진. EPA=연합뉴스

러시아에 파견돼 김정은 정권에 외화를 벌어다 주는 북한 노동자들이 엄격한 감시와 통제 속에 '노예' 취급을 받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영국 BBC방송은 12일(현지시간) 탈주 북한 노동자 6명 등의 증언을 인용해 북한 노동자들이 러시아의 고층 아파트 건설 현장 등지에서 하루 18시간씩 일한다고 전했다.

노동자들의 보통 일과는 오전 6시부터 그 이튿날 오전 2시까지 일한 뒤 몇 시간 쪽잠을 자고 똑같은 하루를 반복하는 것이다. 1년 동안 휴일은 이틀뿐이다. 파견 기간 비좁은 화물 컨테이너에서 합숙하면서 북한 보안 당국 관계자들의 감시 속에 한 달에 한 번 정도 외출할 수 있다. 나가서도 서로를 감시하기 위해 5명씩 조를 짜야만 한다.

북한 노동자의 해외 취업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위반이다. 안보리 결의에 따라 2019년 이후 북한 노동자의 해외 취업은 금지돼 있다. 하지만 러시아로 파견되는 북한 노동자의 수는 오히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정보당국이 BBC에 밝힌 바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북한 노동자 1만명이 러시아로 파견됐으며, 북한이 러시아와 공개적으로 협력을 강화한 올해엔 5만명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 정부의 통계를 봐도 지난해 러시아로 입국한 북한 주민은 1만3000명으로 전년 대비 12배로 폭증했다. 대다수는 학생 비자로 입국했는데 이는 노동자 파견을 금지한 유엔 제재를 회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3년 반 동안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으로 노동력이 부족해진 러시아는 북한에서 파견받은 노동자들로 그 공백을 채우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으로 황폐해진 지역을 재건하는 작업에도 북한 파견 노동자들이 대거 투입되고 있다.

국내 북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BBC에 "러시아는 현재 극심한 노동력 부족 사태를 겪는데 북한이 완벽한 해결책을 제공해준다"며 "북한 노동력은 값싸고 매우 성실하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 내에선 러시아 파견직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여겨져 인기가 높고 정권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북한 노동자들이 현지에서 극악한 환경을 버티고 벌어들이는 돈은 월 100∼200달러(약 13만∼26만원)에 그친다. 소득 대부분을 북한 정권에 '충성 수수료' 명목으로 뜯겨서다.

'국가에서 돈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그동안 번 돈을 아예 받지 못하자 목숨을 걸고 탈주를 감행한 사례도 있다. '태'라는 가명으로 BBC 인터뷰에 응한 한 탈주 노동자는 중앙아시아 출신 러시아 노동자들의 작업량은 북한 파견자의 3분의 1에 불과하지만 임금은 5배나 된다는 것을 알고 "수치스러웠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북한 노동자들은 러시아에서 '노예'라고 놀림당한다고 BBC는 전했다. 태는 어둠을 틈타 숙소를 빠져나온 뒤 한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한국행에 성공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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