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23일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카에서 공문서 위조 혐의로 수감되는 권도형 테라폼랩스 설립자. 로이터=연합뉴스

스테이블코인 ‘테라USD’ 발행과 관련해 사기 등 혐의로 미국에서 재판을 받아온 테라폼랩스 설립자 권도형(33)이 입장을 바꿔 유죄를 인정했다. 이에 따라 최고 25년형에 이를 수 있는 형량이 최대 12년형으로 줄어드는 데 합의했으며, 미국에서 일정 기간 복역 후 한국으로 송환될 가능성도 열렸다.

권도형은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남부연방법원 심리에서 사기 공모와 통신망 사기 혐의를 인정했다. ‘플리 바겐’(유죄 인정 조건의 형량 감경) 합의에 따라 미국 검찰은 권도형에게 1900만 달러(약 265억원)와 일부 재산을 환수하고, 추가 기소 없이 최대 12년형을 구형하기로 했다.

또한 형기의 절반을 복역한 뒤 국제수감자이송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미 법무부는 이를 반대하지 않기로 했다. 이는 권도형이 한국 송환을 신청할 경우 나머지 형기를 한국에서 보낼 수 있음을 의미한다.

권도형은 미국 재판과 별개로 한국에서도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그는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된 후 한국 송환을 주장하며 법적 다툼을 벌였으나, 결국 미국으로 이송됐다.

테라폼랩스는 테라를 1달러에 연동하는 알고리즘을 사용한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계약한 트레이딩회사가 개입해 가격을 인위적으로 유지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2022년 테라의 연동이 붕괴되면서 대규모 투자자 피해가 발생했다.

미 검찰은 2023년 권도형을 증권사기, 통신망 사기, 상품사기, 시세조종 공모 등 8개 혐의로 기소한 데 이어 자금세탁 공모 혐의를 추가했다. 모든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최대 130년형이 가능했으나, 이번 합의로 형량이 크게 줄었다.

권도형은 법정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고의로 사기를 저질렀고, 암호화폐 구매자들을 속였다”며 “내 행위에 완전한 책임을 진다”고 말했다. 최종 선고 공판은 오는 12월 11일 열리며, 판사의 재량에 따라 12년형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