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AI·에너지만 보는 새 정부, 당장 급한 건 석화·철강인데…
-
1회 연결
본문
이재명 정부 임기 5년의 청사진을 담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에서 정부 역할이 시급한 석유화학·철강 등 제조업 지원책이 빠졌다. 인공지능(AI)이나 에너지고속도로 등 미래 먹거리 투자 계획을 앞세우면서다.
국정기획위가 13일 발표한 국정운영 계획안의 큰 틀은 ‘3대 국정 원칙, 5대 국정 목표, 123대 국정과제’다. 5대 국정 목표 중 산업 관련한 내용은 두 번째인 ‘세계를 이끄는 혁신경제’에 담겼다. 구체적으로 ▶AI·바이오 등 신산업 육성 ▶국민성장펀드 100조원 조성 등을 통한 벤처투자 확대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 건설을 통한 RE100(재생에너지 100% 활용) 달성 등이다.
국정 계획에 현재 한국을 먹여 살리는 제조업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규모 예산을 미래 먹거리인 AI나 에너지고속도로에 투자하는 것은 중요하다”면서도 “전통 제조업을 구조조정하는 대책은 어렵고 빛이 나지 않지만, 빨리 추진해야 하는 국정 과제”라고 지적했다.
2023년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제조업 비중은 27.6%다.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2위일 정도로 제조업 의존도가 높다. 하지만 중국의 공세에 반도체·전기차·철강·석유화학·2차전지 등 거의 모든 제조업 분야가 위기다.
특히 석화는 곳곳에서 경고등이 울린다. 최근엔 ‘산업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을 국내에서 세 번째로 많이 만드는 여천NCC가 부도(디폴트) 위기에서 가까스로 벗어났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도 적자에 시달리다 일부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등 경영난이 심각하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이대로라면 3년 뒤 국내 석화기업의 50%가 문을 닫을 수 있다”고 경고할 정도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12월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한 뒤 올해 상반기까지 구체적인 후속 조치를 내기로 했지만 진척이 없다.
중국산 공세로 고전하는 건 철강·2차전지도 마찬가지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지난해 처음 적자를 냈다. 지난 6월부터 미국이 품목 관세 50%를 부과하면서 대미 수출길도 사실상 막혔다. 미래 먹거리로 꼽히던 2차전지도 수익이 급감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전국 제조업체 2186곳을 설문한 결과 “경쟁 우위를 지속하고 있다”고 답한 기업은 16.1%에 불과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중국발 충격파가 국내 제조업 전반으로 빠르게 번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과 설비 통합, 친환경·신기술 투자로 산업 체질을 혁신하는 판을 정부와 기업이 함께 깔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