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상(가운데)이 12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2025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8강 진출전 괌과의 경기에서 골밑으로 돌파하고 있다. 한국은 괌에 99-66으로 이겼다. [사진 FIBA]

“만리장성(중국)을 반드시 넘겠다.” 2025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4강으로 가는 길목에서 강호 중국을 만난 안준호(69) 한국 농구대표팀 감독의 각오다. FIBA 랭킹 53위 한국은 14일 오후 8시(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중국(30위)과 8강전을 치른다.

16개국이 참가한 이번 대회에서는 4개 팀씩 조별리그를 치러 조 1위는 8강에 직행했고, 조 2·3위는 8강 진출전을 거쳤다. 한국은 조별리그 A조에서 2승1패를 기록해 호주(3승)에 이어 조 2위에 올랐다. 지난 12일 B조 3위 괌(88위)과 8강 진출전에서 맞붙어 99-66으로 크게 이기고 8강에 올랐다.

중국은 C조 1위로 8강에 오른 강호다. 한국은 빅맨도 귀화 선수도 없이 중국에 맞서야 한다. 주전 가드 이정현(26)마저 무릎을 다쳐 전력에서 제외됐다. 안 감독과 선수들은 “절대 열세”라는 전반적인 평가에 반기를 들 기세다.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변화무쌍한 전술을 통해 만리장성마저 무너뜨린다는 각오다.

한국의 전술 카드 중 하나가 ‘양궁 농구’다. 조별리그 카타르전과 레바논전에서 한국은 슈터 이현중(25·나가사키), 유기상(24·LG)을 앞세워 3점슛을 퍼부었다. 괌과의 8강 진출전에서는 1쿼터 시작부터 슛 10개가 모두 림을 맞고 나오는 등 외곽슛이 난조였다. 그때 꺼낸 카드가 ‘압박 수비’다. 상대가 혀를 내두를 정도로 끈질기게 막아선 뒤 반격해 승기를 잡았다.

안 감독은 “(괌을 상대로는) 시작은 안 좋았는데, 특유의 압박 수비로 주도권과 제공권 등에서 우위를 차지해 승리를 가져왔다”며 “지금 응집력, 집중력, 사기가 그 어느 때보다 좋다”고 전했다. 무릎 부상으로 조별리그 레바논전에 빠졌던 주포 여준석(23·시애틀대)이 괌전 4쿼터에 코트를 밟은 점도 큰 힘이 됐다.

한편, 호주와 함께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일본(21위)은 13일 열린 8강 결정전에서 레바논에 73-97로 져 탈락했다. 레바논의 미국 출신 귀화 선수 디드릭 로슨(28)을 막지 못한 게 일본의 패인이다. 2023~24시즌 원주 DB에서 뛰며 최우수선수(MVP)에도 뽑힌 로슨은 조별리그 한국전에선 7점, 6리바운드에 그쳤고, 레바논도 86-97로 졌다. 로슨은 일본전에선 24점, 10리바운드로 맹활약했다. 하치무라 루이(27·LA 레이커스), 가와무라 유키(24·시카고 불스) 등 일본의 미국프로농구(NBA) 선수들은 이번 대회에 불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