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남편은 수원, 아내는 이천…부부 갈라서게 한 ‘잔혹 성과급’

본문

추천! 더중플-K반도체 연구

가장 거대한 시설로 가장 미세한 제품을 만드는 반도체 산업 뒤에는 인간사 오욕칠정이 다 숨어 있습니다. 특히 ‘3D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는 모순적 별명답게, 반도체 업계 경영진·종사자는 보상과 근로 시간에 늘 민감합니다. ‘성과급 1000%’ 소식부터 주 52시간제를 둘러싼 논쟁까지, The JoongAng Plus가 ‘K반도체 연구’를 통해 그 해법을 짚어봤습니다.

17551344363265.jpg

지난달 16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중국 베이징 만다린 오리엔탈 첸먼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 중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가람 기자

“엔비디아 이직률은 0에 가깝습니다. 이게 우리 마법이죠.”

지난달 16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연봉 1억 달러(약 1380억원)를 내걸고 인공지능(AI) 인재를 끌어모으는 걸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메타가 불을 지핀 AI 인재 쟁탈전에서 엔비디아 직원들을 지킬 수 있겠느냐는 다소 도발적인 질문에, ‘이직률 0’를 자랑하며 받아친 것이다.

“우리 직원들은 저와 아주 오랫동안 함께 일하고 있다”고 황 CEO는 재차 강조했다. 사실이다. 엔비디아의 이직률은 2.5%로(2025년 지속가능성 보고서) 반도체 업계 평균(16.4%)을 한참 밑돈다.

여기엔 한 가지 역설이 있다. 엔비디아의 근무 환경은 실리콘밸리에서 악명 높은 ‘고강도’다. 황 CEO는 ‘함께 일하기 어려운 까다로운 완벽주의자’라는 내부의 평에 “다 인정한다”면서도 “특별한 일을 하고 싶다면 결코 쉬워서는 안 된다”고 응수했다.

17551344365402.jpg

박경민 기자

‘워라밸 0’과 ‘이직률 0’. 양립하기 어려운 둘을 동시에 실현한 엔비디아의 ‘마법’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비결은 회사와 직원을 ‘운명 공동체’로 만든 구조에 있다. 대규모 구조조정이 일상인 실리콘밸리 빅테크와 달리 엔비디아는 고용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양도제한 조건부 주식 청구권’(RSU)을 직원들에 대한 보상 수단으로 적극 활용한다. 회계연도 기준 2023년 5.3%였던 엔비디아의 이직률은 이듬해 회사 가치가 1조 달러를 돌파하면서 2.7%로 더 내려갔다.

한국은 어떨까? 국내 반도체 업계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현금성 성과급이 매년 화제다. ‘분산 취업’ 전략까지 등장했다. 최근 국내 유명 대학 공과대학을 졸업한 한 신혼부부는 “남편은 삼성전자로, 아내는 SK하이닉스로 취업했다”며 “최근 몇 년간 두 회사의 성과급이 엇갈리고 있어 한 바구니에 계란을 담지 않는 투자 원칙을 택했다”고 말했다.

17551344367675.jpg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연합뉴스

성과급 규모는 1000%를 넘나 드는 SK하이닉스에서도 매년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간 힘겨루기가 반복된다. HBM으로 질주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역대 최대 영업이익(23조4673억원)을 달성한 게 ‘불씨’가 됐다. 회사는 초과이익분배금(PS)으로 1000%를 지급할 계획이었으나 노조의 반발이 거셌다. 결국 특별성과급 500%를 더해 기본급의 1500%(평균 연봉의 75% 수준)를 직원들에게 지급했다. 격려금 명목으로 전 직원에게 자사주 30주(약 600만원 상당)도 나눠줬다.

올해도 역대급 실적이 예상되면서 임금 협상은 벌써 교착 상태에 빠졌다. 회사 측은 PS 상한을 ‘기본급 1000%(연봉의 50%)’에서 ‘1700%(연봉의 85%)+α’로 높이고, 남은 PS 재원의 절반도 적금·연금 형식으로 돌려주겠다고 제안했다. 반면 노조는 PS 재원 전체를 남김없이 나눠줘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삼성전자 상황은 반대다.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DS) 목표달성장려금(TAI)은 메모리 25%, 시스템LSI와 반도체연구소 12.5%가 책정됐지만, 조 단위 적자를 낸 파운드리 사업부는 0%였다. 2015년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 삼성 DS부문 직원들은 TAI 최대치인 기본급의 100%를 꾸준히 받았으나 2022년 하반기 ‘반도체 겨울’이 시작되며 TAI는 50%로 줄었다. 매년 직원들에게 목돈을 안겨줬던 초과이익성과급(OPI)도 2021년 최대치(연봉의 50%)를 찍은 뒤 2023년 0%가 됐고, 지난해 14%로 다소 회복됐다.

이처럼 양사의 성과급은 극과 극을 오가지만, 제도 개편에 나선 건 동일하다. ‘주식 보상’을 강화하는 방향도 같다. 주가가 올라야 보상이 커지는, 엔비디아 식의 보상 철학을 정착시키려는 거다. 다만 국내 여건상 쉽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 기사 전문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URL을 복사해 주소창에 붙여넣으세요)
남편은 수원, 아내는 이천 갔다…부부 갈라서게 한 ‘잔혹 성과급’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55891

〈기사 전문에는 이런 내용이 있어요〉
월급쟁이 울고 웃는 PI, PS, TAI, OPI 정체는?
역대급 실적에도 고민하는 SK하이닉스, 왜?
‘주 52시간’ SK하닉 필요 없고 삼성만? 속사정은
K반도체 ‘피 땀 눈물’ 워라밸 해법은

‘K반도체 연구’ 이런 이야기도 있어요

※URL을 복사해 주소창에 붙여넣으세요. 기사 전문은 더 중앙플러스 구독 후 보실 수 있습니다.

젠슨황 “삼성과 만든 기적” 그랬던 HBM, 9년간 무슨 일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39954

젠슨황 AI로 달려간 그때…삼성 이재용이 불려간 곳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43292

“바람을 피워도, 하필 걔였니?” 하이닉스·한미 ‘사랑과 전쟁’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45037

“TSMC 당직의, 삼성은 삼무원”…이래선 파운드리 2위도 어렵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46959

“모든 걸 버렸다” 선대의 탄식…LG의 ‘반도체 복수혈전’ 25년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48870

“4세 경영 없다” 이재용 선언…젠슨황은 되레 아들딸 밀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50577

“발톱 썩은 공룡처럼 안 죽는다” 삼성 전영현이 꾸린 원정대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52253

저커버그 1조 제안도 깠다, 이재명이 픽한 ‘장발의 남자’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54053

최신GPU 몇초면 될 일 1주일…K반도체 전사들 ‘돌도끼 싸움’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57504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2,806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