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무탈하셨습니까 형님”…‘처세’ 가르친 조폭 조직원 34명 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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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남부동파 조직원이 여름 야유회를 하는 모습. 사진 서울경찰청

20여년 전 와해된 폭력조직 ‘남부동파’를 재건하려던 ‘신남부동파’ 일당 34명을 경찰이 검거했다. 이들은 최근 인터넷 도박이나 암호화폐(코인) 사기 등의 범죄를 주로 저지르는 이른바 ‘MZ조폭’과 달리, 유흥업소에 보호비 명목으로 돈을 뜯어내거나 각종 이권에 개입하는 등 과거의 조폭 범죄를 답습하고 있었다.

14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서울 강서구 일대에서 활동한 신남부동파 34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단체 등의 구성·활동) 혐의로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가운데 부두목 A씨(45) 등 9명을 구속하고, 도주한 5명에는 지명수배, 베트남에 있는 2명은 여권 무효화와 적색 수배 조치를 내렸다.

경찰에 따르면 부두목 A씨는 1980년대부터 활동하다 2003년 와해된 노쇠한 조직을 다시 일으키고 싶어서 2007년부터 10~30대 조직원을 영입하기 시작했다. A씨는 그동안 명목상 있던 두목 B씨(61)을 대신해 실질적 두목 역할을 하며 조직 활동을 주도했다.

A씨와 부하 조직원들은 지역에서 싸움을 잘할 것처럼 보이는 선후배를 조직에 가입시키고, 경기도 부천시에 있는 합숙소에서 3개월간 이른바 ‘처세’를 가르쳤다. 이들은 선배를 보면 90도로 몸을 굽혀 하는 ‘굴신 인사’를 하고, 말끝마다 ‘형님’을 붙이는 처세를 해야 했다. 교도소에서 편지를 보낼 때도 ‘그 동안에도 무고 무탈 하셨습니까 형님, 형님께서 보내주신 서한을 두 손 모아 감사히 받아 보았습니다 형님, 다름이 아니고 말씀입니다 형님’ 등의 말투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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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감된 신남부동파 조직원이 편지에서 이른바 ‘처세’를 가르친 사례. 자료 서울경찰청

이들은 ‘집에서 50㎞ 반경을 벗어날 경우엔 일주일 전 맞선배에게 보고한다’ 등의 규율을 정해 놓고, 이를 어기면 여러 명이 야구방망이로 한 명을 때리는 소위 ‘줄빠따’를 하기도 했다. 도망간 조직원은 쫓아가 폭행으로 보복했다.

특히 A씨 등은 서울 강서구 일대에서 흉기를 들고 몰려다니며 유흥주점 업주를 폭행하고 상납금을 요구해 약 1억2000만원을 갈취했다. 조직원들은 또 김포국제공항 근처에서 주차대행 업체를 하는 지인의 청부를 받아 경쟁 업체를 위협하는 등 영업방해를 하거나, 주주총회에 동원돼 회의를 방해하는 일을 하기도 했다.

신남부동파 신입 조직원 대부분은 10~30대 무직자·일용직이었다. 경찰은 이들이 본격적으로 조직을 젊은 조직으로 재건하려던 중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최재호 서울청 형사기동대 3팀장은 “이번 사건에선 폭력을 통한 금품 갈취, 이권 다툼 등 ‘전통적 조폭’의 형태를 확인했다”며 “더 큰 범죄로 나아가기 전 선제적으로 차단하고, 조직을 사실상 와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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