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저 차 이상한데"…만취 차량 심야 도주극 막은 택시기사 촉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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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4일 오후 11시3분쯤 대전시 유성구의 한 도로에서 택시를 몰던 A씨(30대)는 뒤따라오던 차량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정상적으로 운행하면서 차선을 바꿨는데 뒤차가 상향등을 켰기 때문이다. 백미러를 통해 본 뒤 차량은 전조등이 꺼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신호등에 걸려 건널목에 정차한 A씨는 뒤따라오는 차량이 멀찌감치 서 있는 모습을 보고 의구심을 갖게 됐다.

지난 7월 4일 밤 대전시 유성구의 한 교차로에서 음주운전으로 의심되는 차량(흰색 원)이 중앙선을 가로질러 도주하고 있다. [사진 대전경찰청]
다음 교차로에서 다시 정차한 A씨는 차에서 내려 뒤차로 다가간 뒤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냐? 왜 상향등을 켜시냐”고 물었다. 하지만 운전자는 눈이 풀린 채 고개를 떨구고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A씨는 음주운전을 확신했다.
택시기사 "음주운전 의심" 신고…경찰과 추격
음주로 의심되는 운전자는 신호가 바뀌자 교차로를 빠져나갔다. 하지만 A씨는 음주운전 의심 차량을 쫓아가며 112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대전유성경찰서 노은지구대 경찰관들은 A씨와 연락하며 도주하는 차량의 위치를 공유했다.

지난 7월 4일 밤 대전시 유성구의 한 교차로에서 음주운전으로 의심되는 차량(흰색 원)이 도주하고 있다. [사진 대전경찰청]
적색 신호등에 걸려 교차로에 멈춰선 A씨는 맨 앞의 차량으로 달려가 “뒤차가 음주운전으로 의심된다. (경찰관이 도착할 때까지) 차를 움직이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이때 순찰차가 현장에 도착하자 음주 차량은 중앙선을 넘어 왕복 5~6차로를 가로질러 골목으로 도주했다. 이 과정에서 반대 차선을 주행하던 차량과 충돌할 뻔한 아찔한 상황도 연출됐다.
중앙선 넘어 과속으로 도주…만취상태 검거
자신을 쫓고 있다는 것을 알아챈 음주 운전자는 편도 2차선 도로를 과속으로 질주했다. 신호도 무시하고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도주했다. 차량을 쫓아가던 A씨는 추월한 뒤 도주하지 못하도록 가로막았다. 뒤이어 도착한 순찰차도 도주로를 차단했다.

지난 7월 4일 밤 대전시 유성구 지족동에서 만취 상태로 차를 몰던 운전자가 경찰에 검거되고 있다. [사진 대전경찰청]
경찰이 운전자를 차에서 내리게 한 뒤 음주운전 여부를 측정한 결과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치(0.08%)를 훌쩍 넘는 0.132%의 만취 상태였다. 조사 결과 운전자 B씨(40대)는 대전시 유성구 봉명동에서 지족동까지 5㎞ 정도를 운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B씨(40대)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입건한 뒤 검찰에 송치했다. 음주 운전자 검거에 기여한 택시기사 A씨에게는 신고포상금을 지급했다.
경찰 "운전자 의식 개선 가장 중요"
경찰 관계자는 “(택시기사가) B씨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음주 운전에 따른 추가 사고 발생 가능성도 있었다”며 “음주 운전에 대한 강력한 단속도 중요하지만, 운전자의 의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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