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참새가 견디지 못하는 이 소리”...드론 기술로 달라지는 농업 현장[영상]
-
3회 연결
본문
지난 13일 오후 3시 전북 정읍시 태인면 박동마을회관. 최현승(26)씨가 띄운 드론(무인기)이 '윙' 소리와 함께 하늘 높이 솟구쳤다. 열화상 카메라와 스피커를 장착한 드론이 사람의 체감 온도를 실시간으로 조종기 모니터에 표시하고 "정읍시 드론 순찰대가 여름 온열질환 예방 순찰을 하고 있다. 건강 이상 시 손을 흔들어 구조 요청해 달라"는 메시지를 반복해 내보냈다.

정읍시가 보유한 고성능 드론 조종기 모니터에 열화상 카메라가 감지한 밭 모습이 나오고 있다. 김준희 기자
정읍시, 온열환자 예방 위해 드론 예찰단 도입
정읍시가 여름철 폭염에 취약한 농민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 7월 말부터 운영해 온 드론 예찰단이다. 최씨 등 정읍시 4-H연합회 청년 농업인 8명으로 구성된 예찰단은 오는 9월까지 번갈아 가며 매일 오후 2∼4시 논밭과 야외 작업장 등을 집중적으로 살필 예정이다.
드론이 농업 현장을 바꾸고 있다. 사람 대신 농약을 뿌리는 것은 기본이고 무더위에 발생할 수 있는 온열환자를 체크하거나 허수아비 대신 참새를 쫓기도 한다. 고령화와 저출산 영향 등으로 농촌 인구가 감소하면서 드론이 농업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드론은 사람이 하기 어려운 말벌 퇴치 등에도 활약하고 있다.
이날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정읍 지역 낮 최고기온은 31.5도에 달했다. 최씨가 드론 카메라의 112배 줌(zoom) 기능을 이용해 모니터 화면을 확대하자 인근 깨밭에서 할머니가 혼자 일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다행히 위급 상황은 생기지 않았다. 최씨는 "농민 대부분이 고령이라 본인이 얼마나 일했는지 인식하지 못하다가 드론에서 나오는 경고 방송을 듣고 작업을 중지한다"며 "이상 징후가 감지되면 즉시 현장에 출동해 응급조치에 나서고, 119구조대 등 유관 기관에 신고하는 시스템"이라고 했다.

정읍시 드론 예찰단 소속 최현승(26)씨가 지난 13일 오후 3시쯤 정읍시 태인면 박동마을회관 앞에서 열화상 카메라와 스피커를 장착한 드론을 논밭 위로 띄우고 있다. 김준희 기자
정읍시 농촌지원과 이화정 주무관은 "집 마당이나 텃밭 등 후미진 곳에서 잡초를 뽑다 쓰러지면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각지대 위주로 드론을 띄우고 있다"며 "정읍시는 기후 변화로 폭염 일수가 증가하는 만큼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재난 대응 행정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했다.

충남도 농업기술원이 개발한 새쫓는 드론 시스템. 이 드론은 사람이 들을 수 없는 고 주파수의 소리를 반복적으로 내보낸다. 사진 충남도 농업기술원
충남, 소음으로 참새 쫓는 드론 기술 개발
충남도 농업기술원은 최근 새 쫓는 드론을 개발했다. 이 드론은 참새 등이 싫어하는 소리를 반복적으로 내보내는 기능을 갖췄다. 주파수가 2만Hz 넘는 이 소리는 사람은 들을 수 없지만, 참새 등 조류는 아주 싫어한다고 한다. 충남농업기술원 윤여태 쌀연구팀장은 “이는 만약 사람이 듣는다면 ‘끼익’, ‘다다다다’ 같은 음이 반복해서 나오는 것과 유사하다”라며 “이 주파수 영역에서 나는 소리는 사람이 들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충남 농업기술원은 지난 7일 이 드론 기술을 보령시 청소면 벼 재배 현장에서 실험했다. 이곳에 심은 벼는 7월 말부터 8월 초 수확이 가능한 품종(빠르미)이다. 이 드론은 최대 시속 54㎞의 속도로 정해진 코스를 날며 소리를 반복해서 내보낸다. 이 소리는 반경 10㎞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배터리가 소진되면 자동으로 스테이션에 착륙해 충전하고 완충 이후 다시 이륙한다. 농민은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드론 작동 또는 중지 명령을 내리기만 하면 된다.

'새 쫓는 드론'이 충남 보령시 청소년 논을 날고 있다. 이 드론은 사람이 들을 수 없는 고주파수의 소리를 낸다. 사진 충남도 농업기술원
농가 "참새 스트레스 벗어날 듯" 기대
충남 농업기술원은 이 기술이 보급되면 참새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농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벼가 잘 익은 황금 들녘은 참새의 표적이다. 농민들은 그동안 들녘에 허수아비를 세우는 것으로 부족해 반짝이 테이프를 매달았다. 또 새그물과 새망·화약총·대포·레이저까지 동원한다. 하지만 퇴치 효과는 일시적일 수밖에 없었다.
충남도 농업기술원 관계자는 “드론 비행 시 참새 등 조류가 달아나면서 농산물 피해를 줄이는 것은 물론 노동력 절감, 농업인 정신적 스트레스 감소 등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드론은 한 대에 3000만원이 넘어 농가가 사기에는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고 농업기술원측은 전했다.

지난 7월 28일 대구 달성군 화원읍 설화리 논에서 드론을 활용한 무인항공방제가 진행되고 있다. 달성군은 기후 변화로 인해 해마다 증가하는 병해충 발생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폭염 속 열사병 예방과 고령화로 인한 농촌 일손 부족, 농가 경비 부담 등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무인항공방제를 실시했다. 뉴스1
말벌 퇴치용 드론도 등장
충남 당진시는 양봉 농가의 말벌 퇴치용 드론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당진시는 최근 국토교통부와 항공안전기술원이 주관한 '드론특별자유화구역 3차 지정' 공모에서 최종 선정됐다. 드론특별자유화구역으로 지정되면 비행승인, 안전성 인증 등 규제 6종을 면제하거나 간소화한다. 말벌은 주로 꿀벌을 잡아먹어 양봉 농가에 피해를 준다. 드론에서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탄환을 원격 발사해 벌집에 구멍을 내고 내부에 방제약을 살포하는 방식이다.
농약 살포용 드론을 도입하는 자치단체도 늘고 있다. 경북 김천시는 벼 병해충 발생 시기에 맞춰 드론으로 방제에 나섰다. 김천시는 지역농협과 협력해 지난 7월 중순부터 지금까지 지역 논 2300㏊에서 방제를 진행 중이다. 김천시 관계자는 “드론으로 방제하면 사람이 농약을 살포하는 것보다 약 10배 빠르게 방제 작업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3 케이팜 시즌1'에서 참관객들이 농업용 방제 드론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충북 진천군은 농촌 고령화에 따른 일손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병해충 방제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드론·무인헬기를 투입해 2726개 농가(2875㏊)를 대상으로 공동방제를 진행하고 있다.
양명균 전북대 생물산업기계공학과 교수는 "한국 농업 분야도 고령화 등으로 힘든 일이 많아지면서 자치단체나 농가에서 드론을 앞다퉈 도입하려 하고 있다"며 "드론도 농기계처럼 자치단체 등에서 빌려 사용할 수 있다면 농가 부담을 줄이면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