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소득·재산 실시간 파악 어려운데…갈길 먼 ‘복지수당 자동지급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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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3일 복지제도 수급 방식을 신청주의에서 자동지급제로 변경하라고 지시하자 관련 부처에 비상이 걸렸다.
지금은 복지수당을 받으려면 당사자가 신청해야 하는데, 앞으로 정부가 자동으로 지급하라는 거다. 이 대통령은 “신청주의는 매우 잔인한 제도다. 신청 안 했다고 안 주니까 지원을 못 받아서 (사람이) 죽고 그러는 것”이라고 했다. 익산 모녀 사건(5월), 수원 세 모녀 사건(2022년 8월)과 같은 비극을 줄이자는 취지다.
14일 복지로(복지포털)에 따르면 복지수당·서비스는 모두 5357종에 달하는데, 거의 모두 신청해야 받는다. 또 부모급여·아동수당 등을 제외하면 소득·재산을 따져 대상을 정한다. 지금도 자동지급제와 유사한 제도가 있긴 하다. ‘복지 멤버십’인데, 가입자에게 기초생활보장 등 127종의 복지를 자동으로 알려준다. 가령 소득이 줄어든 사실을 파악해 새로 복지 대상이 됐음을 알려준다. 이상적인 형태이고, 앞으로 확대해야 할 방향이다.
그런데 전제가 있다. 가입자가 소득·재산 변동 등의 정보 제공에 동의해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과연 모든 국민이 동의할까. 아마 내 정보를 다 내놓고 도움받는 것보다 해가 많다고 느낄 것”이라고 했다. 그뿐만 아니다. 자동지급제가 실현되려면 소득·재산 정보가 거의 실시간으로 파악돼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연 2회 정기적으로 확인한다. 게다가 가족관계등록부는 대법원 소관이라 연계에 한계가 있다. 익산 모녀의 경우 올 1월 큰딸이 결혼하면서 분가해 기초수급 자격을 회복했지만, 극단적 선택까지 4~5개월 동안 파악되지 않았다.
경기도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수급자는 변동사항을 파악할 수 있지만, 주변과 담쌓고 사는 사각지대 주민은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북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문을 열지 않은 채 조사에 응하지 않은 사람도 있다. 직권조사를 더 해도 한계가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경기도의 한 담당 공무원은 자동지급제에 대해 “공무원 책임이 커질 테고 (인력 확충이 없다면) 지금 인력으로는 죽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위기가구 상담자의 음성을 파악하거나 물·전기 사용량의 이상 패턴을 파악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정부는 부모급여·아동수당 등의 보편적 수당과 국민연금에 대해 자동지급제를 먼저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소득·재산 정보를 조회할 필요가 없어서다. 캐나다는 노령연금(OAS), 소득보장 보조금(GIS, 저소득 노인 추가 연금)에 자동지급제를 적용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진국은 신청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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