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문가 키워달라" K9 자주포 산 베트남, K조선·항만에도 구애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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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베트남 확대정상회담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한국과 베트남이 방산·조선 부문에서 밀접하게 가까워지고 있다. 한·베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이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인 베트남에 무기 수출을 시작했고, 베트남 요청에 따라 조선·물류 협력도 강화될 전망이라서다.

14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달 말 정부 간 거래(G2G)로 베트남과 K9 자주포 25문 이상을 수출하는 계약(약 3500억원)을 체결했다. 한국이 베트남에 무기 수출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베트남은 전 세계에서 11번째로 K9 자주포를 구매한 나라가 됐다.

지난 11일 이재명 대통령과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양국 정상은 2008년 이후 중단됐던 한·베 방산·군수공동위원회(차관급 협의체)를 17년 만에 재가동하기로 합의했다. 방산·군수위원회는 무기체계 계량, 군사 장비 도입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자리이기에 한국의 무기 수출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방위사업청은 지난해 12월 발간한 『해외국방조달시장 가이드북-베트남편』보고서에서 2033년까지 유망한 베트남 수출 품목과 예상 수출량을 꼽았다. ▶K9 자주포 108문(5억 달러)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천궁-II) 6대(2억600만 달러) ▶장갑차·전차용 사수조준경 110대(3292만 달러) ▶레이저 인식 무기체계 218개(2608만 달러) 등이다. 미그-21 등 구형 전투기 대체사업(4억6084만 달러), 호위함 개량 사업(2억6600만 달러) 등도 한국이 참여할 수 있는 분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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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군 현대화를 추진하는 베트남으로서는 성능이 검증된 한국의 무기 체계에 관심이 많다.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화 전략에 따른 영유권 분쟁 상황에 대비가 필요하다. 김기원 대경대 군사학과 교수는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을 대비한 고속정, 소형 잠수함 등의 수요가 있어 한국의 해양방산 부문 수출 기회도 열릴 것”이라며 “일당제 국가인 베트남은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다른 국가처럼 무기 발주를 갑자기 취소할 가능성이 적은 점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조선 협력에도 속도가 붙었다. HD현대의 조선부문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12일 베트남해양공사(VIMC)와 포괄적 조선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HD현대미포조선의 자회사인 ‘HD현대베트남조선(HVS)’의 연간 건조량을 15척에서 2030년 23척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HD현대베트남조선은 HD현대미포조선이 1996년 베트남 국영 조선사 비나신(현재 SBIC)과의 합작해 베트남 중남부 칸호아 성에 설립한 벌크선, 컨테이너선 전문 조선소다.

이는 베트남의 적극적인 요청과 무관치 않다. 또 럼 서기장은 12일 HD한국조선해양을 비롯한 국내 기업과의 면담에 이어 13일 국내 최초 완전자동화터미널인 부산신항 7부두(동원글로벌터미널부산·DGT)를 방문했다. 베트남 현지 언론에 따르면 그는 “화물 운송을 넘어 포괄적인 물류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한국의 노력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베트남인 항만 운영 전문가를 육성해달라”고 한국 측에 요청했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베트남은 호치민 시를 중심으로 동남아 물류 허브로 도약하기 위해 항만·공항 등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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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중남부 칸호아성에 위치한 현대베트남조선소의 전경. 사진 HD현대

베트남은 1990년대 말부터 해양경제 발전전략을 통해 조선업을 우선 육성산업으로 선정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영 조선소가 파산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2021년 조선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명시하면서 2040년까지 글로벌 점유율 1%(2024년 기준 0.61%)를 목표로 삼은 상태다. 이를 위해선 현재 벌크선, 소형 컨테이너선 위주의 선종에서 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종으로 넘어가야 하고, 동남아 물류 허브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스마트 항만 등 인프라도 구축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한국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수석연구원은 “한국 조선·물류 기업들의 베트남 진출은 저임금 고용을 통한 비용 절감, 동남아 교두보 마련 등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국내 조선사로선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베트남 정부에게서 충분한 인센티브를 요구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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