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지지율 5%p 날린 조국 사면…李대통령, 다른 노림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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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사면,복권된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서울남부교도소에서 나오고 있다. 김정훈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15일 0시 서울 남부교도소에서 출소했다. 지난해 12월 16일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 혐의가 유죄로 확정돼 수감된 지 8개월 만이다.

조 전 대표는 “헌법적 결단을 내려주신 이재명 대통령님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며 “오늘 저의 사면·복권과 석방은 검찰권을 오남용해 온 검찰의 독재가 종식되는 상징적 장면의 하나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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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경축사를 마치고 자리로 향할 때 '조국·윤미향 사면 반대'라는 문구가 적힌 펼침막을 들어보이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상기된 조 전 대표와 혁신당의 모습과 달리 야당과 여론의 반응은 싸늘했다. 국민의힘 당권 후보인 안철수 의원은 이날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에서 이 대통령을 향해 ‘조국·윤미향 사면 반대’가 적힌 현수막을 펼쳐 보였다. 최은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올해 광복절은 조국·윤미향 사면으로 얼룩졌다”고 비판했다.

한국갤럽의 지난 12~14일 여론조사엔 호의적이지 않은 여론 반응이 반영됐다.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긍정 평가는 4주 전 64%에서 59%로 5%포인트 하락했다. 부정 평가는 23%에서 30%로 7%포인트 올라 이 대통령 취임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정 평가 응답자 중 22%가 ‘특별 사면’을 이유로 꼽았다. “조국 사면은 지지율 타격으로 이어질 것”(수도권 의원)이라던 여권의 우려가 수치로 드러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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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이 때문에 여권 안팎에선 이 대통령이 지지율 하락을 감수하면서까지 조 전 대표를 사면한 진짜 이유를 놓고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그간 대통령실이 내건 명분은 ‘국민 통합’이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지난 11일 조 전 대표 등의 사면을 결정한 국무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조국혁신당은 분명히 야당”이라며 “극심했던 분열과 갈등을 넘어서 대화와 화해의 물꼬를 트는 대통합의 정치로 나가겠다고 말씀하신 대통령 의지가 반영된 사면”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소한 조 전 대표 사면만큼은 다른 고려가 있었을 거란 관측도 적지 않다. “조 전 대표 사면으로 지지율이 하락하고, 보수 진영이 뭉칠 거라는 걸 여론에 예민한 이 대통령이 몰랐을 리 없다”(민주당 중진 의원)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친명계 인사들이 주로 거론하는 건 ‘검찰 수사’에 대한 동병상련(同病相憐)이다. 한 친명계 인사는 “이 대통령은 그간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표적 수사를 당하고, 가족이 극심한 고통을 겪은 것 자체를 굉장히 안타까워했다”고 전했다.

냉정한 정치적 고려 끝에 사면을 결정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민주당 재선 의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조국 사면·복권’을 요청한 순간 선택지가 좁아졌다”며 “그런 상황에서 거꾸로 조국혁신당에 부채를 안겨 범여권 갈등 소지를 줄인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정권 초반 사면도 이렇게 반발이 심한데, 올해 성탄절이나 내년 삼일절에 사면하면 내년 6월 지방선거에 마이너스가 되지 않았겠냐”며 “이런 점도 이 대통령이 다 따져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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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024년 9월 제418회국회(정기회) 제9차 본회의에서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새로운 정치 지형을 그리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 대통령과 가까운 한 여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조 전 대표도 대선 후보로 성장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안다”며 “진보 진영에서 다양한 차기 리더가 성장하길 바라는 게 이 대통령의 마음”이라고 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초대 국무총리로 대중 인지도가 높은 김민석 총리를 발탁하고, 강훈식 비서실장(충청)과 우상호 정무수석(강원) 등 지역 기반이 확고한 인물을 앞세우는 등 여권 내 차기 주자를 다원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억누른 것 같은 분위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며 “2인자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게 과거 대통령과 이 대통령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했다.

민주당 친명계 의원은 “보수와 진보가 5 대 5로 나뉘어 상대방 실책을 기다렸다가 반사이익으로 정권을 교체하는 악순환을 끊어내자는 게 이 대통령이 꿈꾸는 정치 개혁”이라며 정계 개편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과거 이 대통령이 민주당을 수차례 ‘중도 보수 정당’으로 칭하지 않았느냐”며 “민주당을 가운데 두는 ‘1.5당 체제’든, 제3세력이 국민의힘을 대체하는 새로운 양당제든, 조 전 대표의 정치 복귀와 함께 논의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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