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교통사고 손실에 가족고통 보탰더니…55조 육박 '125만명 연봉&ap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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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숫자로 보는 도로교통사고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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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부산 수영구 광안동에서 승용차가 보행자와 푸드트럭을 들이받아 4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54조 595억원.’

 지난 2023년 한해 고속도로와 국도, 일반도로 등 각종 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인한 사회적 손실비용과 정신적·신체적 고통비용을 한국교통연구원(이하 교통연구원)이 추정한 액수입니다. 전년도(43조 7700억원)보다 23.5%나 증가했는데요.

 국세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전체 근로자의 평균연봉은 약 4332만원입니다. 도로교통사고로 인한 비용을 평균 연봉으로 환산하면 무려 125만명분이나 됩니다.

 교통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 한해 발생한 도로교통사고는 모두 125만 2433건으로 총 2551명이 목숨을 잃고, 193만 9993명이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습니다. 이로 인한 여러 피해를 화폐 가치로 환산한 게 바로 도로교통사고 비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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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이를 세부적으로 보면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 또는 부상으로 발생한 소득손실, 의료비용, 재산손실 등 ‘사회적 자산손실’이 약 24조 7603억원이었습니다. 전년도(약 24조 5000억원)와 크게 차이는 없는데요.

 반면 사고로 인한 ‘신체적·정신적 고통 비용(PGS: Pain, Grief & Suffering)’은 약 29조 2992억원으로 계산됐습니다. 전년도(약 19조 2700억원)에 비해 무려 52%나 늘어난 액수인데요.

 2023년에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전년도보다 184명이 줄었고, 전체 사상자를 합쳐도 0.1%(약 2000명) 밖에 증가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사회적 손실비용은 큰 차이가 없는데 왜 고통 비용만 이렇게 급증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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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일 서울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차량이 인도로 돌진하는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중앙일보

 답은 바로 ‘가족’에 있습니다. 기존에는 사상자 본인의 고통만 고려했지만 2023년 추정치부터는 본인은 물론 가족이 겪는 신체적·정신적 고통도 포함하면서 비용이 대폭 늘어난 겁니다.

 박경욱 한국교통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비교 대상인 미국, 영국, 독일 등 주요 국가들은 오래전부터 사상자 본인과 가족의 고통비용을 함께 추정해 왔다”며 “그동안 우리만 상대적으로 과소 추정하던 걸 바꾼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교통연구원에 따르면 교통사고 사망자와 중상자가 겪는데 신체적·정신적 고통의 크기가 10년 전 조사 때보다 3배 이상 늘어난 부분도 비용 증가의 한 원인으로 판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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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충북 청주에서 1t 화물차와 승용차가 충돌해 운전자 2명이 다쳤다. 연합뉴스

 지역별로 보면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은 경기도(33만여건)였는데요. 이로 인한 사고비용도 10조 9100억원에 육박했습니다. 두 번째는 서울(21만 2000여건)로 사고비용은 6조 5000억원가량이었습니다.

 인구 1인당 도로교통사고 비용을 계산하면 충북이 약 124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이어 충남(117만원)·경북(약 112만원) 등 순이었습니다. 최저는 세종으로 약 61만원이었으며 참고로 서울은 69만원, 경기는 80만원 수준이었습니다.

 교통연구원 측은 “교통사고 사상자 수를 지속적으로 줄이기 위해선 안전체계 구축과 함께 차량보다 사람을 우선하는 교통안전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며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협업을 통해 목표를 공유하고 실적에 대한 평가도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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