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44% 뛴 LG엔솔 환호 이르다…2차전지 불장 신호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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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대는 2차전지 주가, 반등의 서막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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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폭등 후 2024년 폭락’. 2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2차전지 관련주의 부진은 언제 끝날까. 지속적인 하락으로 가격 부담은 크게 줄었지만, 노무라증권은 지난 4월 보고서를 통해 2차전지 업체들이 당분간 불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봤다. ▶배터리 공급과잉 ▶시장 확장성 제한 ▶취약한 재무 상태 ▶미국의 관세 부과 등이 근거다. 다만 최근 들어 국내 펀드매니저들이 하나둘 다시 2차전지 기업 비중을 늘리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그 배경은 뭘까. 전기차 수요 침체에 따른 지금의 불황이 언제쯤 끝날지, 다음 2차전지 수퍼사이클이 시작될 신호는 무엇인지 알아본다.

◆산업 초기의 숙제: 과잉 투자와 버블=‘배터리’가 하나의 업종으로 분류되기 시작한 건 2010년 이후다. 과거 디지털카메라·캠코더·휴대전화 등 주로 정보통신(IT) 기기용 소형 배터리를 만들 때는 ‘산업’ 축에도 못 끼었다. 그러다 2010년 이후 주요 국가들이 기후변화 대응책에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서 친환경 이동 수단인 전기차 보급이 시작됐다. 전기차 수요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세계적인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더 빨리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전기차용 배터리가 전체 매출액의 70~80%를 차지하게 된 2차전지 기업들도 첫 번째 호황을 맞았다.

2000년대 미국의 인터넷, 더 거슬러 올라가면 1840년대 영국의 철도 산업 등 새로운 산업의 태동기에는 언제나 과잉 투자와 주가 버블이 있었다. 2차전지 산업도 마찬가지다. 황경인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차전지 산업은 첫 호황기에 대규모 설비투자를 했지만, 전기차 시장이 캐즘(chasm·혁신 상품이 대중화 단계로 넘어가기 전 과도기)에 빠지면서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산업 자체가 시작 단계이다 보니 적정한 설비투자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알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알면, 기회 보인다…4가지 위기=2차전지 섹터 주가는 지난 6월부터 상승세를 탔다. 주가가 좋은데도 증권가 애널리스트 중엔 여전히 ‘중립’ 의견도 많다. 네 가지 위기가 그 원인으로, 이는 2차전지 산업을 오랫동안 불황기에 붙잡아 두고 있다.

위기① 해소 기미 없는 공급과잉
SK증권은 올해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배터리셀 3사의 공급과잉은 지난해보다 더욱 심화할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3사의 배터리 생산능력과 실제 출하량의 격차는 약 280GWh(기가와트시)였지만, 올해는 이 차이가 약 360GWh로 커졌다. 문제는 지금까지의 설비투자를 고려하면 2027년 3사 합산 생산능력은 올해 출하량(약 290GWh)의 3배나 더 남아돌 전망이다. 배터리 수요가 앞으로 3배 이상 늘어야 공급이 부족해져 업황이 나아질 수 있지만, 지금으로선 그런 상황은 보이지 않는다. 공급과잉이 심화하면 고정비 증가로 기업의 수익성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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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위기② 경쟁력 키우는 중국
전 세계 배터리 산업의 75%(올해 1분기 기준)를 차지하는 중국은 배터리 경쟁력을 계속 키우고 있다. 과거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로 승부했지만, 이제는 안전성까지 갖췄다는 평가다. CATL·BYD 등 중국 배터리 기업은 정부 보조금을 바탕으로 생산원가를 낮춰 저렴한 제품을 생산한다. 물론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으로, 미국 시장에서 중국산 제품이 점유율을 키우지 못하는 것은 국내 기업 입장에선 다행스러운 점이다. 문제는 유럽이다. 지난해부터 중국은 유럽시장에서 한국을 앞질렀다. (2022년 점유율 한국 60% > 중국 35% → 2024년 점유율 한국 45% < 중국 48%)

황경인 부연구위원은 “얼리어답터(early adopter, 발빠른 수용자)가 빠진 캐즘 구간에선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자만 남게 되고, 이 때문에 유럽 등지에서 중국이 한국의 점유율을 앞질렀다”며 “미국 시장까지 중국에 내어주진 않을 것 같지만, (미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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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위기③ 사라지는 보조금
전기차와 2차전지 산업은 기후변화 대응 차원에서 각국 정부가 보조금과 세액공제 정책을 도입하면서 성장했다. 이 때문에 최근 세계적으로 ‘그린 백래시(Green Backlash, 친환경 정책에 대한 반발)’ 파장이 일어 관련 정책들이 후퇴하자 시장이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 독일은 2023년과 2024년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했고, 프랑스도 축소했다.

미국 역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 법안(OBBBA·One Big Beautiful Bill Act)이 지난달 4일부터 발효됐다. 이로써 미국은 전기차를 구매할 때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까지 소비자에게 직접 지급하던 보조금을 오는 9월부터 폐지한다. 당초 계획은 2032년 말까지 유지하는 것이었다. 태양광·풍력 등 친환경 발전 생산자를 위한 발전세액공제 폐지 시점도 당초 2032년에서 2027년 말로 앞당겼다. 재생에너지 업황이 둔화하면 주요 전력 저장원인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다만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제도가 2032년까지 유지된 점은 국내 기업 입장에선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 제도는 북미에서 생산된 배터리 부품에 한해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것으로, 미국에 약 82조원을 투자한 국내 2차전지 기업에는 반드시 필요한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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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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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위기④ 나빠지는 재무 상태
앞서 언급한 위기 요인들로 국내 2차전지 기업의 재무 지표는 경쟁자인 중국 기업보다도 취약해졌다. LS증권이 지난해 말 부채비율·유동비율·순차입금비율·순차입금 규모 등의 척도로 재무건전성을 비교한 결과 중국 기업인 CATL과 BYD가 국내 배터리 3사보다 더 양호했다. 매출총이익률·영업이익률·자기자본순이익률(ROE) 등 수익성 지표에서도 CATL·BYD·CALB 등 중국 기업이 국내 기업보다 우수했다. 재무 여력 격차가 계속해서 벌어질 경우, 이는 기술과 제품 경쟁력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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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제2차 수퍼사이클, 언제 올까=지난 6월 이후 2차전지 섹터 주가의 반등을 놓고, ‘불황 탈출’의 전조로 받아들이긴 아직 이르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는 10월부터 미국의 전기차 구매세액공제가 폐지되면 전기차 수요 둔화도 본격화할 전망”이라며 “주가도 다음달까지는 반등할 수 있지만, 점차 상승 탄력이 둔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공급과잉 문제도 호황을 늦추는 요인이다. 박형우 SK증권 연구원은 “만약 국내 배터리셀 3사가 지금까지 계획한 설비투자를 모두 진행한다면, 2030년에도 공급과잉 상황이 해소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결국 2차전지 섹터의 다음 수퍼사이클은 전기차 수요가 늘어남과 동시에 새로운 전방 시장이 커지면서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해당하는 시장이 ESS와 휴머노이드 로봇 등이다. ESS 시장에서 배터리 수요는 아직 전기차의 20% 수준이지만, 기업간거래(B2B) 시장인 만큼 전기차에 비해 수요 변동성이 낮아 안정적이라는 평가다.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에는 가성비 배터리보다는 국내 기업이 비교우위에 있는 고사양·고성능 배터리가 장착될 가능성이 커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황경인 부연구위원은 “앞으로 2차전지 수요는 기존 전기차에서 벗어난 미래형 모빌리티, ESS, 사물배터리(BoT) 등 새로운 영역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업황은 경기 순환 차원에서 2~3년 내 반등할 가능성이 크고 시장 자체도 성장할 거란 점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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