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기적의 청춘들' 교토국제고, 고시엔 2연패 무산…8강서 아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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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국제고 선발 니시무라 잇키가 야마나시가쿠인고와의 고시엔 8강전 도중 모자를 벗어 땀을 닦고 있다. 교토국제고는 4-11로 패해 대회 2연패 도전을 멈췄다. 교도=연합뉴스

재일동포들이 설립한 민족학교 교토국제고의 여름 고시엔(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2연패 도전이 아쉬움 속에 막을 내렸다.

교토국제고는 19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한신고시엔 야구장에서 열린 대회 4회전(8강전)에서 야마나시현 대표로 출전한 야마나시가쿠인고에 4-11로 패해 4강 진출에 실패했다. 지난해 이 대회 정상에 오르며 디펜딩챔피언 자격으로 대회 2연패에 도전장을 냈지만, 정상까지 남은 두 걸음을 더 내딛지 못 했다.

교토국제고는 1회초 먼저 한 점을 얻으며 기세 좋게 출발했지만, 이어진 2회말 5실점하며 역전을 허용했다. 지난해 고시엔 우승 주역이자 선발 등판한 에이스 니시무라 잇키가 야마나시가쿠인고 타자들에게 집중타를 맞고 무너지며 대량 실점했다. 이후 5회 3점, 6회 1점, 7회 2점을 추가로 내줬다.

패색이 짙어진 이후에도 투혼은 이어졌다. 교토국제고는 8회 한 점을 따라붙으며 가라앉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2-11로 뒤진 9회엔 1사 이후 9번 후지모토 겐키의 2루타와 1번 하세가와 하츠의 3루타, 2번 도고 도라노스케의 희생플라이를 묶어 2점을 추가했다. 주자가 홈을 밟을 때마다 더그아웃의 모든 선수들이 뜨겁게 환호했다.

꾹꾹 누른 감정은 경기 종료 후 터져 나왔다. 패배해 탈락한 팀이 고시엔 구장의 흙을 담아 기념하는 전통을 따를 때 에이스 니시무라 잇키를 비롯해 여러 선수들이 묵묵히 눈물을 훔쳤다. 관중들의 박수를 받으며 그라운드를 떠날 때도 마찬가지였다.

교토국제고는 지난 2021년 교토부 지역 예선에서 우승하며 처음 여름 고시엔 무대를 밟은 이후 2023년을 제외하고 매년 이 대회에 참가했다. 지난해에는 개교 이후 처음으로 고시엔을 제패하며 전국구 강자로 발돋움했다. 야구부 역사가 20여 년에 불과한 데다 운동장 크기가 야구장 정규 규격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여러 불리한 조건을 딛고 이룬 우승이라 의미가 남달랐다.

재일동포 사회에서도 ‘민족학교’를 뿌리로 둔 교토국제고의 쾌거가 자부심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교토국제고는 현재 일본인 학생이 70%에 이르는 일반 고교지만, 재일동포들이 민족 교육을 위해 세운 학교라는 정체성 만큼은 유지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3회전까지 승리할 때마다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大和·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로 시작하는 한국어 교가가 경기장과 TV 중계 화면에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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