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장 입고 140조 무기구매 선물…트럼프에 선처 호소한 젤렌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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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협정을 강요받으면서 영토 포기 압박에 시달리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두 가지 카드를 동시에 꺼내 들고 사실상 선처를 호소했다. 140조원에 가까운 미국산 무기 구매 의향을 밝히면서 러시아 점령지 비율이 표기된 지도를 함께 펼친 것이다. 안보도 경제 논리로 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향을 겨냥하는 동시에 러시아 팽창의 위험성을 알림으로써 즉각적인 영토 양보만큼은 피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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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회담에서 유럽 재원으로 1000억 달러(약 139조원) 규모의 미국산 무기를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제안했다. 이와 별개로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500억 달러(약 69조원) 규모의 드론 공동생산 협정도 추진할 계획이다. 여기엔 지난 3년여 동안 러시아와 전쟁에서 쌓은 드론전 노하우를 미국과 공유하겠다는 상생 의지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FT가 확인한 문서에는 그 외 구체적으로 어떤 무기를 조달하려는지, 드론 관련 사안에 조달과 투자의 비중이 각각 얼마인지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돼있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산 패트리엇 10기 이상에 대해 구매 의사를 꾸준히 밝혀왔던 점을 고려하면 방공 시스템이 우선순위에 포함돼있을 가능성이 크다. FT는 사안에 정통한 4명의 인사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 전 유럽 동맹국들과 해당 협력안을 공유했다”며 “이전에 보도되지 않은 대미 새 안보 제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제안은 미국의 안전보장을 이끌어내려는 일종의 유인책으로도 해석된다. 러시아에 맞서는 우크라이나의 편에 미국이 설 수 있도록 트럼프 대통령에게 명분을 만들어주려는 것 아니냐는 의미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선 미국산 무기가 우크라이나 영토에 배치된다면 미군의 역할도 기대해볼 만하다.

FT 역시 “우크라이나의 제안은 미국 산업의 이익을 중시하는 트럼프의 성향을 파고들었다”고 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백악관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군사 지원에 대해 질문을 받은 뒤 "우리는 아무것도 (공짜로) 주지 않는다. 우리는 무기를 팔고 있다"고 답한 장면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CNN에 따르면 이날 회담에선 우크라이나의 전황을 담은 지도가 걸렸는데, 러시아가 점령했거나 ‘회색지대’로 남은 영토가 비율로 표기된 점이 눈길을 끌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지도의 ‘퍼센티지’를 놓고 논쟁을 벌였다”면서도 “따뜻하고 의미 있는 대화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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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만난 뒤 기자들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젤렌스키 대통령이 현재 러시아 점령지를 굳이 상기시킨 건 평화협정에 따른 우크라이나의 영구적 영토 상실이 우크라이나를 넘어 유럽 등 서구 사회에 어떤 위협으로 작용하는지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알리려는 의도일 수 있다. 실제 유럽과 우크라이나는 도네츠크주 등 돈바스 지역을 향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집착이 서진에 대한 야욕에서 비롯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회색지대를 강조한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특정 지역에서 러시아의 열세를 짚은 뒤 영토 교환론의 무리수를 부각하는 방식이다. CNN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점령된 영토가 정확히 얼마쯤 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런 지점들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이밖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어떠한 조건도 없이 만나야 한다"며 양자 회담을 제안하기도 했다. 또 "양자 회담의 조건으로 휴전을 요구하면 러시아는 우리가 협상을 방해한다고 비난할 것"이라며 휴전 요구론에 한 발 물러서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만남 자체가 “전쟁을 잠시 중단하고 현실을 보자”는 의미로 읽힌다는 점에서 우크라이나가 주장하는 휴전 선행론과 비슷한 맥락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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