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폭우에 배추 가격이 한 달 새 1.5배로 뛰어 한 포기 평균 소매가격이 7000원을 넘었다. 1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집계에 따르면 전날 배추 상품 평균 소매가격은 7062원으로 작년보다 9.3% 상승해 평년보다 11%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사진은 이날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배추를 구매하는 모습. 뉴스1

한풀 꺾인줄 알았던 무더위가 다시 기승을 부리면서 배추 등 식재료 가격이 급등하는 ‘히트플레이션(heat + inflation)’이 가속화하고 있다. 에어컨 등 냉방용품 사용 증가로 전기세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서민들의 ‘이중고’가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집계에 따르면 전날 기준 배추의 평균 소매가격은 7062원으로 1년 전보다 9.3% 뛰었다. 이는 평년보다 11% 높은 수준이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52%로, 한 달 새 배추 한 포기 가격이 2500원 가까이 올랐다.

이외에도 토마토는 1㎏에 5571원으로 작년보다 11.1% 올랐다. 복숭아도 백도 상품 기준 10개에 2만2685원으로 26.3% 비싸졌다. 한때 3만원을 웃돌던 수박은 2만9910원으로 떨어졌지만 평년보다는 9.8% 비싸다. 양배추도 개당 4526원으로 3.3% 올랐다.

통상 여름철 배추 가격은 7월보다 8월이 비싸다. 하지만 예년보다 훨씬 상승 폭이 큰 이유는 그만큼 이상기후 현상이 심화해서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폭염ㆍ폭우 등 이상기후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면서 배추 품질이 떨어져 출하량이 줄었다”고 말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평균 폭염일수는 14.5일로 역대 3위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달 26일엔 해발고도 772m인 대관령에도 1971년 기상 관측 이래 처음으로 폭염이 발생했다.

불볕더위에 닭ㆍ오리 등 가금류의 폐사도 급증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8월 생계 유통 가격이 1800원 내외가 돼 전년 동월 대비 3.5%, 평년(1663원) 대비 8.2%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현대경제연구원이 폭염이 길었던 과거 16개 연도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해당 기간의 평균 하반기 물가 상승률은 상반기를 0.2%포인트 웃돌았다. 특히 기후에 민감한 농축수산물의 물가 상승률은 상반기보다 0.5%포인트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앞서 한국은행도 국내 기온이 월평균 1도 오를 때마다 농산물 물가 상승률은 최대 0.44%포인트, 전체 소비자물가는 최대 0.07%포인트 오른다고 분석했다.

무더위에 전력수요도 증가하는 추세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일일 최대 전력수요가 92.0기가와트(GW)로 8월 들어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번주에도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주간 일일 최대 전력수요는 89.7~92.5GW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주 대비 5~7GW 많은 수치다.

전기 사용량 자체가 늘면서 각 가정의 전기료 부담도 커지고 있다. 온라인상에는 “4인가구인데 7월 전기요금이 36만원 나왔다” “1인가구인데도 9만원이 넘는다” 등 ‘전기료 폭탄’에 대한 불만 인증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정부가 3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하고 7~8월 누진제를 완화했지만 폭염에 대응하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한국전력공사 보유한 부채 규모(205조원) 등을 고려하면 4분기엔 전기요금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려다 보면 전기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다”며 “적극적으로 국민에게 이를 알려 이해와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했다.

히트플레이션은 앞으로 심화할 전망이다. 농산물 수급 관리, 에너지 요금 부담 완화와 같은 단기 처방만으론 한계가 있다. 전문가들은 재생ㆍ고효율 에너지 확대와 함께 수급이 불안정한 농산물에 한해서라도 수입을 늘리고, 폭염ㆍ가뭄에 강한 작물이나 품종 개발에 힘쓰는 등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