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후배 이전에 팬…박성현 일으킨 ‘윤이나 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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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LPGA 투어 다우 챔피언십에 팀을 이뤄 출전한 윤이나(왼쪽)와 박성현. 이 대회가 박성현이 슬럼프에서 벗어나는 출발점이 됐다. 성호준 기자

지난 6월 30일, 미국 미시간주 미들랜드 골프장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다우 챔피언십 최종라운드. 10번 홀에서 255m를 남기고 박성현(32)은 3번 우드샷으로 공을 그린에 올렸다. 박성현은 순간 하늘을 향해 어퍼컷을 날렸다. 돌이켜보면 이 장면이 박성현에게는 긴 슬럼프를 끊어내는 분수령이었다.

그 이전까지 10개 대회에서 9차례나 컷 탈락했던 박성현은 다우 챔피언십에서 공동 18위를 기록했다. 이어 귀국해 출전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공동 11위를 차지했다.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18일 끝난 포틀랜드 클래식에서 공동 7위에 올랐다. 6년여 만에 LPGA 투어에서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당초 박성현은 다우 챔피언십 출전권이 없었다. 2인조 경기 방식의 대회였는데, 윤이나(22)가 그를 파트너로 초대했다. 당시 박성현은 LPGA CME 랭킹 147위로 사실상 최하위권이었다. 성적을 고려한다면 윤이나가 박성현을 선택하는 건 현명한 결정이 아니었다. 윤이나 주위에서는 “갈 길이 바쁘다”라며 반대했다. 그러나 윤이나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박성현까지 “더 잘 치는 선수와 하는 게 낫지 않겠냐”며 정중히 사양했지만, 윤이나가 “꼭 함께하고 싶다”고 부탁해 동행이 성사됐다.

윤이나는 큰 기대 속에 LPGA에 진출했지만, 부진했다. 박성현은 올 시즌도 소득 없이 끝나는 분위기였고, 내년에는 마땅히 갈 곳도 없었다. 윤이나는 어릴 적 동경했던 박성현과 함께 경기하면서 위안을 받으려 했다. 윤이나는 “열한 살, 열두 살 무렵 필리핀 전지훈련에서 키 크고 멋진 박성현 선배를 처음 만났다. 인사를 밝게 받아주시고, 질문하면 진심으로 답해주셨다”고 회상했다.

두 사람은 ‘우상과 팬’의 관계를 넘어, 같은 무대에서 서로의 짐을 덜어주는 ‘동료’가 됐다. 슬럼프에 빠진 선배와 기대에 짓눌린 후배가 나란히 페어웨이를 걸으며 다시 희망을 찾은 것이다. 박성현은 경기 후 “나를 믿어준 (윤)이나 선수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두 선수의 매니지먼트사인 세마의 홍미영 부사장도 “다우 챔피언십을 함께 치른 뒤 두 선수 모두 달라졌다. 서로에게 기대며 자신감을 되찾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박성현 앞에 놓인 길은 여전히 험난하다. 이번 시즌 LPGA 투어에는 아직 12개 대회가 남았지만, 박성현이 출전할 기회는 많지 않다. 내년 출전권을 유지하려면 반드시 한 대회에서 6위 이내에 들어야 한다. 설령 올해가 그의 LPGA 투어 마지막 시즌일지라도, 끝자락에서 화려한 불꽃을 피워 올린 점은 값지다.

한편 KLPGA는 규정을 개정해 과거 스타 선수에게 출전권을 부여할 예정이다. 박성현이 그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박성현이 어디에서 뛰더라도, 자신감을 되찾은 그의 모습은 팬들은 물론이고 윤이나에게 기쁨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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