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건지산에 초고층 아파트가 웬말"…전주시 특례사업에 주민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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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환경운동연합과 공원녹지아파트 호성동 공동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19일 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건지산 일원에 추진되는 초고층 아파트 건설 사업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사진 전북환경운동연합
전주시, 민간공원 특례 사업 추진
전북 전주시가 건지산 일원에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이른바 ‘숲세권(자연환경과 가까운 주거지)’ 아파트 건설 사업을 추진하는 가운데 인근 주민과 환경단체가 “자연의 공공성을 사유화하는 행위”라며 반발하고 있다. “건지산 일대는 전주시민과 관광객이 즐겨 찾는 대표적인 도심 속 공원”이라는 이유에서다.
전주시는 20일 “호성동 건지산 일대 약 11만㎡를 대상으로 민간공원 특례 사업을 추진 중”이라며 “한 컨소시엄이 아파트 개발 사업을 제안해 현재 타당성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수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업 제안서엔 약 3800억원을 들여 700세대 규모 아파트 단지를 짓는 계획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부지는 도시계획상 덕진공원으로 지정·관리되던 곳으로, 지난 7월 ‘도시공원 일몰제’로 개발 제한이 풀린 100% 사유지다.
도시공원 일몰제는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된 개인 소유 공원 부지가 20년간 조성되지 않을 경우 공원 지정을 해제하는 제도다. 헌법재판소의 재산권 침해 판결에 따라 2020년 7월 도입됐다. 전주시는 2020년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관리계획상 보상비 3530억원 중 2706억원을 투입, 전주 지역 전체 일몰 대상(12곳, 14.3㎢) 가운데 공원 사유지 1.4㎢를 사들였다. 일몰 대상 사유지(10㎢)의 14% 수준이다. 개발 가능성이 높아 전주시가 우선 매입지로 분류한 기준으로도 절반(58.3%)에 그쳤다.

우범기 전주시장이 지난 8일 전북 전주시 전주종합경기장 일원에서 열린 '전주 MICE복합단지 도시개발사업 안전 기원·착공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뉴스1
“건지산은 특정 아파트 정원 아냐” 중단 촉구
우범기 전주시장은 도심 속 공원을 지킨다는 명분을 내세워 민간공원 특례사업을 추진해 왔다. 민간 사업자에게 부지 면적 30% 미만은 상업·주거 시설 등 개발권을 부여하고, 부지 70% 이상은 사업자가 공원을 조성해 전주시에 기부채납하는 방식이다.
공원녹지아파트 호성동 공동비상대책위원회와 전북환경운동연합 등은 지난 19일 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건지산 일원에 추진되는 초고층 아파트 건설 사업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건지산은 전주시민 모두의 숲이지 특정 아파트 입주민의 정원이 아니다”면서다. 이들은 “이 사업은 건지산의 자연경관과 녹지를 훼손하고, 교통 혼잡과 일조권 침해로 주거 환경을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민간 사업자가 법정 최대치에 육박하는 29.9%의 개발 비율로 아파트 건설을 제안했다”며 “이는 공원 보전이라는 본래 취지보다 개발 이익 극대화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며 전주시의 특혜 의혹도 제기했다. 그러면서 “현행법상 농업법인은 부동산 개발업을 영위할 수 없다”며 “해당 부지를 소유한 농업법인이 컨소시엄에 포함된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전북환경운동연합과 공원녹지아파트 호성동 공동비상대책위원회가 '건지산 아파트 사업 철회'를 요구하며 만든 팻말. '도시공원은 시민 모두의 것! 건지산을 전주시민 품으로!'라고 적혀 있다. 사진 전북환경운동연합
전주시 “현재 고구마밭…생태계 훼손 크지 않아”
이에 대해 전주시 측은 “현재 해당 부지는 고구마밭인 데다 수목이 거의 없는 상태로 실질적으로 공원으로 볼 수 없다”며 “사업이 진행돼도 산림과 생태계 훼손은 많지 않다”고 반박했다. 특혜 의혹에 대해선 “컨소시엄 측이 개발 비율을 30% 가깝게 제안한 것은 전체 부지 면적이 그리 넓지 않기 때문”이라며 “토지 소유자인 농업법인이 컨소시엄에 포함된 것도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법률 자문을 토대로 전주시가 문제 삼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주시 관계자는 “현재 컨소시엄에서 제안서만 제출한 단계로, 구체적인 사업 계획은 나오지 않았다”며 “앞으로 심사 과정에서 주민과 환경단체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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