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우리말 바루기] ‘나침반’과 ‘나침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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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파도 잡히지 않는 망망대해에서 난파를 당했다면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이 가장 먼저 떠올릴 만한 답변은 바로 ‘나침판’일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나침판’이 아니라 ‘나침반’이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가 있을지 모르겠다.

‘나침반’과 ‘나침판’은 둘 중 하나가 틀린 표현이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둘 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라 있는 표준어이므로 고민할 필요 없이 사용하면 된다.

‘나침반(羅針盤)’은 ‘그물 나/펼칠 나(羅)’ ‘바늘 침(針)’ ‘소반 반(盤)’ 자로 이뤄진 낱말이다. ‘소반’이 받침을 가리키는 말이므로 ‘나침반’은 바늘이 올려져 있는 받침을 일컫는 단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나침반’을 ‘나침판’이라고 쓰는 언중(言衆)이 많아지자 결국 ‘나침판’도 표준어로 인정된 것이다(표준어규정 3장 5절 26항).

그래서인지 ‘나침판’은 ‘板(널빤지 판)’이 들어간 ‘羅針板’이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면 ‘羅針판’이라고 돼 있다. 다시 말해 ‘나침판’은 ‘나침반’이 변형돼 파생된 단어라는 뜻이다.

이와 비슷하게 기계 장치들의 작동 상태를 알리거나 재는 기계의 눈금을 새긴 판을 가리켜 ‘계기반’이라고 해야 할지, ‘계기판’이라고 해야 할지 헷갈리곤 한다. ‘계기반’과 ‘계기판’도 모두 표준어이므로 아무거나 써도 된다.

다른 점이 있다면 ‘계기판’은 ‘계기반’이 변형돼 생겨난 글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계기판(計器板)’과 ‘계기반(計器盤)’은 각각을 나타내는 한자가 둘 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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