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여당, 공공기관장 물갈이 속도전…‘알박기 방지법’ 패스트트랙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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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정부 시절 임명된 정부 산하 공기업·준정부기관(공공기관)장 및 감사를 일거에 물갈이할 수 있는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알박기방지법)을 신속처리대상(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키로 했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발언 논란을 계기로 입법에 속도를 내기로 한 것이다.

문진석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20일 MBC라디오에서 이 법안에 대해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공공기관장의 임기와 대통령 임기를 일치시켜서 공공기관 운영이 국정철학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꼭 통과시키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관 상임위인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이 우리 것이 아니다”며 “그래서 이 법안을 8월 27일 본회의에서 패스트트랙에 태워서 처리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패스트트랙 안건은 270일 내에 심사를 마치지 않으면 곧바로 본회의에 부의된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윤석열의 알박기를 제거해서 공공기관을 정상화하겠다”며 “지난 7월 정일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정 의원 안은 공공기관장과 감사의 임기를 대통령 임기와 연계해 법정 임기와 관계없이 임명 당시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면 임기가 종료된 것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이다.

과거엔 정권이 교체되면 전 정부에서 임명된 정부기관장은 물론 공공기관장도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것이 관례였다. 정권 말의 알박기 인사와 전 정부 인사의 버티기로 인한 신구 권력 간 갈등이 도드라진 건 2000년대 후반부터였다. 2007년 12월 노무현 대통령이 박대동 예금보험공사 사장과 이철휘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을 임명하자 당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통해 “임기 말 공기업 인사를 자제해 달라”고 청와대에 요청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2017년 5월) 전후 유사한 갈등은 결국 형사사건으로 비화하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이 취임한 뒤 공공기관장들에게 사표를 요구했던 청와대와 정부 인사들(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신미숙 전 인사비서관)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돼 유죄가 확정됐고, 조현옥 전 인사수석은 산업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통일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는 아직 재판 중이다. 그러던 문 전 대통령도 임기 말 기관장·이사·감사 59명을 임명하며 알박기를 시도했다. 임기가 2024년까지인 인사가 28명, 2025년까지인 인사가 14명으로 71.2%에 달했다. 유시춘 EBS 이사장과 김종호(문재인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 기술보증기금 이사장 등은 여전히 현직이다.

같은 내용의 법안은 2019년부터 여야가 바뀔 때마다 발의돼 왔다. 대통령의 공약을 충실하게 이행하고 책임정치를 구현해야 한다는 이유와, 대통령이 지명하는 공공기관 직위는 대통령 퇴임과 함께 사직하는 미국의 사례가 근거였다. 그때마다 이 같은 방식이 기관의 안정적인 운영을 해친다는 야당의 반발에 부닥쳐 입법은 무산됐다.

은재호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공공기관장 중엔 낙하산도 있지만 공적 마인드를 지닌 우수한 인재도 많다. 이들을 진영 논리에 따라 내 편, 네 편으로 가르는 건 위험한 발상”이라면서도 “국정철학의 뒷받침도 중요한 만큼 고도의 독립성이 요구되는 공공기관과 그렇지 않은 기관을 선별적으로 적용하는 방안 등이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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