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미아동 묻지마 살인…경찰, 사건 32분 뒤 기순대 출동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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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구 미아동 마트에서 흉기를 휘둘러 1명을 살해하고 1명을 다치게 한 김성진이 지난 5월 1일 오전 서울 강북경찰서에서 검찰로 구속 송치되고 있다. 뉴스1

‘미아동 마트 살인’ 사건 당시 경찰이 ‘묻지마 범죄’ 예방을 위해 설치했던 기동순찰대(기순대)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아동 살인범’ 김성진은 지난 4월 22일 오후 6시20분쯤 서울 강북구 미아동의 한 마트에서 흉기를 휘둘러 60대 여성을 살해하고, 마트 직원인 40대 여성을 살해하려 한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20일 모경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로부터 제출받은 당시 기순대 근무배치 일지를 보면 사건 당시 기순대는 범행 장소와 약 2㎞ 떨어진 인근 유흥가를 순찰하고 있었다. 해당 팀은 오후 6시52분쯤에야 출동 요청을 받고 오후 7시쯤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 발생 뒤 약 40분이 흐른 시점이다.

기순대는 2023년 ‘최원종 서현역 흉기 난동’ 등 흉악 범죄가 잇따르자 이를 사전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해 2월 출범한 조직이다. 경찰은 기순대 출범 당시 ‘예상하지 못한 치안 문제가 발생할 때 적극 투입해 신속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아동 마트 살인 사건의 경우 기순대가 도착한 시점엔 이미 상황이 다 정리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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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또 기순대는 사건 발생 사흘 전 범행 현장 인근을 마지막으로 순찰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한 경찰 관계자는 “많은 인력을 투입했으면 인력을 적절히 배분해 순찰이 촘촘하게 이뤄지도록 했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빈틈이 많은 것 아니냐는 말이 내부에서도 나온다”고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늦은 출동과 관련해 “상황 발생 시 신속한 지원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사전 순찰에 대해선 “8개 팀이 10개 이상 경찰서의 관할 지역을 순찰하다 보니 같은 장소에 계속 배치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매월 112신고와 범죄발생 등 데이터를 분석해 범죄 취약지 위주로 순찰 경로를 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 경찰과의 공조를 통해 신고가 잦은 곳이나 범죄가 빈발하는 곳을 주로 순찰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현실적인 한계도 있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모 의원은 “기동순찰대가 ‘묻지마 범죄’를 막기는커녕 실제로는 사후 대응에 머물고 있다”며 “기대했던 범죄 억제 효과를 거두기 위해 대규모 체계 개편 등 기순대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기순대가 수행하고 있는 역할이 너무 많아 정작 중요한 사건에는 빠르게 투입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순찰대장이 직접 출동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등 지휘체계를 단순화해 긴급한 사안이 발생했을 때 빠르게 투입할 수 있도록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신이철 원광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는 “기순대는 일부 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지역에서 효과적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점이 이미 확인되는 등 순기능도 분명하지만, 지구대나 파출소가 파악하기 어려운 부분에 기순대를 배치하는 등 효율적인 운용 방법을 더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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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기동순찰대원이 지난해 4월 서울 종로구 일대 순찰 중 길가에 세워진 오토바이에 대해 불법 주·정차 단속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경찰도 기순대의 강력범죄 예방과 관련한 실효나 사건 발생시 대응력이 떨어진다는 등의 지적이 이어지자 역할과 운용 방식 등에 대한 개편을 준비 중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금도 기순대는 강력 사건 등이 발생하면 최대한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앞으로 스토킹 등 관계성 범죄 대응에도 적극 투입하는 등 활용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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