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 울산 공장 전경. 금호석화 제공

석유화학(석화) 업계가 적자로 허덕이는 와중에 꿋꿋이 흑자를 내며 버틴 금호석유화학(금호석화)조차 수익성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고부가가치 제품을 주로 만드는 석화 업체도 위기에서 예외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정부와 ‘석유화학 업계 사업재편 자율협약’에 참여한 석화 업체는 LG화학·롯데케미칼·SK지오센트릭·한화토탈·대한유화·한화솔루션·DL케미칼·GS칼텍스·HD현대케미칼·에쓰오일 등 10곳이다. LG·롯데·한화와 함께 석화 ‘빅4’ 중 하나로 꼽히는 금호석화만 빠졌다. 나프타분해시설(NCC)을 갖고 있지 않은 만큼 상대적으로 사업 재편의 필요성이 떨어져서다.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만드는 나프타는 대표적인 범용 석화 제품이다. 중국발(發) 저가 제품 공세의 직격탄을 맞았다. 금호석화는 경쟁사가 줄줄이 적자를 내는 가운데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흑자를 냈다. 경쟁사가 호황을 좇아 NCC 증설에 나설 때 고부가가치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추는 데 집중한 덕분이다. 금호석화는 의료용·산업용 장갑 원료로 쓰는 NB라텍스 합성 고무 소재 분야 세계 1위다.

하지만 그런 금호석화마저 수익이 크게 떨어졌다.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65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영업이익(1191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2021년 7536억원→2022년 3539억원→2023년 1076억원→2024년 1191억원→2025년 652억원으로 영업이익이 급감하는 추세다.

신재민 기자

수요 부진으로 NB라텍스 평균 판매단가가 2021년 톤(t)당 1900달러대에서 올 초 t당 800달러대까지 떨어진 영향을 받았다. 그나마 올해 1분기에는 미국의 중국산 장갑 50% 관세 부과를 앞두고 선제 주문이 몰려 수익을 방어했다. 하지만 2분기 들어 중국이 미국 외 시장에서 저가 제품을 쏟아내자 흑자 폭이 줄었다.

금호석화처럼 고부가가치 제품인 바이오 투명 소재 ‘에코젠’을 만드는 SK케미칼도 2분기에 적자로 전환했다. 타이어코드를 만드는 코오롱인더스트리도 흑자 폭이 줄었다. 범용 제품보다 상대적으로 덜하다 뿐이지,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드는 석화 업체조차 중국은 물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수요 부진 등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는 실정인 거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석화 업계 불황이 ‘업스트림(upstream·나프타를 분해해 에틸렌 등 기초 유분을 생산)’에서 ‘다운스트림(downstream·기초 유분을 다시 분해해 폴리에틸렌 등 정밀 화학제품을 생산)’으로 번지고 있다”며 “말 그대로 ‘복합 위기’인 만큼 지배적 위치를 가진 고부가가치 제품이라도 경쟁력을 더 끌어올리고 시장별 가격 방어, 판로 다변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