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전남 순천시 서면 순천일반산업단지 내 레미콘 공장의 지상 간이탱크 내부에서 청소 작업하던 공장 임직원 3명이 쓰러졌다는 신고가 접수돼 소방 당국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전남 순천시의 한 레미콘 공장에서 임직원 3명이 화학약품 보관 탱크에서 가스 중독 추정 질식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2명이 숨지고, 1명이 중태에 빠졌다.

21일 전남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29분쯤 전남 순천시 서면 순천일반산업단지 내 한 레미콘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지상 간이탱크 내부에서 쓰러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오후 1시 39분쯤 탱크 내부에서 의식 불명 상태에 빠진 3명을 발견했다. 당국은 사고 탱크가 컨테이너 가건물 내 4개 탱크 중 3번째에 위치해 있어 구조에 어려움을 겪었다. 당국은 구조를 위해 굴삭기로 가건물 구조물을 해체한 뒤 탱크를 옆으로 눕혀 구조 작업을 진행했다. 이후 공기호흡기를 비롯한 안전장구를 착용하고 탱크 내부로 진입하는 과정에서도 출입구가 좁아 구조에 난항을 겪었다.

소방은 신고 접수 후 사고 현장에 10분 만에 도착했으나, 구조에 어려움을 겪은 탓에 신고 접수 1시간 50여분 만인 오후 3시16분쯤 A씨(60)를 구조했다. 이후 오후 3시33분쯤 B씨(57)를, 오후 3시42분쯤 C씨(53)를 차례로 구조했다. A씨는 위중한 상태로 이송돼 치료받고 있으며, 다른 2명은 심정지 상태에서 회복하지 못해 병원에서 사망 판정을 받았다.

조사 결과 사고를 당한 작업자들은 외주업체 소속이 아닌, 해당 공장의 공장장 등 임직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콘크리트 성능을 개선하는 데 쓰이는 혼화제인 고성능 AE 감수제(減水劑)를 보관하는 12t 규모의 탱크에 들어갔다가 의식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저장탱크를 청소하던 작업자 1명이 밖으로 나오지 않자 다른 2명이 구조하기 위해 탱크 내부로 진입했다가 함께 사고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조 후 노동당국이 탱크 내부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한 결과 정상 범위(250~400ppm)의 약 100인 3400ppm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해가스인 황하수소도 적정 기준(10ppm)을 5배 초과한 58ppm으로 측정됐다.

경찰과 노동당국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또는 산업안전보건법 등에 따른 안전수칙이 지켜졌는지 등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날 사고로 전남 지역에서만 두 달 사이 질식사로로 8명이 사상했다. 앞서 전날 오전 0시14분쯤 나주시 운곡동 농공단지 내 동물사료 배합 공장에서 직원 2명이 의식을 잃어 병원으로 이송됐다. 베트남 국적 직원(44)은 의식을 회복했으나, 내국인 직원(39)은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앞서 해남군 해남읍에서는 지난 7월 8일 도로 맨홀 안에서 작업을 하던 60대가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회복했다. 지난 6월 27일에는 여수시 한 가공업체에서 폐수처리시설을 청소하던 업체 대표(60대)와 직원(50대) 등 2명이 질식해 숨졌다.

21일 오후 전남 순천시 서면 순천일반산업단지 내 레미콘 공장의 지상 간이탱크 내부에서 청소 작업하던 공장 임직원 3명이 의식 불명 상태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경찰과학수사대가 현장 조사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