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빌 게이츠 “韓, 수혜국서 공여국 된 모범국가…ODA 증액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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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복지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해 다른 국가에 모범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이 공적개발원조(ODA)를 확대하길 바랍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 겸 게이츠재단 이사장은 21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과거 한국은 국제 원조를 통해 수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게이츠 이사장은 “부유한 나라가 빈곤국을 돕는 건 결국 가치의 문제이고 한국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의 문제”라고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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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이 21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외교부 출입기자단과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외교부 공동취재단

게이츠 이사장은 “한국의 ODA 예산이 국내총생산(GDP)의 0.3%에 못 미친다”며 “앞으로 5년 내 0.5%까지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ODA 예산은 국민총소득(GNI) 기준 0.21%다. 게이츠 이사장은 “부유한 국가가 대외 원조를 확대하는 건 세계의 번영과 팬데믹 예방이라는 실질적 차원뿐 아니라 도덕적 차원에서도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며 “저 자신도 긍정적인 모범을 보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앞서 게이츠 이사장은 2045년까지 개인 재산의 99%와 게이츠 재단 기부금을 합쳐 약 2000억달러(약 280조원)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게이츠 이사장은 이날 "ODA 중 가장 파급력이 큰 것은 국제 다자 보건기구에 투자하는 것"이라며 "다자기구들은 매우 효율적이고 성과도 뚜렷하게 측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제백신공급기구(GAVI)와 글로벌펀드를 통한 지원은 정말 대단한 성과를 거둬 수천만 명의 생명을 구했다"고도 강조했다.

게이츠 이사장의 이날 발언은 한국이 ODA를 확대해 중·저소득 국가의 보건 문제 해결에 더 기여하길 바란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게이츠재단은 게이츠 이사장과 멜린다 프렌치 게이츠가 2000년 설립한 세계 최대 규모 민간 자선단체다. 설립 이후 2023년까지 약 772억 달러(약 105조원)를 글로벌 보건, 교육, 빈곤퇴치, 개발, 기후변화 대응에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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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이 21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외교부 출입기자단과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외교부 공동취재단

게이츠 이사장은 "지난 25년 중 가장 최고로 잘한 일은 아동 사망 숫자를 절반으로 줄인 일"이라며 "앞으로 20년 동안 아동 사망자 수를 연간 200만 명 이하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게이츠 이사장은 북한 지원에도 관심이 있는지를 묻자 “북한은 저소득국이어서 원한다면 백신 등과 관련해 보건기구와 협력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어 “그러나 북한은 협력을 선택하지 않는 이례적인 빈곤국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북한은 코로나19 이후 국경을 봉쇄하면서 국제기구 원조를 대부분 차단하고 있다.

게이츠 이사장은 또 저소득, 중소득 국가에서 상당한 발전을 이룬 국가로 인도, 베트남, 브라질 등을 꼽았다. 또 파키스탄이나 방글라데시와 같은 국가들도 향후 5~10년 안에 중소득 국가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국제개발처(USAID) 구조조정에 나선 상황과 관련해 게이츠 이사장은 "최근 미국에서 불확실성이 커졌다"면서도 "USAID 인력이 줄어들고 한동안 예산이 감축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 예산이 상당 부분 복원됐다"고 설명했다. 게이츠 이사장은 “현재 저와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 의회 사이에서 '다음 단계의 미국의 대외 원조는 어떤 모습이 될 것인가'를 두고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의회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큰 폭의 예산 삭감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게이츠 이사장은 바이오 사이언스 분야에서 한국과 협력도 강조했다. 게이츠 이사장은 "한국의 바이오 사이언스 분야는 규모와 혁신 면에서 매우 크게 성장했다"며 "우리는 4억 달러(약 5597억원)가 넘는 기금을 한국에서 바이오 사이언스를 위해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또 자신이 설립한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사 테라파워(Terra Power)에 대해선 "친환경적이고 값싼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 설립했다. 현재 인공지능(AI) 활용이 확산하면서 수요가 더 늘어나고 있다"며 향후 한국과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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