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열차사망 2명, 대체 투입 참변…서류 작업자, 실제 작업자 달라

본문

17557750885257.jpg

7명의 사상자를 낸 경북 청도군 무궁화호 열차 사고 현장 인근에 설치돼 있는 코레일의 선로 출입문. 사고 작업자들은 작업 현장에 접근하고자 수백미터를 철길로 이동하다가 변을 당했지만, 이 출입문을 이용했으면 작업 현장까지 거리는 10m에 불과하다. 연합뉴스

지난 19일 경북 청도에서 발생한 열차 사고 사상자 중 2명은 당초 작업계획서에 이름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대체투입이 된 상황에서 이들이 안전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21일 수사당국과 전용기·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등에 따르면 사고 당일인 19일 오전 9시에 작성된 무궁화호 열차 사고 작업계획서에는 이날 점검 업무를 수행할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 6명의 이름이 적혀 있다. 이들이 사고 당일 음주 측정과 보호구 착용 확인 등의 검사를 받았다는 표기도 돼 있다. 하지만 실제 사고 후 수사당국이 작성한 사상자 명단에는 계획서에 적힌 2명이 아닌 다른 2명이 포함됐다. 서류상 작업 참여자와 실제 투입자가 달랐다는 뜻이다.

사고 당일 작업에 나선 사람은 모두 7명으로, 한국철도공사(코레일) 관계자 1명(부상)과 구조물 안전 점검을 전문으로 하는 하청업체 소속 6명(사망 2명, 부상 4명)이다. 다만 무슨 이유에서 인지 하청업체의 A씨, B씨가 대체 투입됐고, 이중 신입직원인 A씨가 사고로 사망했다.

이에 사고 직후 소방당국에서도 사망한 A씨를 신원미상으로 표기했다. 또한 신원 파악이 늦어지면서 유족에게도 사고 4시간이나 지나서야 연락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실제 A씨의 빈소는 B씨보다 하루 늦게 차려졌으며, 유족 또한 관계당국에 “작업을 나가면 누가 언제 어디로 나갔는지 다 알고 있지 않으냐. 왜 늦게 연락했는지 모르겠다”며 항의하기도 했다.

17557750887548.jpg

지난 20일 오후 경북 청도군 화양읍 청도대남병원장례식장에 마련된 경부선 무궁화호 열차 사고 희생자 A(30) 씨 빈소에서 어머니가 아들의 친구를 부둥켜안으며 오열하고 있다. 뉴스1

특히 이들은 이동 구간인 노반(철도 궤도를 부설하기 위한 토대)의 경사가 심해 원칙대로 노반으로 다니는 게 쉽지 않음을 사전에 알고 있었던 걸로 파악됐다. 당시 일일 세부 작업계획서를 보면 “이동로 내 비탈 급경사로 작업자 미끄러짐 주의”라고 명시돼 있다. ‘발디딤개소’ 즉 발을 디딜 수 있는 곳이 있는지 미리 확인하고 이동로를 조성할 것을 안전조치계획으로도 담아뒀다.

실제 생존 작업자들은 경찰에 “선로 바깥쪽으로 이동하다가 비탈면에 좁아지는 구간이 있어 선로 위로 이동하게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선로로 이동하더라도 안전 수칙에 따르면 인접역과 무전교신을 해 열차가 없음을 확인 완료 후 횡단해야 한다.

경북경찰청 열차사고 전담수사팀은 이날 작업계획서와 사고 당시 경보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코레일로부터 관련 로그인 기록도 확보했다. 사고 당일 무궁화호 열차(제1903호)를 운행한 기관사를 불러 사고 당시 무선 교신 여부 등 안전수칙 준수 상황을 확인할 계획이다.

17557750889732.jpg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지난 19일 사고 현장을 방문해 한국철도공사 한문희 사장으로부터 사고 경위 및 재발 방지 대책을 보고받고 있다. [사진 국토교통부]

이날 사고 당시 상황이 담긴 녹취록도 공개됐다. 전용기 의원실이 확보한 무전 녹취록 따르면 사고 발생 시각은 지난 19일 오전 10시 49분으로 사고 열차 기관사가 “사상 사고 나서 지금 기관차를 세웠다”며 인근 남성현역과 청도역에 무전을 쳤다.

역 관계자 등은 “접촉 사고가 있었느냐”, “어떤 사고가 있었느냐” 등을 물었고, 기관사는 반복해서 “사상 사고 났으니 관제에 통보해달라”고 요청했다. 7분여 뒤 기관사는 “빨리 와달라. 여기 사람이 쓰러져있다. 119차량 한 대 와서는 안 된다”며 긴박한 상황을 전달했다. 이에 역 관계자가 “119 한 대로 안 된다는 말인가”라고 되묻자, 기관사는 “총 7명입니다. 의식이 없고 나머지도 다쳤다”고 말했다.

이들은 최근 수해로 인한 경부선 철로 인근 사면 안전 점검을 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 사고 열차가 전기기관차여서 소음이 적어 뒤에서 오는지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앞서 경찰은 “(열차 접근) 경보음을 들었지만 육안으로는 열차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부상자 진술을 확보했다. 코레일에 따르면 이들은 열차접근 경보장치 단말기 4대를 가지고 이동했으며 이 중 3대의 단말기가 ‘동작 켜짐’ 상태로 정상 작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문희 코레일 사장은 경북 청도에서 발생한 무궁화호 사상사고에 책임을 지고 21일 사의를 표했다.

한편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최근 발생한 청도 열차사고의 명칭을 ‘무궁화호 열차사고’로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이번 사고를 ‘청도 열차사고’라고 지칭하면 청도 지역 전체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4,123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