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국민 밥솥은 옛말…중견 가전, 바뀌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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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중견 가전업체
‘국민 밥솥’ ‘국민 김치냉장고’ ‘국민 선풍기’
한때 삼성·LG 같은 대기업조차 긴장하게 만들었던 중견 가전업체들의 인기제품들이다. 혼수 가전 1순위로 불티나게 팔리던 시절 “밥솥은 쿠쿠, 김치냉장고는 딤채, 선풍기는 신일”이라는 공식이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1990~2000년대 열풍을 이끌었던 이 ‘국민 가전’은 인구 구조 변화와 달라진 생활습관, 글로벌 기업의 거센 추격 속에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밥솥이다. 쿠쿠(점유율 1위)와 쿠첸(2위)은 여전히 국내 밥솥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양사의 연간 밥솥 판매 실적은 최근 6년간 6000억원대에서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인구 감소와 더불어 1인 가구 증가로 밥을 직접 지어 먹는 이들이 줄었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양곡소비량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쌀 소비량(즉석밥 제외)은 55.8㎏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즉석밥 시장 규모는 2015년 2200억원에서 지난해 5000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김치냉장고 강자 위니아(전 위니아딤채)와 국내 최초로 선풍기를 제작해 명성을 떨쳤던 신일전자도 위기를 맞았다. 냉장고·선풍기 수요는 한정적인데 대기업을 비롯해 중소형 가전 기업들이 제품군을 나날이 확대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위니아는 무리한 사업 다각화까지 더해져 파산 수순을 밟고 있다.
이 틈을 타고 중국 기업들은 빠르게 한국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샤오미는 지난 6월 서울 여의도에 첫 공식 오프라인 매장 ‘샤오미 스토어’를 열고 한국 상륙을 본격화했고, 지난 20·21일엔 중국 가전기업 모바와 드리미가 각각 한국에서 로봇청소기 신제품을 발표했다.
신일전자는 제품 다각화를 위해 지난해 인공지능(AI) 기반 로봇청소기 ‘로보웨디’를 첫 출시했다. 하지만 로보락(45%)·드리미(7%)·에코백스(5%) 등 국내 로청 시장을 꽉잡고 있는 중국 업체들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은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핵심은 다양화, 그리고 틈새시장 공략이다. 선두에 서 있는 건 쿠쿠다. 쿠쿠는 일찍이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2017년 정수기·공기청정기 등 생활가전 판매·렌탈 사업을 ‘쿠쿠홈시스’로 분사시킨 뒤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넘어섰다. 현재 밥솥 판매 매출은 전체 매출의 25~30%에 불과하다. 주방제품에선 음식물처리기와 인덕션, 식기세척기로 제품 범위를 늘리고 있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 연속 내리 적자를 기록하던 쿠첸은 ‘밥맛’에 집중했다. 코로나19 시기, 건강식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걸 포착, 2021년 ‘121 밥솥’을 내놓았던 게 전환점이 됐다. 이 제품은 121도 초고온으로 불리는 과정 없이 잡곡 취사가 가능하고 백미처럼 부드러운 식감을 구현할 수 있다. 출시 5개월 만에 7만대 판매하는 기록을 세웠다. 21일 ‘123 밥솥’을 출시하고 기자간담회를 연 쿠첸은 “121 밥솥보다 높은 2.2기압으로 취사온도도 123도에 달해 취사시간이 30% 빨라졌다”고 밝혔다. 박재순 쿠첸 대표는 “작년에 소폭 흑자를 냈다. 올해는 신제품 판매 성과가 받쳐주면 흑자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견 기업들이 주춤한 사이 틈새시장을 파고들어 새롭게 떠오르는 신생 기업도 있다. 현재 음식물처리기 시장 점유율 1위는 2023년 9월 처음 시장에 뛰어든 스타트업 앳홈의 가전브랜드 미닉스다. 앳홈은 음처기 판매 호조세에 힘입어 지난해 연 매출 1150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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