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마약∙시위∙성병∙폭음…美∙유럽서 1020보다 무서운 '이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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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트를 타며 일몰을 즐기는 노부부의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셔터스톡
미국과 유럽 곳곳에서 60대 이상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후 음주나 마약, 급진 시위 참가 등을 하며 노년을 보내는 ‘과격한 은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폭음, 시위, 성병 증가: 60대 이상이 가장 과격한 세대인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60대 이상의 베이비붐 세대에서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조명했다. 베이비붐 세대란 1946년부터 1964년 사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출산율이 급증했던 시기에 태어난 세대를 일컫는다. 이제 60살을 훌쩍 넘어선 한국의 586 세대(80학번·60년대생)와 인구학적·사회학적으로 유사한 세대 집단이다.

인도네시아에서 마약 밀매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고 약 20년간 복역한 프랑스 출신의 세르주 아틀루이(61)가 지난 2월 4일 인도네시아 탕그랑의 수카르노-하타 국제공항에서 프랑스로 돌아가기 전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마스크를 벗고 물을 마시고 있다.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AP=연합뉴스
“경제적 여유·건강…사회적 문제에 높은 관심”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후 술과 마약 등에 빠져있다는 것은 통계에서 확인된다. 영국 공공보건국에 따르면 영국의 65세 이상 노년층의 성병 진단 건수는 2017년 2280건에서 2019년 2748건으로 약 20% 증가했다. 호주에서는 60세 이상의 불법 약물 사용률이 2001년 3.9%에서 2023년 7.8%로 두 배가량 증가했다는 호주 보건복지연구소 통계도 있었다.
음주량도 다른 세대를 압도했다. 베이비붐 세대의 3명 중 1명은 주 5일 이상 음주를 하는 것으로 파악(영국 공중보건 통계)됐다. 텔레그래프는 “프랑스, 미국, 일본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미국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 지역의 진보적 시민운동 단체 '인디비저블 그레이터 그랜드래피즈(Indivisible Greater Grand Rapids)' 소속 노년층 회원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항의 시위에 참가한 모습. 한 참가자가 '우리의 사회보장제도에 손 대지마(Hands off our Social Security)'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베이비붐 세대는 과격한 사회 활동도 두드러졌다. 영국 런던 메트로폴리탄 경찰 자료에 따르면 이달 초 런던에서 과격 친팔레스타인 단체인 ‘팔레스타인 액션’을 지지하다 체포된 532명 중 60대(147명)와 70대(97명)가 절반 가까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는 54명에 그쳤다. 팔레스타인 액션은 영국 정부가 지난달 테러법에 따라 금지한 단체다.
미국, 프랑스 등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포착됐다. 프랑스에서는 고령층 활동가 그룹인 ‘레 파피 붐흐(Les Papy Boomers, 베이비붐 할아버지들)’가 파리, 마르세유 등에서 환경 시위를 조직했고, 미국과 캐나다 등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고령 여성 사회운동 단체인 ‘레이징 그래니스(Raging Grannies, 화난 할머니들)’는 화석연료 기업을 풍자하는 시위 노래를 불러 화제가 됐다. 지난 2월에서 4월 미국 오하이오, 미네소타 등 여러 주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항의 시위가 열렸는데, 이들 시위 역시 참가자 다수가 은퇴자들이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이에 대해 바비 더피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 정책연구소장은 “베이비붐 세대들은 새로운 의료 기술 덕분에 (예전 노년층보다) 더 건강하다. 게다가 부동산과 연금 등 풍족한 자산이 있어 재정적 기반도 탄탄하다”며 “은퇴 후 진정으로 관심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더피 소장은 또 베이비붐 세대가 부모 세대와 달리 무료 고등교육의 혜택을 받아 교육 수준이 높고 성평등, 인권 등 사회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어 적극적으로 사회 활동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더피 소장은 “베이비붐 세대는 프랑스의 1968년 5월 혁명 정신 아래 성장했고, 영국과 미국에서 기존 질서에 대항한 정기적인 시위들을 경험했다”며 “자신들의 부모 세대와는 거의 모든 면에서 다르다”고 했다.
다만 ‘과격한 은퇴’ 현상은 베이비붐 세대에만 국한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제니퍼 아일셔 미국 남가주대학교 노인학 교수는 “베이비붐 세대에만 해당하는 일종의 특이한 현상”이라며 “젊은 세대는 베이비붐 세대처럼 은퇴할 수 없고, 은퇴 후 같은 수준의 부도 갖기 어렵다. ‘과격한 은퇴’ 현상이 이후 세대까지 이어질 것으로 확신할 순 없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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