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피지컬 AI 만들고, 유니콘 기업 50개 육성...국민 참여 100조원 펀드도 만든다[경제성장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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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향후 5년간 인공지능(AI)을 국가 성장 전략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 예산과 인력을 집중 투입하기로 했다. 인구 충격으로 인한 성장 둔화와 잠재성장률 하락을 반전시킬 유일한 해법이 AI라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22일 성장전략 태스크포스(TF) 겸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새 정부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이재명 정부 5년간 추진할 경제 정책의 청사진이다. 'AI 3대 강국, 잠재성장률 3%, 국력 세계 5강' 비전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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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정부는 AI 대전환을 위한 15개 프로젝트를 선정했다. 먼저 ‘로봇·자동차·선박·가전·드론·팩토리·반도체’ 등 7개 분야에서 AI 선도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제조업 강점이 있는 분야에서 '피지컬 AI' 1등 국가를 노린다는 복안이다. 예컨대 AI 로봇 분야에서는 범용 휴머노이드를 개발해 물류에 우선 적용하고 이후 제조·건설·서비스 등으로 확산한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수요기업(자율주행차·스마트가전·협동로봇·무인기 등)과 국내 팹리스(설계)·파운드리(제조)를 연계해 국산 온디바이스 AI 반도체 개발에 나선다.

AI 시대의 핵심인 인재 양성을 위한 제도 개편에도 나선다.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맞춤형 교육을 통해 국민 누구나 AI를 한글처럼 익혀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역량을 높이는 ‘AI 한글화’를 추진한다. 최고급 인재의 국내 정착을 위해 높은 급여와 병역 특례 등 파격적 지원책을 마련하고, 석학과 신진급 해외 인재 2000명 유치 프로젝트도 병행한다. 또 AI 시대의 ‘쌀’로 불리는 데이터는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개방을 확대하고 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낮은 가명 데이터의 활용도를 높인다.

유니콘 기업 50개 육성 계획, 개인 벤처 투자도 쉬워진다

정부는 ‘넥스트 유니콘 프로젝트’를 통해 AI를 비롯한 딥테크 스타트업을 단계별로 집중 지원해 유니콘 기업 50개를 육성할 계획도 내놨다. 이를 위해 AI 경진대회와 민관 합동 창업 육성 프로그램 팁스(TIPS)를 통해 유망 벤처기업을 적극 발굴하고, 국민성장펀드, 모태펀드 등 벤처투자를 활용한 파격 지원에 나선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벤처투자 시장을 2030년까지 2024년의 3배 이상인 연 40조 원 이상으로 조성할 계획을 밝혔다. 퇴직연금의 벤처투자도 허용하고 연기금 투자안에는 전용 통합펀드를 신설해 신규 자금 유입을 확대한다. 또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상장 공모펀드인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를 도입해 개인투자자의 참여를 넓힌다.

이와 함께 정부는 100조원 이상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해 과감한 투자를 뒷받침하기로 했다. 일반 국민의 공모자금과 금융회사·연기금이 참여하는 ‘미래성장펀드’, 산업은행이 신설하는 첨단전략산업기금을 기반으로 한 ‘첨단혁신산업펀드’가 각각 50조원 규모로 꾸려진다.

이는 잠재성장률 하락에 대응할 유일한 해법이 AI라는 판단에서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10년대 3%대에서 올해 1% 후반으로 떨어졌으며 2040년께는 0%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지난해 2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는 사상 처음 네 분기 연속 0% 안팎 성장에 그치며 잠재성장률을 밑돌았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때마침 AI 시대가 도래했고, 우리 경제가 선도국가로 도약할 절호의 기회이자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말했다.

AI 외에도 전력반도체 등 '초혁신 15대 프로젝트'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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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15대 프로젝트에는 탄화규소(SiC) 전력반도체, 초전도체, 차세대 전력망, K-바이오 등이 포함된다. 분야별 기술 자립도를 높이고 세계 시장을 선도할 대표 제품을 육성하는 것이 목표다.

대표적으로 SiC 전력반도체는 기존 실리콘(Si)보다 전력 손실이 적어 에너지 효율이 높고 발열을 크게 줄일 수 있어 전기차·신재생에너지·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 전반에 활용 가능한 기술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기술 자립률을 10%에서 20%로, 국내 생산 비중을 5%에서 10%로 높이는 것을 목표로 전문 인재를 양성하고 기술·인프라·금융을 집중 지원할 계획이다.

기후·에너지 분야 핵심 과제는 차세대 전력망과 재생에너지 인프라다. 정부는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건설 시점을 당초 2031년에서 2030년으로 1년 앞당기고, HVDC 송전망을 통해 서해안 풍력·태양광 전력을 수도권과 전국에 공급해 안정적 전력 체계를 구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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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이번 전략에는 수도권 집중 체제를 극복하기 위해 정책 체계 전반을 지방 우대 방향으로 설계했다. 동남권은 자동차·조선, 서남권은 재생에너지·식품 산업에 초점을 맞춘다. 또 ‘K-지역관광 토털 패키지’를 신설해 지역 관광 활성화를 지원한다. 이를 위해 올해 3조8000억원 규모인 지역균형발전 특별회계를 내년 10조원으로 대폭 확대한다.

정부는 부진한 내수 회복을 위해 소상공인 부담 완화 등 민생 안정 대책도 내놨다. 전국 200개 대학이 참여 중인 ‘천원의 아침밥’ 사업은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7세 이하 자녀가 있는 가구 등에 제공하는 에너지 바우처 지원 대상도 늘린다. 청년·국민·어르신을 대상으로 대중교통 이용액의 20~53.3%를 환급하는 교통비 패스를 도입하고, 무주택 청년 월세 특별지원 등 주거 안정 대책도 추진한다.

소상공인 금융 지원도 강화한다. 대환대출 지원 대상을 확대하고, 임대료 인하액의 최대 70%를 지원하는 ‘착한 임대인 세액공제’는 2028년까지 연장하며, 소득공제 대상인 노란우산공제 납입 한도는 분기 300만원에서 연 1800만원으로 확대한다.

또한 정부는 과도한 기업 경제 형벌 규정을 합리화하기로 했다. 선의의 사업주에 대해서는 민사적·금전적 책임은 강화하되 형사 책임은 완화하는 방향이다. 배임죄 개선 논의도 병행하기로 했다.

이번 경제성장전략은 정부가 통상 내놓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대체하는 개념이다. 새 정부 첫 발표인 만큼 예년과 달리 단년간 추진할 정책보다는 장기 과제의 방향성을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중소기업 할 것 없이 성장 정체와 무역 환경 변화 사이에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AI로 새로운 활력을 찾아보겠다는 건 옳은 방향”이라면서도 “여전히 AI의 실체가 무엇이냐는 의구심이 있는 게 사실인 만큼, 사업별·단계별로 성과와 진행 상황을 꼼꼼히 챙기면서 정책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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