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골든' 듣고 눈물, 7년을 공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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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기 강 감독은 "영화가 나온 후 저와 제 남편이 함께 SNS를 끝없이 봤다"며 "(현지시간) 새벽이 지나니 언어가 바뀌며 한국 분들의 후기가 이어졌다. 비로소 글로벌한 영화라고 실감했다"고 말했다. 사진 넷플릭스

한국 문화를 숨김없이 다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 아이파크몰, 연출 데뷔작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매기 강 감독의 말이다. K콘텐트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라. 남들 시선 의식하고 관객들 의견에 맞추는 순간 진정성이 사라진다. 관객이 원하는 건 ‘진짜 나’”라고 당부했다. "나 역시 진짜를 보여주고 싶었다. 두렵기도 했지만 달리 생각하면 잘될 수 있고, 그런 의미에서 성공할 수 있었다. 제작 과정, 크리에이터의 손길이 진정성 있고 진짜였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언론과 처음 만난 강 감독은 자신을 “강민지”라는 한국 이름으로 소개하며 “(인기가) 믿기지 않는다. 팬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22일 용산 CGV에서 기자회견

케데헌은 지난 6월 20일 공개 후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역대 최고 흥행작이 됐다. 케이팝 걸그룹이자 퇴마사인 ‘헌트릭스’가 케이팝 보이그룹이자 악령인 ‘사자보이즈’와 맞서 세상을 구하고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현재 넷플릭스 영화 역대 2위로, 조만간 1위 ‘레드 노티스’(2021)의 기록을 넘어설 거로 관측된다.

큰 인기에 21일(현지시간), 미국 언론들은 ‘케데헌’ 인기 분석에 나섰다. 타임은 “‘케데헌’은 어떻게 세계를 정복했나”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문화와 이야기의 핵심을 차지하는 음악의 완성도가 문화적 특이성 속에서도 보편성에 대한 신뢰를 높였다”고 분석했다. 같은 날 CNN은 OST인 ‘골든’‘유어 아이돌’‘소다 팝’이 빌보드 ‘핫100’ 10위권에 든 점을 강조하며 이전까지 영화 사운드트랙이 빌보드 10위권에 3곡이나 진입한 사례는 1990년대 이후 없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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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기 강 감독은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문화가 사랑받기 위해서는 '자신감'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관객은 진정성을 원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사진 넷플릭스

서울에서 태어나 다섯 살 때 캐나다 토론토로 이주한 매기 강은 첫 장편 애니메이션 데뷔작으로 한국 문화를 다룬 데 대해 “3학년 때 선생님이 ‘어느 나라에서 왔냐’ 해서 ‘한국에서 왔다’ 했는데 지도에서 한국을 못 찾더라. 한국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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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기 강 감독은 여성 캐릭터들이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다채로운 표정을 짓는 모습이 많은 이유에 대해 “(보통의) 애니메이션은 여성 캐릭터가 못 생기게 그려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 만들어지는데, 내 작품을 만들 때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진 넷플릭스

구상부터 공개까지 7년이 걸린 ‘케데헌’은 케이팝 문화를 비롯한 한국 문화의 구체적 고증으로도 호평을 받았다. 그는 “해외에서 만든 아시아 배경 작품들을 보면 ‘판타지’에 가까운 시각이 많다. ‘뮬란’의 중국 주인공이 일본의 기모노 스타일 옷을 입고 등장하는 것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한국 문화의 디테일을 정확히 구현하고 싶었다. 팀원 중에도 한국인이 많아 하나하나 바로잡아가며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작품의 콘셉트에 한국의 현대와 전통문화를 함께 녹여내 특별함을 더했다. 감독은 “도깨비·무당·저승사자 등의 한국 전통문화 속 개념이 미국에선 색다르게 여겨졌다. 그러다 ‘데몬 헌터(Demon Hunter)’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소개했다. “과거부터 현재의 ‘헌터’를 묘사하는 오프닝 장면에서 무당 문화의 역사를 집약적으로 보여줄 수 있어 자랑스럽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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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남산 서울타워. 사진 넷플릭스

이후 ‘케이팝’ 요소가 추가됐다. 감독 자신이 케이팝 팬으로서 가져온 애정을 녹였다. 그는 “전부터 H.O.T.와 서태지와 아이들을 진짜 좋아했다”고 밝혔다. 작품 속 캐릭터들을 만드는 과정에선 한국의 여러 아이돌 그룹과 배우 등을 참고했다.

영ㆍ미 팝 차트 정상을 기록한 ‘골든’에 대해서는 “가장 어려운 곡이었다”고 돌아봤다. “주인공 루미의 소망을 담는 대표곡이 돼야 했기에 중요했다. 7개의 데모를 만들었고, 밴쿠버 공항을 가는 길에 마지막 버전을 듣는 순간 ‘그래 이거야’ 하며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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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케이팝 걸그룹 '헌트릭스'의 리더 루미가 겪는 정체성의 혼란과 성장에 대해서도 다룬다. 사진 넷플릭스

이러한 서사는 한국계 캐나다인으로서 자라 온 감독의 삶과도 연결된다. 그는 “루미는 퇴마사와 악령의 정체성을 모두 가진 주인공인데, 문화와 문화 사이 경계에 존재하는 누구나 (루미처럼) 힘듦을 겪는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그는 “극 중 루미의 어릴 적 목소리 연기와 노래는 같은 이름을 가진 딸이 직접 했다”며 “딸 루미가 이제 자신이 엄청 유명해졌다고 자랑스러워 한다”고 말했다. “큰 스튜디오에서 낯선 어른들 사이에서도 겁 없이 연기하고 노래하는 모습에 나 또한 자랑스러웠다”고 전했다.

‘케데헌2’에 대한 질문에 강 감독은 “아직 공식 계획은 없지만, 팬들에게 전하지 못한 아이디어가 많다. (후속작을 한다면) 한국의 트로트ㆍ헤비메탈 등 다양한 음악을 다루고 싶다”고 말했다. 벌써 아카데미 최우수 애니메이션상과 영화 주제가상에 지명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도 나온다. 그는 “누구도 상을 이유로 창작하진 않겠지만, 어떤 형태로든 이 작품이 인정을 받을 수 있다면 큰 의미이자 영광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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