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중단되는 대한민국스포츠영웅 헌액 이면엔 체육회 문체부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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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이하 체육회)가 매년 진행한 대한민국스포츠영웅 헌액 행사를 올해는 건너뛰기로 했다. 전임 집행부 시절이던 지난해 정부 주무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마찰을 빚는 과정에서 체육회 예산이 대폭 삭감돼 발생한 부작용이다.

2020년 대한민국 스포츠영웅으로 헌액도니 '아시아의 물개' 고 조오련. 연합뉴스
스포츠영웅 헌액 행사는 지난 2011년 마라톤 영웅 손기정과 대한민국 국적 첫 올림픽 메달리스트 김성집(역도)을 첫 헌액자로 선정하며 출범했다. 이후 2012년 재정비 기간을 갖고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한해도 거르지 않고 헌액 대상을 뽑았다. 양정모(레슬링), 김연아(피겨스케이팅), 차범근(축구), 김일(레슬링), 엄홍길(산악), 조오련(수영) 등 대한민국을 빛낸 스포츠 전설들이 영예를 안았다. 지난해엔 유도 영웅 하형주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이 영광의 주인공이 됐다.
체육회 관계자는 올해 헌액 작업을 중단한 것과 관련해 “선정 방식을 개선한 뒤 내년에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보다 합리적인 선정 방식 도입을 위한 준비 과정'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이전에 비해 대폭 쪼그라든 예산이 원인이다. 이기흥 전 회장이 문체부와 갈등을 빚은 이후 올해 체육회 예산은 지난해 대비 32.8% 급감했다. 지난해 4388억6700만원이던 예산이 올해는 2951억1100만원으로 줄었다. 1년 새 무려 1437억5500만원이 증발한 셈이다.

2016년 대한민국 스포츠영웅에 헌액된 '피겨 여왕' 김연아. 중앙포토

2024년 대한민국 스포츠영웅에 헌액된 남자 유도 하형주. 사진은 지난 1월 헌액식에서 꽃다발을 받고 김진호, 엄홍길과 기념 촬영하는 모습. 연합뉴스
체육회 예산에서 액수가 늘어난 부문도 있다. 국가대표 훈련 환경 및 처우 개선과 국제 대회 파견, 미래 국가대표 꿈나무 육성 등이다.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예산이다. 대신 생활체육 관련 예산은 대부분 거둬들였다. 체육회를 거쳐 집행하는 기존 방식 대신 경기 단체나 국민체육진흥공단, 지방자치단체에 직접 배분하는 쪽으로 변경했다.
체육회는 지난 2015년 정부 주도로 생활체육협의회를 흡수 통합한 뒤 10년 넘게 엘리트와 아마추어의 균형 발전을 이끄는 '통합 스포츠 플랫폼' 구실을 했다. 하지만 예산 배분 기준이 바뀌며 관련 사업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게 됐다. 예산이 대폭 줄자 체육회는 생활체육부와 청소년체육부를 학교생활체육부로 통폐합하며 허리띠를 졸라맸다.
문체부 관계자는 "생활체육 관련 예산 자체를 축소한 건 아니다"면서 "문체부가 직접 예산을 교부하는 방식과 체육회를 거치는 방식 중 어느 쪽이 효율적인지 따져본 뒤 정책의 방향성을 정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유승민 대한체육회 회장이 8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체육계 현안 사항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는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스포츠와 관련해서는 '국민생활체육 참여율을 2024년 60.8%에서 65%로 높인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과 유승민 체육회장이 지난 8일 만나 체육계 현안을 논의하고 협력을 다짐했다. 스포츠계 인사들은 "문체부와 체육회 모두 수장을 바꾸고 새출발한 만큼 이전 집행부 시절의 갈등에 대한민국 스포츠의 미래가 발목 잡혀서는 안 된다"면서 "실용정부를 표방하는 이재명 정부가 대한민국 스포츠에 가장 실용적인 정책을 수립해 적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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