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노란봉투법, 발의 10년 만에 與 강행 처리…野 “체제변혁 입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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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2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상정을 앞두고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24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쌍용자동차 파업 과정에서 불거진 노동자 손해배상 문제를 계기로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이 법안을 처음 발의한 지 10년 만이다. 민주당은 곧바로 ‘더 세진 상법’(2차 상법 개정안)까지 본회의에 상정해 일요일인 이날 반기업 법안을 잇따라 밀어붙였고, 국민의힘은 “체제 변혁 입법”이라고 반발하며 헌법소원 검토에 나섰다.

노란봉투법 표결은 양경수 위원장 등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지도부가 국회 본회의장 방청석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됐다. 김민석 국무총리와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제외한 민주당 소속 의원 163명이 전원 찬성 표결했다. 차명 주식투자 논란으로 민주당에서 제명돼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이춘석 의원 외에 범여권 이탈표는 없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재석 186명 중 찬성 183명, 반대 3명으로 개정안 가결을 선포하자, 양 위원장 등은 박수치며 환호했다. 민노총 출신인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밝은 표정으로 주변과 악수를 나눴다. 국민의힘은 “경제 내란법”이라며 표결 참여를 거부했고, 개혁신당 의원 3명이 회의장에 남아 반대표를 던졌지만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진보당 등 범여(汎與)의 입법 강행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노란봉투법은 하청 기업 노조가 원청 경영진을 상대로 교섭하거나 파업을 벌일 수 있도록 한 게 핵심이다.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 외에도 ‘근로 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사용자로 규정한 까닭이다.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조항도 신설됐다. 특수고용·플랫폼 근로자들은 기존에 없던 단체교섭권을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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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노란봉투법)'이 통과되자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과 유최안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조합원(오른쪽)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노란봉투법 표결 후 ‘더 센 상법’을 본회의에 상정했다. 자산 규모 2조원 이상 기업에 집중투표제 시행을 의무화하고, 분리선출 감사위원을 확대하는 내용이 골자다.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 표결 전 전원 퇴장한 뒤 “정부·여당이 민주노총 귀족 노조의 충실한 하수인임을 스스로 만천하에 드러냈다. 법안 통과의 순간을 민주노총 방청단이 지켜보며 사실상 ‘확인 도장’을 찍었다”(최은석 수석대변인)고 비판했다. 막판까지 사용자의 정의를 현행대로 유지하고 법 시행 유예기간을 6개월에서 1년으로 늘리는 절충안을 요구했지만 민주당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이 기어이 불법 파업 조장법, 더 센 상법 등 경제 내란법 강행 처리를 이어가고 있다”며 “이 두 입법은 1958년 민법 제정 이래 우리 경제 질서에 가장 큰 후폭풍을 미치게 될 체제 변혁 입법”이라고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25일 의원총회를 열어 헌법 소원 청구 등 추가 대응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보수 진영 야당은 노란봉투법이 결국 노동자의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전날 법안 상정 직후 한국노총 출신인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위해 본회의장 연단에 올라 “‘교각살우’라는 말처럼 노동기본권을 선진화·고도화시키려다 사업장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며 “가장 말단의 노동자에게 희망 고문을 하는 것은 국회의 도리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동훈 개혁신당 수석대변인도 “노봉법은 노동자를 위한다는 가면을 썼지만 결국 일자리 파괴법이 될 것이고, 결국 노동자의 삶을 봉쇄하는 법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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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24일 오후 국회에서 현안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 같은 반발에도 여권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압도적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은 25일 상법 개정안에서도 필리버스터 종결과 표결 강행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대로라면 노란봉투법은 내년 3월, 상법 개정안은 내년 하반기 시행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9일 “원칙적인 부분에 있어서 선진국 수준에 맞춰 가야 할 부분이 있다”며 노란봉투법 관철 의지를 내비친 데 이어 대통령실은 24일 법안 처리 뒤에도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번째로 통과된 노동법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법 시행까지) 6개월의 준비기간이 있다. 정부가 (법이) 안착되도록 노사 의견을 계속 수렴해갈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에서) 거부권 행사된 법안은 (쟁의 대상이) ‘근로조건’이라 돼 있지만 이번에 의결된 법안은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으로 상세화됐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역시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큰 일”(정청래 대표),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을 한 단계 높인 역사적 순간”(김병기 원내대표)라고 자평했다.

노란봉투법이 통과한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는 미국으로 출국했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 경제사절단에 합류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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