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협상 난항 속 '러시아·주방위군' 돌발…&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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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한·미 정상회담은 기자들 앞에서 생중계되는 형식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상대국 정상을 앉혀놓고 자국 언론과 국내 문제에 관한 문답을 나누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진행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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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24일(현지시간)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 이륙 뒤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 워싱턴DC로 향하는 공군 1호기 기내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그런데 회담을 하루 앞둔 24일(현지시간) 러시아가 트럼프 대통령이 사활을 걸어온 우크라이나와의 정상회담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미국 여론의 관심이 한국이 아닌 우크라이나 문제에 집중됐다. 회담 막판까지 미국 측과의 의제 조율을 놓고 이견이 노출되고 있는 가운데 현지 여론의 관심마저 국내 이슈로 옮겨가면서 이 대통령의 첫 한·미 정상회담의 부담의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0분 언론 공개 회담…‘외교 결례’ 반복 가능성

백악관은 이날 오후 트럼프 대통령의 25일 일정을 공지하면서 한·미 정상회담 일정을 공개했다. 백악관 공지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미 동부시간 낮 12시(한국시간 26일 오전 1시) 백악관에 도착해 트럼프 대통령의 환영을 받은 뒤 12시 15분부터 30분간 양자회담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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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 만찬 간담회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이 대통령 오른쪽은 앤디 김 미국 상원의원. 연합뉴스

백악관 집무실에서 진행되는 양자회담은 사실상 전 과정이 백악관 풀기자단에 공개된다. 양 정상의 간단한 모두발언 이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이 이어지는 방식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질문할 기자를 직접 지목하면서 질의응답의 주제는 대부분 미국 국내 정치 사안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다.

이 대통령이 외교적 결례에 가까운 트럼프식 정상회담을 했던 다른 정상들처럼 회담장에 앉아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언론들이 미국 국내 정치 이슈를 놓고 긴 논쟁을 이어가는 것을 가만히 지켜봐야 하는 일종의 ‘굴욕’을 감당해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또 사전에 조율되지 않은 대화 내용이 모두 생중계되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언론을 의식해 이 대통령을 향해 의도적으로 무역과 안보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 돌발적 억지 주장을 펼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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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2월 2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만나 충돌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주말 내내 골프…회담 앞둔 ‘국내 이슈’ 부각

정상회담을 앞둔 이날 백악관에선 회담과 관련한 입장이나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 지난 2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와의 회담을 앞두고 사전 브리핑을 했던 것과 차이가 난다.

트럼프 대통령도 회담을 앞둔 주말 내내 골프를 친 것 외에는 공식 일정을 잡지 않았다. 소설미디어(SNS)에는 토요일에 전직 야구 선수 로저 클레멘스와 골프를 친 사실을 공개하며 “그가 ‘마약쟁이’였다는 증거는 없고,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려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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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트럼프는 모든 것에 옳았다'고 적힌 모자를 쓰고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주요 언론들의 관심도 제한적이었다.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NBC 등은 한국이 약속한 3500억 달러(약 486조원)의 대미 투자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등을 회담의 주요 의제로 예상하며 한국이 조선업 협력을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할 거란 기사를 냈지만, 미국 현지가 아닌 한국 언론의 보도 내용을 재인용한 서울 특파원발 기사가 많았다.

오히려 세르게이 라프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NBC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의)의제가 전혀 준비되지 않았고, 따라서 회담 계획은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사활을 걸었던 러·우 정상회담 계획을 일축하면서 여론의 관심은 우크라이나로 급속히 쏠렸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치안유지를 위한 주방위군 투입 계획에 반발한 웨스 무어 메릴랜드 주지사와 공개 설전을 벌이면서 국·내외 이슈가 돌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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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위군 대원들이 23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유니온역을 일대에 배치돼 있다. 치안을 위해 주방위군을 투입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과 관련 미국 내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더해 ABC·NBC를 “가짜뉴스”로 몰아세우는 글을 다수 반복적으로 게시하며 미국 언론과 재차 대결 구도를 형성했다. 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질의응답이 자국 언론과의 공개 설전이 될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의미다.

오찬 겸한 비공개 회담…공동 기자회견 미정

양 정상이 준비된 의제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하게 될 비공개 정상회담은 30분 간의 ‘공개 리얼리티 쇼’ 이후인 현지시간 12시 45분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다만 이날 공지된 백악관 일정에 따르면 비공개 업무 오찬에 시간이 얼마나 배정돼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또 오찬 이후엔 공동기자회견 등 이 대통령과의 추가 일정은 없다.

외교소식통은 이날 중앙일보에 “대통령실은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에 대비한 대응책을 준비했고, 여기엔 회담 불발 가능성까지 포함됐다”며 “강훈식 비서실장까지 합류한 배경엔 돌발 상황에 대응 차원의 목적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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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 이륙 뒤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 워싱턴DC로 향하는 공군 1호기 기내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지난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 때 로버드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발언권을 넘겨 문 전 대통령과 먼저 대화하도록 했다. 격(格)을 낮춘 외교적 결례에 당시 장하성 정책실장이 끼어들어 ‘참모 대 참모’의 설전으로 격을 재차 낮추며 외교 참사를 피했다. 이번 순방에는 전 영역에 걸쳐 대응할 안보·정책·비서실장 등 ‘3실장’이 모두 합류했다. 또 문재인 정부 시절 모든 한·미 정상회담을 수행했던 강경화 전 외교장관도 특별 수행원 자격으로 참여한다.

이 대통령은 미국으로 이동하는 공군 1호기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협상하는지 (저서인) 『거래의 기술』에 다 써놨더라”며 트럼프 맞춤형 대응을 했음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도 하나의 주권국가”라며 “주권자들인 우리 국민들이 기대하는 바를 충족시키진 못할 지라도 최소한 실망하게 해드리진 않아야 된다는 책임감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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