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나달에게 배운 20세 '신성', US오픈서 필리핀 테니스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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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오픈 1회전을 통과하고 포효하는 이알라. 로이터=연합뉴스
"역사적인 승리다."
영국 BBC는 필리핀 테니스 '신성' 알렉산드라 이알라(20·세계 75위)가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US오픈 첫 판에서 승리한 것을 두고 이렇게 표현했다. 이알라는 25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의 빌리진킹 내셔널테니스센터에서 열린 대회 여자 단식 1회전(128강전)에서 클라라 타우손(23·14위·덴마크)을 2시간36분 접전 끝에 2-1(6-3 2-6 7-6〈13-11〉)로 물리치는 이변을 연출했다. 타우손은 이번 대회 14번 시드를 받은 강호로 신예 이알라의 열세가 예상됐다.
이로써 이알라는 필리핀 테니스 역사를 새로 썼다. 필리핀 선수가 메이저 대회 단식 본선에서 이긴 것은 프로 선수들의 메이저대회 출전이 허용된 1968년 이후 이알라가 처음이다. 특히 이알라는 이날 3세트 게임 스코어 1-5로 끌려가다 승부를 뒤집는 역전드라마를 펼쳐 관중석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이알라는 "타우손은 대단한 선수다. 신체 능력과 정신력 모두 한계치까지 끌어내 뛰었다"고 승리 비결을 밝혔다.

이알라도 나달처럼 왼손으로 테니스 친다. 로이터=연합뉴스
2005년생으로 갓 스물이 된 아얄라가 세계 테니스계 놀라게 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 마이애미오픈 8강전에서 세계 2위 이가 시비옹테크(23·폴란드)를 꺾고 필리핀 선수 최초로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대회 4강에 오르면서다. 당시 이알라는 세계랭킹 140위로 와일드카드 자격으로 대회에 출전한 무명 선수였다. 시비옹테크는 메이저 6승을 기록 중인 현역 여자 테니스 최강자다.
이알라는 테니스 불모지 필리핀 출신이다. 필리핀에선 보기 드문 테니스광이었던 할아버지 덕분에 이알라는 어린 시절 테니스에 입문했다. 수영 국가대표를 지낸 어미니 운동 신경을 이어받아 '테니스 천재'로 불리며 일찌감치 필리핀 무대를 평정했다. 덕분에 12세 때 남자 테니스 레전드 라파엘 나달(40·은퇴·스페인)이 스페인 마요르카에서 운영하는 테니스학교 '나달 아카데미'에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2023년 라파엘 나달 아카데미를 졸업한 이알라(가운데). 왼쪽은 졸업식에 참석한 나달. 사진 이알라 SNS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간 이알라는 기숙사 생활을 하며 나달을 비롯한 세계적인 지도자들의 코칭을 받으며 실력을 키웠다. 이알라도 나달처럼 왼손으로 라켓을 쥔다. 이알라의 재능을 일찌감치 알아본 나달은 이알라 소셜미디어(SNS)에 직접 격려 메시지를 남기는가 하면 출전 대회에 코치를 특별 파견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이알라는 2022년 US오픈 주니어 여자 단식에서 우승하며 특급 유망주로 떠올랐다, 2023년엔 항저우아시안게임에 출전해 단식과 혼합복식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이알라의 나이는 만 17살에 불과했다.
이알라가 가는 길이 곧 필리핀 테니스 역사가 된다. 이날 코트엔 이알라를 응원하는 필리핀 관중이 몰렸다. 이알라는 "우리 고향엔 테니스 국제대회가 열리지 않는데, 이곳에서 필리핀 팬들의 응원을 받으니 마치 홈경기를 하는 것처럼 특별한 기분이다. 필리핀인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라며 감사함을 전했다. 그러면서 "난 새로운 기록에 도전하는 것을 즐긴다"며 선전을 다짐했다. 이알라의 2회전(64강전) 상대는 크리스티나 북사(95위·스페인)-클레어 류(371위·미국) 경기 승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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