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만점짜리 캡틴' 한화 채은성 "지금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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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25일까지 2위에 올라 있다. 포스트시즌 진출은 안정권. 지난 주말 3위 SSG 랜더스와의 홈 3연전에서 2승을 올려 간격을 8경기 차까지 벌려놨다. 그런데도 최근 팀 안팎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지난달 중순까지 1위를 달리다 LG 트윈스에 선두 자리를 내줘서 그렇다. 한화도 후반기 승률 5할(15승 1무 15패)로 선방했지만, LG(25승 1무 5패)의 상승세가 너무 거셌다. 지난 23일 6연패를 끊기 전까지, 한화 더그아웃 주변엔 무거운 공기가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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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라커룸의 단합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주장 채은성. 배영은 기자

한화 주장 채은성(35)은 "이 모든 게 강팀이 되어가는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한다"고 의연하게 말했다. 그는 2022년까지 LG에서 뛰다 2023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한화로 이적했다. 오랜 암흑기를 거친 팀이 조금씩 '포스트시즌 단골'로 성장하는 과정을 직접 겪고, 지켜봤다. 채은성은 "순위 싸움은 언제나 힘들고,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우리가 1위에 머무는 동안 선수들이 잘한 부분도 있겠지만, 운도 많이 따랐던 게 사실"이라며 "장기 레이스는 단기전과 달라 '기세'만으로는 버티기 어렵다. 우리에게도 언젠가 분명 시행착오가 찾아올 거라고 생각했고, 지금이 딱 그 시기 같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한화는 '만년 하위권 팀' 꼬리표를 떼고 환골탈태했다. 33년 만에 전반기를 1위로 마쳤고, 한 시즌 10연승도 두 차례나 해냈다. 비록 순위는 한 계단 내려갔지만, 베테랑과 젊은 유망주들이 힘을 모아 꾸준히 최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지난해부터 주장을 맡은 채은성은 한화 라커룸의 단합을 이끈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백전노장 김경문 감독이 전폭 신뢰하고, 메이저리그 11년 경력의 류현진도 군말 없이 믿고 따르는, 만점짜리 캡틴이다.

채은성은 "연패 중에 내가 부담을 갖고 힘들어하면, 후배들도 더 눈치를 보고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힘든 부분이 있어도 내색하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라며 "류현진 형, 이재원 형, 최재훈 같은 고참 선수들이 밝은 분위기로 이끌 수 있도록 유도해준다. 특히 우승팀(SK 와이번스) 주장 출신인 재원이 형이 조언을 많이 해줘서 나도 의지하고 배우고 있다"고 고마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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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0일 수원 KT전에서 만루홈런을 때려낸 뒤 홈에서 앞서 득점한 주자들의 환영을 받는 채은성. 사진 한화 이글스

채은성은 올 시즌 타율 0.299, 홈런 19개, 80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57을 기록하면서 주장이 아닌 중심타자로도 제 몫을 하고 있다. 타점은 팀에서 가장 많고, OPS는 규정 타석을 채운 한화 타자 중 1위다. 타율과 홈런도 팀 2위에 올라 있다. 지난 23일 SSG전에선 6년 연속 80타점 고지도 밟았다. 무엇보다 득점권 타율이 0.356으로 팀 1위, 전체 7위다. 만루에선 11타수 7안타(홈런 1개, 2루타 2개)로 더 강해진다.

채은성은 "어릴 때부터 타점에 욕심이 있었다. 타점을 낼 수 있는 상황에 나가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며 "중요할 때 '내가 해결해야 한다'는 욕심을 내기보다는, 유리할 때 최대한 과감하게 쳐서 인플레이 타구를 많이 만들어내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타점은 기본적으로 주자가 깔려 있어야 낼 수 있다. 똑같은 안타를 쳤는데 다른 타자들은 출루로 밥상을 차린 거고, 나는 타점으로 숟가락을 얹은 것뿐"이라며 "많이 출루해준 동료들 덕에 나올 수 있는 기록"이라고 공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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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대전 SSG전에서 만루 2타점 적시타로 승리에 쐐기를 박고 기뻐하는 채은성. 사진 한화 이글스

이제 한화도, 채은성도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시기다. 1위 LG와는 5.5경기 차. 잔여 경기(LG 25경기, 한화 26경기)에서 추월하기엔 쉽지 않은 격차다. 최대한 많이 이겨 간격을 좁혀놔야 두 팀의 마지막 3연전(다음 달 28~30일)에서 뒤집기를 노릴 수 있다.

채은성은 "너무 잘하려고 마음먹고 긴장하는 순간, 일이 더 안 풀리기 마련이다. 후배들에게 '내 능력보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을 버리자. 딱 내가 열심히 준비한 만큼, 과감하게 하겠다는 마음으로 (경기에) 나가자'고 얘기하고 있다"며 "항상 팬분들로 가득 찬 야구장에서 경기할 수 있는 게 우리에겐 가장 큰 행복이다. 정말 감사하는 마음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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