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女교도소 가려고 "난 오늘부터 여자"…이걸 받아주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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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자기결정법’으로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별을 바꾼 독일 네오나치 인사 마를라스베냐 리비히(54). 사진 엑스 캡처

‘성별자기결정법’으로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별을 바꾼 독일 네오나치 인사가 여성 교도소에 수감될 예정이다. 성 소수자에 대한 혐오 발언 등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후 성별을 바꾼 것인데, 이번 사건을 두고 독일 정치권에서는 행정상 성별을 손쉽게 바꿀 수 있도록 한 성별자기결정법 악용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알렉산더 도브린트 독일 내무장관은 24일(현지시간) 독일 시사 주간지 슈테른과의 인터뷰에서 “극우 활동가 마를라스베냐 리비히(54)는 단지 여성 교도소에 수감되기 위해 성별자기결정법을 통해 성별을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꿨다 ”며 “그는 자기결정법을 남용하고 조롱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브린트 장관은 이어 “누구도 이런 사례가 (법 남용의) 본보기가 되길 원하지 않는다”며 “이러한 남용 가능성 때문에 법은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성별 변경의 남용에 맞서는 명확한 규칙들이 법에 담길 수 있는지에 대해 다시 논의해야 한다”며 “(현재의 성별자기결정법은) 사법부, 대중, 그리고 정치가 여기서 바보로 취급될 가능성을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리비히는 극우 활동을 하다 수차례 유죄 판결을 받은 대표적인 네오나치 인사다. 남성이었던 그는 2022년 성 소수자 축제 ‘크리스토퍼 스트리트 데이’에서 확성기에 대고 “성 소수자는 사회의 기생충”이라고 외쳤다. 또 성소수자 커뮤니티를 ‘트랜스 파시즘’이라고 지칭하는 등 혐오 발언으로 파장을 일으켰다.

결국 2023년 7월 증오선동과 명예훼손·모욕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고, 항소했으나 기각돼 최근 형이 확정됐다. 그는 지난 19일 “작센주 켐니츠의 여성 교도소에 수감된다”는 내용의 소환장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 1월 돌연 여성으로 성별을 변경하고 이름도 ‘스벤리비히’에서 ‘마를라스베냐리비히’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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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도브린트 독일 내무장관.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된 ‘성별자기결정법’의 허점을 노렸다. 독일의 성별자기결정법에 따르면, 14세 이상이면 누구나(법정 대리인 동의를 받은 미성년자 포함) 법원 허가 없이 행정상 성별과 이름을 스스로 바꿀 수 있다. 성전환 수술도 필요 없다. 과거에는 성별과 이름 변경을 하려면 법원에서 허가를 받아야 했지만 성 소수자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 속에 제도가 변경됐다.

리비히는 성별 변경 이후 립스틱을 칠하고 목걸이와 귀걸이를 하는 등 외모를 여성스럽게 꾸미고 있다. 하지만 콧수염을 기르는 것으로 보아 여전히 남성의 신체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그가 여성 교도소에 수감되는 것이 적절한지 논란이 제기됐다. 하지만 법적 문제는 없다. 성별자기결정법은 “범죄자 수감에 성별만을 기준으로 삼을 필요는 없다”고 규정하고 있어서다.

도브린트 장관이 속한 기독교사회연합(CSU)은 함께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기독교민주연합(CDU)과 더불어 법안 발의 단계에서부터 “성적자기결정법은 성별 변경을 장난처럼 만들 수 있다”며 반대 의사를 밝혀왔다. 이들은 리비히 사건을 계기로 우려가 현실화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 측은 “입소 면담에서 교도소의 안전과 질서를 위협하는지 판단해 (다른 교도소로) 이송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리비히는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나는 정치적으로 박해받는 여성”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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