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李대통령 "野 대화" 언급에도…"난 싸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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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출국하는 이재명 대통령과 부인 김혜경 여사가 23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 탑승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왼쪽은 정청래 민주당 대표.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중앙 김현동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보수 야당을 향한 ‘악수 거부’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일 취임한 정 대표가 “악수도 사람하고 악수하는 것”이라며 보수야당과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야당과 대화는 당연히 해야 한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25일 노란봉투법·상법 등의 일방처리를 두고 국민의힘이 ‘경제 내란’이라고 반발한 것과 관련, “내란 세력이 스스로 내란을 입에 올려주니 땡큐”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내란은 생각하지 말라고 해도 내란이 생각날 텐데. 백 번 손해 볼 일을 쯧쯧”이란 일종의 훈계성 비판이다. 정 대표는 김문수 국민의힘 대표 후보가 자신을 ‘파이프로 현관문을 다 깨고 대사관저에 불을 지르는 아주 흉악한 분’이라고 지칭한 걸 두고는 “사과하지 않으면 법적 조치하겠다”고 예고했다.

반면에 이 대통령은 대화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24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로 이동하는 전용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야당 대표가 법적인 절차를 거쳐 선출되면, 당연히 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와 대화할 것이냐’는 기자단 질문에 “탄핵에 반대하는, 그야말로 내란에 동조한 것 같은 정치인 지도 그룹이 형성되면 그냥 용인할 거냐 그 말 아닌가. 야당은 배제해서는 안 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정 대표와 입장이 다르냐는 질문에는 “여당 대표의 입장과 대통령의 입장은 다르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진 뒤 정 대표는 “대통령의 당연하고 옳은 말씀이다. 대통령은 여야를 다 아울러야 한다”면서도 “나는 여당 대표로서 궂은일, 싸울 일을 하는 거다. 따로 또 같이”라고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자신은 이 대통령과는 입장이 다른 만큼 여당 대표로서 ‘마이웨이’를 걷겠다는 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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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정상회담을 위해 출국하는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두 사람의 시각차는 ‘검찰개혁’ 입법 과정에서도 나타났다. 정 대표는 임기 후 줄곧 “추석 전 처리”를 강조해왔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지난 18일 공론화를 주문하며 제동을 걸자 정치권에선 당정 ‘엇박자’ 우려가 나왔다. 결국 이 대통령은 지난 20일 당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검찰개혁 4법’ 대신 수사·기소 분리의 선언적 의미만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만 추석 전인 9월 25일 우선 처리하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정 대표는 “대통령께 감사드린다”며 이를 받아들였다.

민주당 안팎에선 정 대표가 당분간은 마이웨이를 고집할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18∼20일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정 대표에 대한 직무수행 긍정 평가가 45%로 이 대통령이 당 대표 재임 시절 받은 최고치(45%)와 동률을 이루는 등 당심(黨心)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정 대표가 자기 브랜드인 당심을 벗어날 수는 없어 현 상태가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정 대표 주변에선 출구 전략을 마련해 두려는 움직임도 관측된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 대표가 악수하지 않겠다는 건 실제 악수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다”라며 “제1야당이 내란에 동조하는 듯한 태도를 단절해줌으로써 여당 대표로서 제1야당과 기꺼운 마음으로 대화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춰달라는 정중한 요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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