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쩍쩍 강릉, 촉촉 속초…63만t 지하댐이 두 도시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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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강릉시가 극심한 가뭄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25일 현재 강릉지역 식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17.4%로 연일 최저치를 경신 중이다. 저수율이 15%까지 떨어지면 계량기를 75%까지 잠그는 극단적인 조치까지 해야 한다. ‘마른장마’ 탓이다.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4일까지 강릉지역 강수량은 403.4㎜에 그쳤다.

반면 강릉에서 60㎞ 떨어진 속초시는 마른장마를 겪고도 비교적 물이 풍족하다. 속초지역 올해 강수량은 488.9㎜다. 강릉과 비교해 85㎜의 비가 더 내렸다. 속초시는 과거 대표적인 물 부족 도시였다. 1992년부터 2018년까지 총 8차례 제한 급수를 했다. 70일 넘게 제한급수를 한 적도 있다. 설악산에서 발원하는 쌍천(길이 11㎞)이 주요 식수원인데 경사가 급해 물을 가둘 곳이 없는 탓이었다. 물이 빠르게 바다로 흘러 들어가면서 갈수기의 쌍천은 항상 메말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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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속초시가 찾은 해법은 지하댐이었다. 지하댐은 지표면 아래 암반 위에 평균 높이 11.7m의 물막이벽을 설치해 물이 바다로 흘러나가는 걸 막는 구조다. 쌍천은 밖에서 보기엔 메말랐지만, 물막이벽이 막은 지하에는 모래와 함께 물이 가득 차 있다. 이 물을 관으로 뽑아 집수정에 모아 쓴다. 지하댐은 모래층에 물을 저장하기 때문에 증발을 막고 얼지도 않아 가뭄이 와도 안정적으로 물을 공급할 수 있다.

속초시는 1998년 제1지하댐을 쌍천 아래에 건설했다. 급격한 기후 변화로 물 부족 현상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자 2021년 12월 제1지하댐에서 1.5㎞ 떨어진 지점에 제2지하댐을 만들었다. 63만t의 물을 저장할 수 있다. 비상급수 시 속초시민과 관광객이 3개월 이상 식수를 공급받을 수 있는 양이다.

속초시는 지하수 확보에도 나섰다. 지하 암반을 뚫는 관을 15곳에 설치해 하루 1만6580t의 지하수를 확보했다. 노후한 관을 정비해 새는 물도 막았다. 2021년부터 250억원을 투입해 구시가지인 중앙동·영랑동·금호동·교동 일대 25㎞ 구간의 상수도 관로를 정비했다. 지난해 12월 정비를 완료했는데 이 구간 유수율(流水率)이 59.3%에서 92.4%로 상승했다. 이 덕에 하루 2000t가량의 누수를 잡았다. 이상기 속초시 맑은물개발팀장은 “다양한 정비사업을 추진한 덕에 현재 쌍천 취수장 수량이 넉넉해 가뭄이 지속하더라도 연말까지 물 부족 사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릉시도 지하댐 건설에 뒤늦게 나섰다. 속초시 사례를 참고해 연곡면에 지하수 저류댐 건설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27년 완공 예정이다. 과거 수질 문제로 사용이 중단된 도암댐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도암댐은 1990년 평창군 대관령면에 발전을 위해 건설된 댐이다. 대관령 일대 물을 도암댐에 가뒀다가 15.6㎞의 관을 통해 강릉수력발전소에 보내 전기를 생산한 뒤 남대천으로 흘려보냈다.

하지만 도암댐에서 방류된 물이 남대천을 오염시킨다는 주민 반발에 2001년 3월 방류가 중단됐다. 당시 도암댐 수질은 4급수 수준이었다. 축산폐수와 고랭지 밭에서 사용된 퇴비 등이 유입된 탓이다. 전문가들은 도암댐의 물은 농업용수로 활용하고 오봉저수지 물은 생활용수로 사용하는 등 오봉저수지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매년 반복되는 물 부족 문제에서 벗어나려면 도암댐처럼 이미 인프라가 갖춰진 기존 자원을 활용하는 등 종합적 수자원 관리 대책이 필요하다”며 “도암댐에 정화시설만 설치하면 농업용수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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