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단독]트럼프에 건넨 李대통령 펜의 비밀…퍼터는 6월 제작의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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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은 25일(현지 시각)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백안관 웨스트윙에 도착해 방명록 서명식을 가졌다. 이때 사용한 갈색빛 펜은 상당히 두꺼운 두께여서 일반적으로 서명할 때 쓰는 만년필과는 생김새가 달라 이목을 끌었다. 이 대통령이 서명하는 걸 지켜보던 트럼프 대통령 역시 그 펜에 눈길이 꽂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뜸 펜을 집어든 뒤 “이 펜이 이재명 대통령의 펜인가요”고 묻자 이 대통령은 “네. 가져온 펜”이라고 답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도로 한국에)가져가실 겁니까”라고 농을 던지자, 이 대통령은 웃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두 손으로 가져 가라는 제스처를 보이며 선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께가 굉장히 마음에 든다”, “정말 멋지다, 어디서 받은거죠”라고 거듭 관심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한국에서 만든 펜”이라고 소개한 뒤 “트럼프 대통령께서 하시는 아주 어려운 그 사인에 유용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은 필체가 독특한 것으로 유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용하지는 않겠지만, 선물로 영광으로 소중하게 간직하겠다”고 화답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지켜보던 트럼프 대통령이 펜에 관심을 보이자 이 대통령이 즉석에서 선물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 대통령이 선물한 펜은 당초 이 대통령이 실제로 사용하려고 가져 온 펜이다. 대통령실 의전비서관 소속 행정관이 서울 문래동 제나일 수제 공방을 드나들며 직접 이 대통령의 서명 전용펜으로 제작을 의뢰한 작품이다. 제나일은 가구를 만들었던 청년들이 수제 만년필을 만들기로 하면서 차린 공방으로, 이 공방을 처음 개척한 것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었다고 한다. 문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방명록 작성 때 만년필이 자꾸만 기름을 먹인 종이에서 미끄러지자 수성펜 제작을 따로 의뢰하게 된 것이다.

대통령실이 25일(현지시간) 공개한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이재명 대통령이 준비한 선물. 명장이 제작한 금속 거북선, 국산 골드파이브 수제 맞춤형 퍼터, 카우보이 마가 모자, 펜 등이다. 펜은 선물이 아닌 이 대통령의 서명용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으로 즉석에서 선물했다. 대통령실 제공
이 펜의 비밀은 두꺼운 원목 속에 ‘모나미 수성 네임펜’이 숨어있단 것이다. 네임펜 삽입을 위해 원목을 드릴링 한 뒤, 목공용 끌로 겉면을 손으로 깎아나가는 게 작업 방식이다. 이후 사포를 사용해 매끈하게 표면을 다듬은 뒤 가구에 사용되는 자연 마감재를 사용했다고 한다. 겉에는 황동으로 태극 문양과 봉황이 각인돼 있는데, 이 황동 역시 손으로 직접 깎은 것이다. 제작기간만 2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이외에도 외교부에서 외부 자문을 받아 제작한 골프채, 거북선, ‘마가’(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골프채는 국산 골드파이브 수제 맞춤형 퍼터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신장 등 체형을 고려해 맞춤형으로 제작한 퍼터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각인돼 있다. 가격대는 80만원이다. 제작에 1~2주가 걸렸다고 한다.
특이한 건 의뢰 시점이다. 업체에 의뢰가 들어 온 건 6월 초로 이재명 정부가 첫 한·미 정상회담을 취임 직후부터 예비했던 셈이다. 골드파이브 관계자는 “의뢰자가 정부 측임을 밝히지 않고 트럼프를 만나게 될 것 같은데 제작을 부탁한다고 해 반신반의하며 제작했다”며 “뉴스를 보고서 우리 제품이 실제 전달된 것을 알았고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대통령실이 25일(현지시간) 공개한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이재명 대통령이 준비한 선물. 명장이 제작한 금속 거북선, 국산 골드파이브 수제 맞춤형 퍼터, 카우보이 마가 모자, 펜 등이다. 펜은 선물이 아닌 이 대통령의 서명용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으로 즉석에서 선물했다. 대통령실 제공
거북선 모형은 가로 30㎝·세로 25㎝ 크기로, 기계조립 명장인 HD현대 오정철 기장이 손수 제작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우리 조선 기술의 우수성을 알리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마가 모자는 기존 볼캡(ball cap, 야구 모자) 형태가 아닌 카우보이 모자 형태로 국내 업체를 통해 특수 제작해, 배우자 멜라니아 여사의 것까지 함께 선물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선물한 것들은 그만큼 여러 사람이 한·미 정상회담을 함께 심혈을 기울여 준비했다는 방증”이라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드레스 코드(dress code)도 트럼프 대통령에 맞췄다. 두 정상은 모두 붉은색 계열의 넥타이를 착용했는데, 이는 미국 공화당의 상징색이다. 이 대통령은 앞서 한·일 정상회담에선 푸른색 넥타이를 선택했다. 파란색은 신뢰를 상징해 국제 외교 현장에서 자주 쓰이는 색상이다. 일본과 대비되는 한국의 색이기도 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게 자신의 피습 사진이 실린 사진첩을 선물했다.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펜을 주면서 “받고 싶은 선물이 있다. 이시바 총리가 받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받은) 선물을 봤는데, 사진첩이더라”고 먼저 언급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이 대통령에게 선물로 건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울러 “당신은 위대한 지도자다. 한국은 당신과 함께 더 높은 곳에서 놀라운 미래를 갖게 될 것이다. 난 언제나 당신과 함께 있다”는 메시지를 직접 써서 이 대통령에게 건네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찬을 겸한 확대 회담을 마친 뒤 참석자들을 ‘기프트 룸’으로 데려 가 마음에 드는 선물을 고르도록 권했고 마가 모자와 골프공, 셔츠용 핀 등에 직접 사인을 해줬다고 한다. 자신의 기념 동전도 모두에게 나눠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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