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정은 이름만 13번 불렀다...공 넘겨받은 北 선택은 [한·미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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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대화와 관여를 통해 대북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확인했다. 동시에 양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도 확인했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한 목소리로 북한을 향해 러브콜을 보내면서도 큰 원칙은 견지한 가운데 공은 김정은의 코트로 넘어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피스메이커'(peace maker)를 하시면 저는 '페이스메이커'(pace maker)로 열심히 지원하겠다"며 북한 문제 해결을 당부했다. 이어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도 만나시고, 북한에 트럼프 월드도 하나 지어서 저도 거기서 골프도 칠 수 있게 해 주시고 세계사적인 평화의 메이커 역할을 꼭 해주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대한 희망을 건드리면서 이전에 언급한 북한 원산 리조트 단지에 대한 관심, 최근 부각하는 북한 측의 관광 개발 의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또 이 대통령은 "미국이 평화를 유지하는 국가가 아니라 평화를 만드는 국가로서의 역할이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다"며 "세계의 많은 지도자 중에서 이렇게 관심을 가지고 실질적인 성과를 낸 분은 (트럼프) 대통령밖에 없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분단국가로 남아 있는 한반도에도 평화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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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5.8.26

그러면서 "저의 관여로 남북관계가 잘 개선되기는 쉽지 않은 상태인데, 실제로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덧붙였다. 자신을 낮추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띄우는 식의 덕담을 내놓은 것이다.

이와 관련,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북한과 대화 재개를 위해선) 누군가 그 작업을 위한 단초를 열어야 하는데 현재 국면을 냉철히 보면 남북보다 미국에 조금 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을 상의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대통령에게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그는 "북한과 남한 문제와 관련해 우리가 (한국과)무언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대통령은 제가 함께 일했던 다른 한국 지도자들보다 그것을 달성하는데 훨씬 더욱 적극적(much more prone to doing that)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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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30일 열린 판문점 북·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야기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북·미 양 정상의 케미스트리를 부각하는 장면도 나왔다. 이 대통령은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한국을 비난하는 담화를 발표했을 때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이의 나쁘지 않은 관계를 언급했다"며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는 신호라고 생각한다. 한반도 평화의 새 길을 꼭 열어주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시 "그렇게 하도록 하겠다"면서 "우리는 대화할 것이며, 그는 나를 만나고 싶어했다. 김정은과 만남을 고대하며, 우리는 관계를 개선할 것이다"고 답했다.

언론에 공개된 53분 간의 발언 및 질의 응답 과정에서 한·미 정상은 김정은의 이름만 13차례 언급했다.(영문본 기준) 북·미 관계 개선을 동력으로 남북관계 발전을 견인하려는 이재명 정부의 구상과 김정은과의 개인적 친분과 전세계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강한 지도자 이미지 과시를 즐기는 트럼프의 성향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북·미대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올해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트럼프 대통령을 초청하면서 김정은과의 만남을 추진해보자는 제안을 내놓자 트럼프 대통령은 "슬기로운 제안"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다만 이는 실제 실현 가능성을 따지기보다는 북한과의 정상외교 의지가 강하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는 평가가 외교가에선 나온다. 이에 대해 위 실장은 "그런(미국이 북한과의 대화의 단초를 열 수 있다는)생각의 연장선상에서 APEC 관련 발언이 나왔는데, (미국 측과) 조금 더 상의하고 구체화해봐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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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3일 신형 지대공(반항공) 미사일의 전투적 성능검열을 위한 사격을 지도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이같은 한·미의 러브콜로 인해 셈법이 복잡해진 건 김정은이다. 시간을 두고 회담 결과를 탐색하며 계산기를 두드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정상이 대화와 관여에 방점을 찍으면서도 비핵화라는 목표를 공고히 한 건 그의 고민이 깊어지는 지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한·미동맹을 위대하게 만드는 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면서 "우리가 러시아, 중국과의 관계에서 시도하는 것 중 하나는 비핵화이며, 이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비핵화는 매우 큰 목표로 러시아는 이를 수행할 의향이 있으며, 중국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핵무기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표면적으로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서 5개 핵보유국(P5)에 해당하는 러시아, 중국과의 핵 군축을 강조한 발언이지만, 핵 확산과 이에 따른 군비 경쟁 심화 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북한에 대해서도 비핵화 필요성에 대한 기본적 인식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해당 발언이 한·미동맹과 북한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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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에서 정책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도 이날 정상회담 뒤 워싱턴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한반도와 전 세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해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견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한반도의 평화 정착과 비핵화를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미가 북한과 비핵화를 전제로 협상에 임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비핵화를 전제로 한 협상은 절대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이미 수차례 밝힌 김정은 입장에선 쉽사리 반응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그래서 나온다. 김정은의 대외 스피커 역할을 하는 김여정은 지난달 29일 담화를 통해 "(북한의)불가역적인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며 비핵화 논의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또 미국을 향해 "그러한 새로운 사고를 바탕으로 다른 접촉 출로를 모색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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