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애마’ 이해영 감독 “노출 수위는 ‘애마부인’에 맞춰…안소영에 영감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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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애마'는 이해영 감독의 첫 드라마 연출작이다. 사진 넷플릭스
1980년대 한국 영화계를 흔든 화제작 ‘애마부인’이 40여 년 만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애마’로 되살아났다. 그 시대의 성인영화 제작기를 재현한 것은 아니고, 2025년 여성의 시각으로 재해석한 픽션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애마’ 이해영 감독 인터뷰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2006), ‘독전’(2018)을 통해 자신만의 색깔을 구축해온 이해영 감독(51)의 첫 시리즈 연출작이다. 그는 1980년대 충무로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제작하면서 5~6개월 간 자료조사를 하고, 당시의 많은 영화인을 만나 도움을 받았다.
26일 서울 종로구 북촌에서 만난 이 감독은 “영화라는 두 시간 분량 영상물에 익숙했던 머릿속 퍼즐이 여섯 조각으로 늘어나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1980년대 영화산업 고증을 위해 논문도 보고 충무로를 많이 돌아다녔다. 신인 감독의 마음으로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고 고백했다.
그 시절 많은 영화 중 ‘애마부인’을 내세운 것에 대해선 “성인영화 트렌드를 처음 열었던 신호탄 같은 작품이었다”며 ‘애마부인 1’(1982)의 주인공 안소영에게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안소영은 ‘애마’ 6부에 감초 역할로 등장하기도 한다. 이 감독은 “선배님(안소영)의 작품과 출연하신 여러 다큐멘터리를 보고 작품의 메시지를 떠올렸고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감사인사를 전했다. 다음은 이 감독과의 일문일답.

이해영 감독이 '애마' 촬영장에서 극 중 톱스타 정희란 역을 맡은 배우 이하늬와 소통하고 있다. 사진 넷플릭스
- 글로벌로 소구할 소재가 아니라는 시선에도,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이유는.
- “남성과 여성의 ‘섹시함’이 다르게 소비되던 시대였다. 남성은 국가적 이미지와 연결됐지만 여성은 타락과 불온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그 대비가 흥미로웠다. 또 3S 정책으로 성 영화가 장려되면서도 강력한 심의로 표현은 억압 받았다. 그 모순이 인상적이어서 18년 전부터 시놉시스로 정리해둔 이야기다.”
- 1980년대 충무로를 소재로 꺼내며, 선후배 영화인들의 시선이 신경쓰인 적은 없나.
- “그래서 더 열심히 공부했다. 다행히 유명한 대선배 감독님이 ‘너무 잘 봤다. 1980년대 영화계를 소환해 이야기를 잘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연락을 주셨다. 큰 응원을 받았다.”
- 본인도 1980년대 성 영화를 본 적이 있나.
- “당시 초등학생이라, ‘애마부인’ 시리즈의 팬이라고 말할 순 없다. 가장 처음 본 시리즈는 ‘파리 애마’(1988)다. 중학생 때 보안이 허술한 극장에서 동시상영할 때 보고, 사춘기 시절의 지대한 임팩트로 남았다.”

이해영 감독은 신인 방효린을 캐스팅하며 "보석같은 매력이 있었다"고 극찬했다. 사진 넷플릭스
- 노출 수위에 대한 고민은 없었는지.
- “처음부터 끝없이 고민했다. 원작 ‘애마부인’을 보면 지금 관객들이 놀랄 정도로 노출이 거의 없다. 그래서 기준을 원작보다 더 나아가지 않는 선으로 잡았다. 극 중 곽인우 감독(조현철)의 대사처럼 ‘직접 노출보다 간접적 연출을 통해 노출한 효과’를 내려고 했다.
- 곽 감독 캐릭터는 본인을 투영한 것인가.
- “한국 영화의 다음을 기약하는 인물로 순수하게 남길 바라며 만들었다. 작품이 공개되고 제3자의 시각으로 보니 내 모습이 일부 투영됐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 이하늬를 주연으로 처음부터 낙점하고 작품을 썼다고.
- “이하늬가 아니면 엎는다는 생각으로 글을 썼다. 그래서 정희란 캐릭터를 이하늬를 위한 오트쿠튀르 드레스처럼 한 땀 한 땀 설계해 나갔다. 이하늬가 만삭의 몸으로 제작발표회와 인터뷰에 나서는 걸 보면서 큰 감동을 받았다. 배우로서도 정희란과 닮은 단단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 정희란이 여배우 성 착취를 고발하는 후반부 장면에선 어떤 메시지를 주고 싶었나.
- “자신만의 작은 성취를 해내는 정도의 클라이맥스를 구상했다. 그 클라이맥스는 말을 타는 것으로 표현했다. 벌판에서 알몸으로 말을 타는 ‘애마부인’ 시그니처 이미지가 남성 관객들의 욕망을 대변한다면, 우리 작품에선 이 장면의 변주로 시대를 역행하는 쾌감을 줘야만 했다.”

이해영 감독은 "대중이 '실제로 얼마나 노출이 있어?' '야해?' 이런 질문을 많이 하는데, 노출 수위는 1982년 '애마부인'을 기준으로 삼았다. 노출 여부보다 중요한 건 여성의 욕망을 카메라에 잘 담아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넷플릭스
- 방효린은 어떻게 캐스팅됐나.
- “섹시한 첫인상은 아니면서도 내공을 가진 배우를 찾기 위해 2500명 가까이 오디션을 봤다. 기술적인 연기가 아니라 자기 방식대로 진심을 표현하는 모습이 좋았다.”
- 진선규를 악역으로 내세운 점도 독특하다.
- “인간적인 면모가 있는 배우라서 질 나쁜 악역을 맡았을 때 새로운 얼굴이 나올 것이라 기대했다. 역시나 최고의 연기를 선보여 현장 스태프들이 기립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 1980년대를 고증하기 위해 노력한 요소는 무엇인가.
- “색감과 조형이 과시적이고 뽐내는 미학의 시대였다. 그래서 화려하고 과감하게 색을 넣었다. 이은하 ‘아리송해’·나미 ‘영원한 친구’·윤시내 ‘열애’ 등 당대를 상징하는 삽입곡을 고심해서 넣었다.”
- 이 작품이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는지.
- “‘낙관만 하기엔 세상은 힘들고, 부조리함이 세상의 본질이 아닐까’라는 시대적 공감대가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찾고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잘 버티며 살고 있는 본인 이야기라고도 느껴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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