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애마’ 이하늬 “에로영화 제목 듣고는 선뜻 나서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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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늬는 '애마'에서 1970~80년대 톱스타 정희란을 연기했다. 사진 넷플릭스
“‘애마’라는 제목만 듣고는 선뜻 하겠다고 나서기 어려웠어요. 그런데 대본을 보니 너무 재미있었고, 성에 대해서도 캐주얼하고 건강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 이하늬 인터뷰
배우 이하늬는 지난 19일 화상 인터뷰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애마’에 참여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극 중 1970~80년대 국제영화상까지 받은 톱스타 정희란을 연기했다.
이하늬는 2년 전 연출자 이해영 감독으로부터 ‘애마’라는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 우려가 컸다. 1980년대 한국을 강타한 에로영화 ‘애마부인’을 소재로 한다는 점에서 자극적인 작품으로만 소비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본을 읽은 뒤 작품의 힘을 확신했고, 촬영을 마친 후에는 출산을 일주일 앞둔 만삭의 몸으로 제작발표회에 나서고 화상 인터뷰를 소화하는 등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홍보에 참여했다. 이하늬는 지난 24일 밤 둘째를 출산했다.
‘애마’는 여성을 성적으로 소비하던 영화계 전반을 비판하고, 이러한 어두운 충무로에 맞서는 두 여배우의 연대와 성장을 그렸다. 1980년대 충무로라는 배경만 차용했을 뿐, 2025년도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풀어내 독특한 재미를 선사한다.
이하늬는 “이 감독이 작가로서도 역량이 뛰어난 분이라는 것에 놀랐다. 지금을 살아가는 여배우로서 세상이 많이 변했음을 ‘애마’를 통해 실감했고, 이런 작품이 나온다는 것이 참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 18일 열린 '애마'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이하늬. 출산을 일주일 앞둔 만삭으로 행사에 참여했다. 사진 넷플릭스
- 정희란은 어떤 인물인가.
- “모든 몸짓이 우아하면서도 군더더기가 없는, 언제 어디서나 여배우 같은 자태를 유지하는 인물이다. 1970~80년대 작품과 자료를 찾아보며 연구했다. 특히 혜은이 선배님을 보며 ‘당대 최고의 톱스타는 지금 봐도 정말 멋있구나’라고 생각했다.”
- 만삭의 몸으로 적극적으로 홍보에 임한 배경은.
- “지금을 살아가는 배우로서, 특히 여배우로서 세상이 많이 변했다고 느낀 작품이다. 이 작품이 나온다는 자체가 참 의미 있고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작품의 한 부분을 담당한 사람으로서 무게감을 느꼈다.”
- 작품을 선택하고 홍보하는 과정에서 가족들 응원이 컸을텐데.
- “은인 같은 사람을 만나 결혼했다. 내가 미혼이었을 때보다 훨씬 과감하게 뭔가를 도전해볼 수 있게끔 제반을 마련해준다. 베드신도 일반인이라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는데, 그런 부분도 무던하게 봐준다. 아이가 생긴 후엔 더 치열하게 작품을 촬영하게 됐다. 아이를 두고 촬영장에 나왔으니 이 시간을 허투루 쓰면 안 된다는 생각에 온전히 나를 쏟아낼 수 있는 작품을 찾는다. 매 작품이 마지막인 것처럼 몰두한다.”

이하늬는 화려한 색감의 의상으로 1980년대 톱스타를 표현했다. 사진 넷플릭스
- 원작 ‘애마부인’의 안소영과는 어떤 대화를 했나.
- “촬영장에서 만나니 정말 반갑고 존경의 마음이 들었다. 그 시절 얼마나 힘들게 작품을 찍으셨는지 여러 영상을 통해 알고 있던 터라, 넙죽 인사를 드렸다. 선배님이 있었기에 나도 지금 활동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감사한 마음이 컸다.”
- 1980년대 활동했더라면 어떤 여배우였을까.
- “예민했을 거다. 그 시절 어떤 작품들은 제목부터 여자를 성적으로 소비하는 뉘앙스를 담고 있다. 본격적인 에로영화 시대가 열린 때라 여배우의 삶이 굉장히 고단했을 것 같다. 그렇게 소모되다가 빠른 은퇴도 생각하지 않았을까.”
- 대중에게 많은 오해도 받는 직업이다.
- “이 일을 시작한 이상 조금 억울한 부분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세금 관련 이슈로는 주변에 심려를 끼쳐 드린 것 같아 송구하다. 사실은 4년째 진행형이고, 완전히 끝난 이슈는 아니다. 세금 납부를 하긴 했지만, 적법하게 추징됐는지에 대한 부분에 대한 검토를 (국세청에) 의뢰했다.”
- 정희란처럼 신인에게 질투를 느낄 때도 있나.
- “연기 잘하는 후배들이 정말 많다. ‘큰일 났다’라는 생각에 그런 마음이 들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내가 배우로서 노력하는 것이 우선이란 생각이다. 대체 불가능한 배우가 된다면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니까. 무엇보다 연기를 정말 좋아한다. 취미가 많은 사람임에도 연기만큼 재미있는 걸 찾지 못했다.”

신주애(방효린)의 의상에 태클을 거는 정희란(이하늬). 두 사람은 티격태격하다가 후반부 동질감을 느끼고 연대한다. 사진 넷플릭스
- 방효린(신주애)과의 호흡은 어땠는지.
- “희란은 주애를 보며 새로운 자극을 받고, 여배우로서 동질감을 느끼게 되고 나중엔 연대한다. 물론 촬영장에선 순서대로 찍은 건 아니지만, 실제 방효린과도 마음이 맞아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누군가 여자들끼리만 연대해도 세상의 온도가 1도는 올라갈 거라고 했는데, ‘애마’를 찍으며 그런 느낌을 받았다.”
- 진선규(구중호)와는 다섯 번째 작품 호흡이다.
- “볼 때마다 정말 좋은 배우구나 감탄한다. 징그럽게 연기를 잘한다. B형 독감에 걸렸음에도 몸을 사리지 않고 육탄전 장면을 찍더라. 나도 옆에서 자극이 많이 됐다.”
- ‘애마’는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까.
- “극 중 1980년대가 도래하며 ‘새로운 세상이 올 거야!’라고 말하지만 실상 세상은 달라지지 않는다. 희란은 세상을 바꾸기 위해 과감한 선택들을 한다. 누군가 세상 어디에서는 희란처럼 불합리함과 투쟁하고 있진 않을까. 굉장히 로컬한 소재로 보이지만 관통하고 있는 메시지는 글로벌 시청자들도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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