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어라? 저 사람 수상한데"…휴가중 보이스피싱범 잡은 경찰관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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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낮 12시16분쯤 대전시 중구 목동의 한 아파트단지 상가 앞. 휴가를 떠나기 위해 상가 식당에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던 대전서부경찰서 이진웅 경사는 수상한 장면을 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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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서부경찰서 형사과 이진웅 경사(가운데)가 휴가 중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을 검거하고 있다. [사진 대전경찰청]

택시에서 내린 한 젊은 남성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상가와 아파트를 휴대전화로 연신 촬영하고는 단지 안으로 쑥 들어간 것이다. 이 경사는 남성을 뒤따라가며 행동을 유심히 지켜봤다. 남성은 누군가를 기다리듯이 서성거렸다. 초조해 보였다.

쇼핑백 전달하는 장면 목격…범죄 확신

잠시 뒤 한 손에 둘둘 만 쇼핑백을 든 중년의 남성이 휴대전화로 누군가와 통화하며 아파트 단지로 들어왔다. 잠시 후 이 남성은 먼저 와서 기다리던 젊은 남성에게 쇼핑백을 전달했다.

순간 ‘보이스피싱 범죄(전화금융사기)’를 직감한 이 경사는 두 남성에게 다가가 ‘경찰관 신분’을 밝히고 자초지종을 물었다. 이 경사는 대전서부경찰서에서 보이스피싱 범죄 수사를 담당하고 있다. 쇼핑백 안에는 오만원권 현금다발이 수북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쇼핑백을 주고받은 두 사람은 관계는 물론 이유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그러자 직감은 확신으로 바뀌었고 이 경사는 112에 “지금 보이스피싱 수거책을 잡고 있다”고 신고했다. 젊은 남성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몸을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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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서부경찰서 형사과 이진웅 경사가 휴가 중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을 검거한 뒤 피해자에게 돌려 준 현금 1700만원. [사진 대전경찰청]

몇 가지 정보를 파악한 이 경사는 쇼핑백을 건넨 중년의 남성에게 보이스피싱 범죄의 일종인 ‘대환대출 사기’를 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년의 남성은 평상복 차림의 이 경사가 경찰관인 것을 믿지 않았다. 오히려 이 경사를 의심했다.

그러자 이 경사는 자신이 근무하는 대전서부경찰서 동료 형사에게 전화를 걸어 남성과 연결해줬다. 10분이 넘는 설득 끝에 중년의 남성은 자신이 보이스피싱 피해를 봤다는 것을 깨닫고 이 경사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고 한다.

피해자 설득…현금 1700만원 무사히

그사이 대전중부경찰서 경찰관들이 도착했고, 이 경사는 젊은 남성을 인계했다. 1700만원 든 쇼핑백은 중년 남성에게 무사히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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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서부경찰서 형사과 이진웅 경사가 휴가 중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을 검거한 뒤 출동한 경찰관에게 범인을 인계하고 있다. [사진 대전경찰청]

경찰 조사 결과 보이스피싱 수거책인 A씨(30대)는 “1건당 5만원씩 받는 아르바이트를 하러 왔다. 보이스피싱 범죄인 줄은 몰랐다”고 진술했지만, 경찰은 A씨가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에서 현금을 수거하는 역할을 맡은 것으로 판단, 그를 사기 등 혐의로 입건했다. 그에게 지시를 내린 윗선에 대한 수사도 이어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자신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 줄 몰랐다고 주장하지만, 비정상적 절차를 통해 현금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점을 알고 있었다”며 “고액의 아르바이트나 현금, 서류 배달업무는 일단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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