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시장금리 하락하는데"…주담대 금리 두달 연속 상승, 4% 눈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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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서울 시중은행 대출창구 모습. 뉴스1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두 달 연속 상승하며 다시 4% 선에 바짝 다가섰다. 대출금리의 지표가 되는 시장금리가 하락하는데 ‘역주행’이다. 은행들이 가계대출 총량을 줄이기 위해 가산금리를 올리고, 우대금리를 축소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지난달 전체 가계대출(신규취급액 기준) 금리는 연 4.2%로 전달(연 4.21%)보다 0.01%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12월(연 4.72%) 이후 8개월 연속 내림세다.
그러나 가계대출 세부 항목별(담보 기준)로 살펴보면 지난달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3.96%로 오히려 6월(연 3.93%)보다 0.03%포인트 올랐다. 연초 이후 넉 달 연속 하락했지만, 6월 반등해 두 달 연속 오름세다. 담보가 없는 신용대출 금리는 지난달 연 5.34%로 한 달 사이 0.31%포인트 뛰었다. 올해 들어 상승 폭이 가장 컸다.

김주원 기자
최근 주담대 금리 상승세는 시장 금리를 거스르고 있다. 올해 초부터 주담대 준거 금리로 활용되는 5년 만기 금융채 금리의 하락세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올해 2월과 5월에 걸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데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도 금리에 반영되면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금융채(은행채ㆍAAA) 5년물 금리는 지난달 31일 연 2.847%로 한 달 전(연 2.864%)보다 0.017%포인트 하락했다. 연 3%를 넘었던 연초와 비교하면 하락세가 눈에 띈다.
하지만 대출자는 올해 기준금리와 시장금리 인하를 체감하기 어렵다.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압박에 우대금리를 축소하고, 가산금리를 높이는 식으로 대출 문을 좁혀서다. 김민수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일부 은행이 5~6월 대출 가산금리를 인상하고 우대금리를 축소한 영향이 1~3개월 시차를 두고 나타나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올랐다”고 말했다.
문제는 주담대 금리가 연말까지 고금리 행진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달 들어 시장금리는 2.8%대 보합세인 데다 ‘6.27 부동산 대출 규제’ 여파가 본격화되면서다. 은행은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목표)을 연초 계획보다 50% 감축해야 하는 비상사태에 놓였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 6월) 규제 전 한꺼번에 쏠렸던 대출 신청을 차례로 실행(공급)하는 것만으로도 월별 관리 한도를 채워서, 신규 대출을 추가로 공급하는 게 쉽지 않다”며 “대출 총량 관리에 주력하면 연말까지 주담대 금리는 4% 초반대가 뉴노멀(새 기준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은행권이 앞다퉈 대출모집인(대출 상담사)을 통한 대출 창구를 일제히 닫은 이유다. 신한은행을 비롯해 하나은행과 농협은행의 대출모집인은 다음 달 실행 예정인 주담대와 전세자금 대출 신청을 받지 않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실행 시점과 상관없이 아예 대출모집인을 통한 대출 추가 접수를 전면 중단했다.
지난달 신용대출 금리가 큰 폭으로 뛴 것도 6.27 대출 규제 영향이다. 신용대출 한도가 연 소득 이내로 제한됨에 따라 고신용자 대출자의 신규대출이 줄면서 평균 금리가 높아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주담대와 신용대출 금리가 올랐는데도 전체 가계대출 금리가 하락한 것도 상대적으로 금리 수준이 높은 신용대출의 비중이 축소된 영향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대출금리와 달리 수신금리 하락세는 두드러진다. 예금은행의 지난달 저축성 수신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2.51%로 한 달 새 0.04%포인트 내렸다. 지난해 말(연 3.21%)과 비교하면 7개월 동안 0.7%포인트 깎였다. 그 결과 예금과 대출의 금리 격차(예대금리차)는 지난달 1.55%포인트로 확대됐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출 수요를 눌러서 집값을 안정화하는 대책은 단기적 효과에 그칠 수 있다”며 “자칫 대출 규제가 과도하면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 (대출) 실수요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세심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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