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폭력 쓰든지 사고 내"…뉴욕 지방정치 주무른 배후에 中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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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 도시인 뉴욕 지방 정치를 중국이 배후에서 주무르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표’와 ‘돈’ 그리고 ‘폭력’을 이용해서고 한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5일(현지시간) “중국 정부 지원을 받은 단체들이 중국 공산당에 반대하는 미국 정치인들의 경력을 무너뜨리고, 공산당 정책을 지지하는 정치인들을 지원해왔다”고 보도했다. 뉴욕 주재 중국 총영사관이 향우회 등을 동원해 중국에 반하는 정치인을 공격하거나 친중 성향 정치인을 지원하는 수법을 통해서다. 현재 뉴욕시에만 약 60만 명의 중국계가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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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차이나타운에서 열린 설날 축하 행사. 로이터=연합뉴스

반중 정치인으로 지목돼 피해를 입은 대표적 인물은 대만 출신의 이원 추(민주) 전 뉴욕주 상원의원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선거에서 재선에 실패했다. 추 의원이 2023년 3월 차이잉원 당시 대만 총통의 뉴욕 행사에 참석한 것이 화근이었다. 중국 푸저우성 향우회가 나서서 스티브 찬(공화)에 대한 지원 여론을 조성했다고 한다. 개표 결과 이원 추는 스티븐 찬에 무려 10%p나 뒤졌다.

친중 시민단체가 건네는 정치자금 역시 중국의 또 다른 무기다. NYT 조사결과 지난 5년간 뉴욕 주 내 최소 53개 이상 시민단체가 중국 정부와 연루됐고, 이 가운데 최소 19곳이 특정 후보를 위해 정치 자금 모금 활동을 펼쳤다고 한다. NYT는 “연방법상 이런 비영리단체는 특정 후보자를 지지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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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16일 미국 뉴욕 차이나타운에서 열린 중국 춘절 퍼레이드에서 퍼레이드 참가자들이 중화인민공화국 국기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더 나아가 친중단체의 지원으로 당선된 정치인들이 이들 단체에 특혜를 주는 순환 구조 역시 포착됐다. 2021년 12월 아시안 아메리칸 커뮤니티 임파워먼트라는 시민단체는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를 위한 모금 행사를 공동 주최했다. 두 달 뒤 이 단체는 4만5000달러(6290만원)를 지자체에서 지원받았다.

중국은 이를 통해 미국의 대외 정책에 노골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존 리우(민주) 뉴욕주 상원의원은 2019년 차이잉원 총통의 뉴욕 행사에 참석했다가, “행사 참석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중국 측에서 받았다고 한다. 중국 총영사관이 주최한 행사에선 ‘대만 통일’ 등을 선서하는 모습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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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월 13일 미국 뉴욕 맨해튼 차이나타운 인근을 사람들이 걷고 있다. AFP=연합뉴스

중국의 경고가 먹히지 않을 때는 ‘여자’와 ‘폭력’ 혹은 ‘우연한 교통사고’도 동원된다. 중국의 천안문 시위 배후로 지목된 슝옌은 2021년 뉴욕주 하원선거에 나섰다가 낙선했다. 중국 영사관이 향우회를 이용해 그의 낙선을 사주한 외에도 중국 국가안전부 직원이 매춘부를 슝옌에게 접근시키고, “출마를 못할 정도로 패거나 우연한 교통사고를 내면 좋다”고 정보원과 논의한 사실이 미 연방검찰의 수사로 드러나기도 했다.

물론 중국 정부가 채찍만 휘두르는 건 아니다. 민주당 출신의 에릭 애덤스 뉴욕 시장은 중국의 경고에 따라 차이잉원 대만총통과 접촉을 자제했고, 그 결과 오는 11월 뉴욕 시장 선거를 앞두고 현재까지 최소 9개 중국계 단체의 지지를 확보했다고 NYT는 전했다. 아울러 뉴욕에서 친중 활동을 펼치는 중국 출신 인사들도 중국에서 사업체를 운영하거나 중국에 가족들이 남아있어 어쩔 수 없이 동조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내에선 중국이 지방 정치 수준 개입 정도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오드리 왕 연구원은 “중국은 장기적인 승부를 보고 있다”며 “어떤 정치인이 결국 전국 차원에서 연방의원 선거에 출마할지, 혹은 대통령 후보가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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