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국대 젊은피는 ‘혼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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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대표팀에 전격 발탁된 옌스 카스트로프(왼쪽)가 어머니 안수연씨와 함께 찍은 사진. [사진 안수연]
오랜 기간 순혈주의를 고집하던 한국 스포츠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종목을 막론하고 혼혈 포함 다문화 선수에 대해 문호를 개방하는 모양새다.
이웃나라 일본엔 이른바 ‘하푸(hafu)’라 불리는 이들이 있다. 절반을 뜻하는 영단어 하프(half)의 일본식 변형 표현이다. ‘하푸’에 해당하는 스포츠 스타도 즐비하다. 미국 메이저리그 113승 투수 다르빗슈 유(39·샌디에이고)는 축구 선수 출신 이란인 아버지로부터 당당한 체격을 물려 받았다. 아이티인 부친과 일본인 모친 사이에서 태어난 오사카 나오미(28)는 테니스 메이저 대회 여자 단식을 4차례 제패했다. 일본축구대표팀 골문은 가나 출신 아버지를 둔 스즈키 자이온(23·파르마)이 지킨다.

일본 농구 국가대표 하치무라 루이. [AP=연합뉴스]
일본은 인구 1억2500만명 중 2% 정도가 혼혈이다. 1980~90년대 ‘재패니즈 드림’을 꿈꾸며 각국에서 건너온 이민자의 후손들이다. 일본은 ‘뿌리’보다 ‘실력’을 중시하고, 정부와 각 종목 협회가 혼혈 선수를 차별 없이 기용한다. 일본 시골 도야마에서 베냉 출신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성장해 미국프로농구(NBA)에 진출한 하치무라 루이(27·LA 레이커스)는 “어릴 적엔 사람들 눈을 피해 숨어 지냈지만 농구와 가라테 등 스포츠에서 항상 1등을 하니 존중 받기 시작했다. 이 세상에는 단 하나의 인종만 있다”고 말했다.

신재민 기자
한국 스포츠 또한 자연스럽게 혼혈 선수가 증가하는 추세다. 내셔널리즘이 가장 강한 종목으로 여겨지던 축구 또한 예외가 아니다. 지난 26일 축구대표팀이 한국 어머니와 독일 아버지를 둔 옌스 카스트로프(22·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를 전격 발탁한 건 상징적인 사건이다. 남자축구대표팀이 해외에서 나고 자란 혼혈 선수를 뽑은 건 77년 역사를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다. 여자축구대표팀에는 미국 아버지와 한국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케이시 유진 페어(18·유르고르덴)가 뛰고 있다.

옌스 카스트로프. [사진 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
멀리뛰기 선수 출신 나이지리아인 아버지의 피를 물려 받은 나마디 조엘진(19)은 지난달 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한국 육상 계주 첫 금메달을 이끌었다. 지난 2006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피부색이 다르지만 한국 여권을 소지한 대한민국 국민이다.

멀리뛰기 선수 출신 나이지리아인 아버지의 피를 물려 받은 나마디 조엘진. [사진 700크레에이터스]
2007년 서울에서 한국 어머니와 영국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에디 다니엘(18·서울 SK)은 연령별 농구대표팀 주장을 지냈다. 병역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그는 “한국 남자니 당연히 군대도 갈 것”이라 강조한다. 국내 초·중·고 재학생 중 다문화 가정 출신은 19만3814명으로 전체의 3.8%에 이른다. 스포츠에서도 ‘외모가 다른 한국인 선수’의 비율은 점차 높아질 전망이다.

태극마크를 달고 한국 연령별 대표팀에서 활약한 에디 다니엘. [사진 다니엘 인스타그램]
외국 국적 선수가 태극마크를 달려면 실력 이외에도 여러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2014년 아시안게임 당시 농구 금메달을 이끈 ‘혼혈 귀화선수’ 문태종(50)의 아들 재린 스티븐슨(20·노스캐롤라이나대)은 특별 귀화를 추진 중이지만 높은 문턱 앞에 서 있다. 법무부 규정에 따르면 ‘3년 내 올림픽 등 권위 있는 국제대회 개인전 3위 또는 단체전 8강 이내 입상’ 등 까다로운 조건 6개 중 2개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한국 어머니와 미국 아버지를 둔 여자프로농구 용인 삼성생명의 키아나 스미스(26)는 28일 특별 귀화를 위한 법무부 최종 면접을 진행하는데, 통과가 유력하다.
체육철학자 김정효 서울대 연구교수는 “우리 국민들은 같은 문화와 정서를 공유하는 조엘진에 대해 애틋한 마음으로 응원하지만, 상대적으로 금전적 보상을 포함한 이득을 얻기 위해 특별 귀화하려는 선수들에 대해선 관대하지 않다”면서 “혼혈을 포함해 귀화 선수를 대하는 태도의 핵심은 ‘우리’라는 감정을 공유하느냐의 여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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