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수업 중 스마트폰 쓰면 ‘불법’…내년 3월부터 초·중·고교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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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학기부터 초중고 수업 중 학생의 스마트 기기 사용이 법적으로 금지된다. 수업 중 ‘몰폰’(몰래 스마트폰 사용)에 의한 학습권·교권 침해, 청소년의 디지털 과몰입에 대한 우려를 반영했다.
27일 이런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재석 의원 163명 가운데 찬성 115명, 반대 31명, 기권 17명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내년 3월부터 초중고 수업 중 학생들은 휴대전화 등 스마트 기기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다만 장애가 있거나 특수교육이 필요한 학생이 보조기기로 사용하고, 교육 목적으로 활용하거나 긴급 상황에 대응할 때는 교장과 교사의 허용 절차를 거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법안은 수업 시간이 아니더라도 교장·교사가 학생의 학습권, 교원의 교육 활동을 위해 필요한 경우 스마트 기기 사용·소지를 제한할 수 있게 했다. 제한의 기준·범위·방법 등을 학교 규칙(학칙)으로 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학교에 가져올 수 없게 할지, 수업 전 공동 주머니에 넣어 보관할지 등은 미리 정한 학칙으로 따라야 한다는 얘기다. 스마트폰 사용 시 학교·교사는 학칙에 따라 주의·상담·훈육·훈계와 같은 생활지도를 할 수 있다. 박혜원 교육부 학교폭력대책과장은 “원칙상 학칙 제정엔 학생도 참여한다”고 설명했다.
내년 1학기 전면 시행을 앞두고 학교들은 오는 2학기 관련 학칙의 강화, 정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교육부는 2023년 9월 개정안과 유사한 내용이 담긴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를 통해 수업 중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했다. 약 두 달 전 발생한 서이초 교사 사망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스마트폰 반입 금지? 수업전 수거?…학교 규칙으로 정한다
이번 개정은 수업 중 스마트 기기 제한에 관한 법적 근거와 강제력을 한층 강화했다는 의미다.
그간 교내 스마트 기기 제한을 놓고 학생 인권침해, 학습권·교권 침해 등의 논란이 거듭됐다. 지난해 10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학교의 휴대전화 일괄 수거는 인권침해가 아니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 전까지 인권위는 2014년 이후 학생 휴대전화 수거 관련 진정 300여 건을 심의하면서 교내 스마트폰 사용 전면 금지를 인권침해로 판단해 왔다. 2010년대 초엔 경기도를 시작으로 서울·전북 등에서 학생의 휴대전화 소지권을 보장하는 내용의 학생 인권조례가 제정되기도 했다.
이날 법안 통과엔 학부모와 교사, 정치권에 스마트폰 사용이 학생 학습권과 건강권을 침해한다는 인식이 퍼진 결과다. 박혜원 과장은 “현재도 상당수 학교가 생활지도 고시를 통해 스마트폰을 제한하고 있지만, 법적 근거가 있는 게 좋다는 의견이 나왔다”며 “개정안은 당시 여당(국민의힘)이 발의했지만, 취지에는 야당(더불어민주당)도 공감했다”고 말했다. 반면에 개정안 통과 후 진보당은 “청소년을 통제하는 것이 교육이라는 구시대적 논리가 여전히 적용됐다”며 규탄 성명을 냈다.
학부모와 일선 교사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경기도 화성에서 초등생 두 딸을 키우고 있는 김모(42)씨는 “요즘 아이들은 겉으로 보이는 학교폭력을 벌이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서로에게 욕하고 상처를 준다”며 “어른들이 모르는 부정적인 사용 행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스마트 기기 금지 운동이 퍼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이날 법안 통과 직후 성명을 통해 “학생 수업권과 건강권을 보장하고 교사 교권을 강화하는 개정안”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교총이 올해 5월 교사 559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66.5%가 ‘학생의 스마트폰 사용으로 수업 방해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수업 중 스마트폰 사용으로 몰래 녹음과 촬영을 당할까 봐 걱정된다’고 답한 교사도 85.8%에 달했다.
실제로 지난 4월 서울 양천구의 한 고교에선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한 학생이 지적을 당하자 교사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청소년의 디지털 과몰입도 심각한 상황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청소년(만 10~19세)의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비율은 2016년 30.6%에서 꾸준히 상승해 지난해 42.6%를 기록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초4·중1·고1 학생 124만9327명을 조사한 ‘2024년 청소년 미디어 이용 습관 진단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과의존 위험군 청소년은 22만1029명으로 조사 대상의 17.7%였다. 학교 스마트폰 금지법 제정을 찬성해 온 안기희 스프운동본부 상황실장은 “학생들이 스스로 스마트폰 사용을 규제하기엔 중독성이 도를 지나쳤다”며 “이번 법안은 수업 중 사용 금지까지만 허용됐지만 앞으로 ‘스마트폰 없는 학교 만들기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에 청소년 인권단체들은 법적 규제가 능사가 아니라며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청소년의 심야 게임을 금지한 ‘게임 셧다운제’처럼 청소년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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